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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증과 증거인멸
작성일 : 2020-12-27 16:58조회 : 30


위증과 증거인멸

정경심 교수 판결에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은 한인섭 교수가 조 교수 딸을 본적도 없다고 법정에서 한 증언이다. 한인섭 교수가 조 교수의 딸이 인턴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게 됨에 따라 연구소 공문은 허위로 판명된 것이다. 법정에서 증인으로 선서하고 하는 진술이니 만큼 거짓으로 들어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 것을 형법 교수인 한 교수는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장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떠한가 ? 국회법에 의해서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진술에 대해선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증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 인준 청문회에선 아무리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그것이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되더라도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조 교수가 장관 청문에서 한 이야기가 법원에 의해 확인된 사실과 많은 부분에서 배치되지만 국회 인준 청문에서 장관 후보자에겐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위증죄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이런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을 강행한다면 위증 범죄인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된다. 아직은 1심 판결이고 항소심이 남아 있지만, 여러 가지로 볼 때 항소심이 달리 판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위증을 한 사람을 장관, 그것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창피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면 상원 청문에서의 발언이 위증죄가 적용되는 미국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 그러한 경우에 드러나게 될 거짓말을 하기 보다는 기억에 없다는 식으로 답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된 브렛 캐버노도 학창시절에 여학생을 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식으로 답변해서 청문을 넘겼다. 사실 본인과 상대방만 알고 있는 남녀 간의 그 같은 사안은 기억에 없다는 식의 해명이 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알거나 물증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그런 답변이 통할 수가 없다.

조 교수 딸 문제는 컴퓨터라는 물적 증거가 있고 여러 사람이 목격한 사안이다. 형법 교수 쯤 되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니까 감히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법학 교수나 변호사가 아니면 위증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당장 조 교수를 옹호하는 식으로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들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에 처해 있으니, 정작 당사자는 위증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그의 편을 든 사람들이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알게 된 사람도 많겠지만, 형사피의자가 증거물을 은폐하거나 파기하는 것을 우리 법은 형사피의자의 방어권으로 본다. 피의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가서 진술할 때 거짓으로 말하는 것도 역시 피의자의 방어권으로 보아서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은 겁박을 하게 된다. 유능한 수사관은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럴 때 가학행위를 했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정경심이 PC를 옮긴 행위는 처벌대상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도운 사람은 증거인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상한 결과이지만, 이 역시 피의자 본인이 증거를 파기하거나 변조하는 행위는 우리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을 다룬 미국 영화를 보면, 구속되거나 소환된 피의자에게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리할 것 같으면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고 변호사인 나에게 먼저 상의하라”, “거짓말로 진술하면 원래 범죄보다 더 큰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더 큰 범죄는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헌법에 의해 피의자/피고인은 묵비권(right to remain silent)을 갖고 있지만, 검찰이나 경찰을 상대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망이 좁혀 오는 것을 알고 증거를 파기하면 당연히 사법방해죄가 적용된다. 법무부 고위간부가 FBI 수사관에게 압력을 넣는다면 그것도 사법방해죄를 구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이 신속하게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에 나서는 것은 우리 법은 피의자가 증거를 파기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증거인멸 행위가 있거나 또는 그런 시도를 했음이 나중에 밝혀지면 법원은 양형에서 감안해서 가중처벌하게 된다. 죄질이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판결도 그런 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법에서 사법방해죄는 그것만으로도 징역 5년 정도는 나올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다. 닉슨과 클린턴 탄핵에서도 사법방해죄가 중요한 근거였다. 우리나라가 인사청문회 진술에도 위증죄를 적용하고, 형사피의자에게 사법방해죄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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