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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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 개혁 단상(斷想)
작성일 : 2020-12-20 07:53조회 : 98


검찰 개혁  단상(斷想)

나는 70년대 전반기 대학/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미국의 헌법과 사법제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 대부분 동기생들이 판검사가 되고자 사법시험 공부를 열심히 한 것과는 비교가 된다. 자연히 나는 미국법/제도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법원과 검찰을 비교법적으로 보게 됐다. 검찰에 대해 내가 오래 전부터 가졌던 의문이랄까 문제의식을 들면 이런 것이었다.

첫째, 검찰총장이 꼭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법의 뿌리인 1차 대전 이전 독일제국 시대와 그것을 본 딴 일본 제국에서 법무대신 외에 검찰총장을 두었던 것이고, 2차 대전 후에도 의원내각제로 정치인이 법무장관을 하니까 검찰총장을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검찰총장 같은 직위가 법무장관과 별도로 있지만 미국 등 대통령제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반드시 모두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본다. 영국과 일본의 검찰총장은 우리나라처럼 전 검찰을 지휘 통제하는 막강한 자리가 아니라 법무장관과 일선 지방 검찰청 사이의 연계 역할을 하는 수준이다. 검찰의 기본 구성원은 검사이고, 검사는 상부 지시를 따르는 공무원이기에 앞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law enforcement agent)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을 없애면 대검찰청에서 하던 일을 어디서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대검에서 하는 정책적인 업무는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법무부는 주로 검사들에 의해서 운영되어 왔는데, 대검과 중복된 기능이 많았다. 다만 검찰총장과 대검을 없앤다면 법무부 고위직은 검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을 법무부가 담당하고, 전국 검찰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감찰을 하는 일도 법무부가 하게 될 것이다. .   

둘째, 고등검찰청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국은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주정부에도 Attorney General이라고 부르는 법무장관이 있고 각 지역에 연방검찰청(U.S. Attorney's Office), 및 지방검찰청(DA's Office)이 있을 뿐이다. 민주적 정부를 운영하는 나라에 고등검찰청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지검에 있다가 무엇이 잘못되어 좌천되어 가는 곳이 고등검찰청(고검)이다. 언론도 고검으로 좌천됐다고 쓴다. 윤석열도 한때 고검에 좌천되어 있었다. 기껏해야 좌천되어 가는 기관이 과연 필요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고등법원은 심급상 꼭 있어야 하지만 고검이 꼭 있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항소를 한다면 지방검찰청 검사가 맡아서 하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기소는 검사만이 할 수 있지만 수사는 검사와 수사기관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 우리나라 검찰처럼 거대한 독자적인 수사기구를 갖고 있는 검찰은 민주정부 체제에선 드물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선 후 검찰 조직이 비대해져 왔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관이란 거대한 관료 체계가 있는 나라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검찰은 FBI 같은 기능을 하는데, FBI는 기소를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나는 검찰개혁에 있어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검찰에게 기소만 하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수사는 수사 전담기관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검찰이 갖고 있는 거대한 수사조직,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능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넷째, 검찰이 항소하고 상고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우리의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검찰은 1심에서 무죄나 가벼운 선고가 내려지면 무조건 항소를 한다. 영미법에선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은 항소할 수 없고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이 이중처벌금지(二重處罰禁止) 원칙(Double Jeopardy Rule)이다. 세계를 뒤흔들었던 O. J. 심슨 재판도 1심 무죄로 끝나버렸다. 우리는 무죄를 대법원까지 세 번 받아야 비로소 무죄가 되기 때문에 피고인은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써야만 한다. 아마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일자리 때문에 무죄 판결을 세 번 받아야 무죄가 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제도를 유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1심 형사재판을 신중하게 하도록 하고 검찰은 항소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검찰총장이 있고 고검이 있으니까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게 필요한 모양인데, 이 역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영미법에선 지검 검사가 수사하려는 것을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이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가는 사법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다. 검찰의 독립성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law enforcement agency)으로서 독립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선 검찰총장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하라, 하지 말라 등 지시를 하면 일선 검찰청과 검사는 따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을 집행하는 검사의 본분을 저해할 수 있다. 윤석열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국회에서 검찰 지휘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것이 이런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일관성 있는 법 진행을 위해 상부에서 지침을 내리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상부가 지시한다는 것은 법 집행기관의 성격상 적절하지 않다.

여섯째, 우리나라 검찰청법에 있는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개별사건 지휘권도 폐지해야 할 것이다. 이 조항은 구(舊) 시대 유물로서 사문화(死文化) 된 채로 법전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행사해서 깨어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 추미애-윤석열 전쟁 때는 이 잠자던 조항이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설치고 다녔다. 대단히 기이한 현상이랄 수밖에 없다. 이 조항이 의미가 있다면, 정치인인 법무장관이 일선 검사에 대해 지시할 수는 없고 단지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지시를 따르거나 아니면 사직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모두 두고 두 기관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현 시대에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소와 수사의 분리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았으면 한다. 미국의 검사는 연방검사이든 지방검사이든 기소가 본업이다. 그러나 검사는 당연히 수사를 할 수 있고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연방범죄의 경우는 FBI, DEA(마약국) 등이, 그리고 지방차원에선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된다. 연방검사와 FBI, 그리고 지방검사와 경찰은 파트너로 움직이는 것이지 상명하복이라고 볼 관계는 아니다. 미국 법무장관은 독점금지법 위반, 민권법 위반, 테러 등에 관해선 직접 기소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것은 개별법에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무부는 중요한 형사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연방수사기관인 FBI와 공조를 하는 게 원칙이다. 

미국의 법무장관 등 고위직은 상원의 동의로 임명되는 정치적 직위이다. 연방지검장(U.S. Attorney)은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4년 임기로 임명한다. 일반적 범죄를 관장하는 지방검사장(District Attorney)은 대체로 주민이 직접선거로 임기 4년으로 선출한다. 검사장으로 임명되거나 선출되어도 평검사들은 직업공무원이기 때문에 신분이 보장된다. 미국 검사들은 법집행자로서 자부심이 높다. 특히 연방검사는 상위권 로스쿨 출신들이 주로 가게 된다.

194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와서 트루먼 대통령을 떨어뜨릴 뻔 했던 토머스 듀이는 연방검사를 하던 중 뉴욕 주지사에 의해 뉴욕시 조직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로 임명되어서 독자적인 수사단을 이끌고 마피아 보스들을 대거 기소했다. 그가 마피아 수사를 벌이고자 하니까 라 과르디아 뉴욕 시장은 NYPD 수사관과 무장경찰 인력을 파견해서 그의 지휘 하에 맡겼다. 마피아 소탕으로 유명해진 토머스 듀이는 뉴욕 지검장과 뉴욕 주지사를 지냈고, 1948년 대선에 출마했다. 이처럼 검사가 기소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는 것이 아니다.   

지검장이 의욕적으로 수사에 나서는데, 별로 성과가 안 좋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검장은 다음 선거에 낙마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영화 <JFK>에 나오는 짐 개리슨 뉴올리언스 지검장은 실재인물이었다. 그는 JFK 암살이 뉴올리언스 마피아에서 기획됐다고 생각해서 수사에 열을 올려서 무리하게 기소했지만 증거가 취약해서 금방 무죄평결이 나오고 말았다. 영화 속에선 제법 근거가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그것은 올리버 스톤의 창작이다. 개리슨은 그 후 지검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도 검사가 수사도 하고 수사를 지휘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FBI나 NYPD, LAPD 같은 수사기관과 공조해서 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검찰과 수사기관이 협력한다고 봐야 한다.

각국의 검찰은 그 나라마다 발전되어온 배경이 있기 때문에 단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검찰은 운영에 앞서서 제도 자체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고 수십 년 내려온 제도를 당장에 바꿀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여하튼 공수처는 민주적 정부에는 유사사례도 없을뿐더러 위헌 소지가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국회 표결에서 기권을 했다. 반대를 하면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기권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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