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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시카 새비치
작성일 : 2020-12-18 13:53조회 : 96


제시카 새비치

NBC 뉴스와 더불어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제시카 새비치 Jessica Savitch (1947~1983)이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평일은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 많아서 주중 저녁 뉴스는 자주 놓치곤 하지만 주말은 여유가 있으니까 뉴스를 챙겨서 보게 되는데, 당시 NBC 주말 뉴스는 제시카 새비치가 진행했다. 그때에도 여자 진행자가 몇몇 있었지만 주말 뉴스를 30살을 조금 넘은 젊은 여성 앵커가 진행한다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제시카 새비치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음성도 매우 우아했다.

제시카 새비치는 1983년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녀의 나이 36세였다. 그 소식은 AFKN을 통해 방송된 NBC 뉴스로 알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미국 뉴스 미디어에 나와서 사정을 알게 됐다. 당시 NBC는 여성 앵커를 기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었고, 그래서 방송경력이 일천하지만 외모가 아름답고 발음이 우아한 새비치를 주말 뉴스 진행자를 발탁했다는 것이다. 

제시카 새비치는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태어났고, 부친이 일찍 사망해서 가족은 뉴저지로 이사했다. 일찍 세상을 뜬 부친이 그녀에겐 큰 상처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역 방송국에서 디스크 자키로, 또 청소년 프로 진행자로 일을 했고 북부 뉴욕에 있는 이타카 대학을 다녔다. 대학 시절에도 방송국 디스키 자키를 했고, 졸업 후 뉴욕시 CBS 계열 로컬 방송사에서 행정직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휴스턴에 있는 CBS 계열 방송사의 기자로 일하게 되어 남부로 향했다. 새비치는 남부에서 일찍이 방송기자로 일하게 된 여기자였다. 새비치는 1972년에 필라델피아의 NBC 계열 로컬 방송사에 취직을 했는데, 그 즈음 여권단체가 그 방송국이 여성을 앵커로 채용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새비치를 주말 뉴스와 정오 뉴스 진행자로 기용했다. 이렇게 해서 새비치는 그 미모와 헤어스타일과 더불어서 필라델피아에 널리 알려졌다.

1977년 NBC 뉴스는 새비치와 3년 계약을 체결하고 그녀를 Nightly News 주말 앵커와 평일 밤 뉴스 업데이트 앵커로 기용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존 챈슬러 대신에 주중 Nightly News를 진행하기도 했다. 새비치는 여성으로서 네트워크 메인 주말 뉴스를 고정으로 진행한 두 번째 여성이고, 주중 메인 뉴스를 이따금 진행한 첫 여성 앵커가 되었다. 하지만 새비치를 미국 최초 여성 앵커로 기억할 만큼 그녀는 대단히 화려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가 사망한 후에 그녀의 삶이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았음이 알려졌다. 새비치는 리포터로서의 경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외모 때문에 앵커가 됐다는 세간(世間)의 시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존 챈슬러가 평일 앵커에서 물러나면 그 후임이 되려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평일 앵커 자리는 톰 브로코에게 돌아가고 주말 앵커도 중국계 미국인인 코니 정 Connie Chung (1946- )한테 위협받게 됐다. 새비치는 첫 번 째 남편과 1년 만에 헤어지고 의사와 결혼했는데, 두 번째 남편은 반년 후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 그녀의 사후에 그녀의 삶에 대해 나온 책은 그녀가 필라델피아에 있을 때부터 남자 관계가 많았음을 밝혀냈다. NBC 메인 뉴스의 앵커라는 화려함의 이면에서 그녀는 술과 약물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도 뉴욕포스트 부사장이던 남자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가다가 폭우에 차가 미끄러져서 개울에 빠지는 사고로 두 사람이 함께 익사하고 말았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두 사람에게서 약물이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젊은 나이에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너무 화려하게 정상에 도달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컸을 것 같다. 여하튼 그녀는 미국 방송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그녀의 삶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1996년에 나온 <Up Close and Personal>이다. 나는 이따금 제시카 새비치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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