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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O. J. 심슨 재판
작성일 : 2021-01-01 21:50조회 : 26


O. J. 심슨 재판

유명인사에 대한 형사재판은 무언가 다르다. 대표적인 경우가 O.J. 심슨(O.J. Simpson : 1947-) 재판이다. 1994년 6월 12일에  발생한, 이혼한 전처와 그의 남자 친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영화배우이며 전설적인 미식 축구선수였던 O.J. 심슨에 대한 재판은 1994년 11월 초에 시작되어서 1995년 10월 3일에 무죄평결로 끝이 났다. 배심원 구성부터 평결까지 무려 1년이 걸린 ‘세기의 재판’이었다.

사건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1994년 6월 12일, 유혈이 낭자한 두 사람의 참혹한 시체가 LA 고급주택가에서 발견됐고 현장에는 이들과 같이 산책했던 아키타 종(種) 개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날 밤 O.J. 심슨은 밤 비행기로 시카고로 떠났다. 살인 사건 소식을 듣고 심슨은 LA로 돌아왔다. 17일, LA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심슨을 체포하려고 하자 심슨은 하이웨이로 도망치고 경찰은 대대적인 추격을 시작했고 그는 체포된다. TV 긴급뉴스로 시청자 9,500만 명이 그 모습을 보았다. LA 검찰은 심슨을 1급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 무기인 칼, 범인이 현장에서 입었을 옷과 신발 등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심슨에게는 범행동기도 있고, 확실한 알리바이도 없었다. 그는 도주하려다가 체포됐다. 맹견인 아키타가 범인을 보고 짖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개가 아는 사람이 범인일 것으로 생각됐다.

심슨은 자니 코크란(Johnnie Cochran : 1937-2005), 리 베일리(F. Lee Bailey : 1933- ), 로버트 카디시안(Robert Kardashian : 1944-2003 : 유명한 여자 모델 킴 카다시안의 부친이다) 등 유명한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1년간 법정투쟁을 했다. LA 검찰청은 마르시아 클라크(Marcia Clark : 1953- _)라는 여자 검사에게 이 사건을 맡겼다. 코크란은 LA에 있는 로욜라 로스쿨 출신이고, 마르시아 클라크는 역시 LA에 있는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출신이다. 재판 과정에서 LA 경찰의 살인 전담 형사인 마크 퍼만이 흑인을 경멸하는 말을 썼다는 증언이 나와서 위증 논란으로 번졌고, 퍼만 형사가 피 뭍은 장갑을 심슨 자택 부근에 일부러 놓았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배심원은 무죄로 평결했다. 미국에서 검찰은 원칙적으로 항소를 할 수 없다. 그것으로 재판은 끝났다.

이것을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흔히 말하기를 배심재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맞는 말이 아니다. 심슨 같은 부자 피고인이 배심재판을 하면 유리할 수 있을 뿐이다. 살인은 일반범죄이기 때문에 LA 검찰청(District Attorney's Office, LA County) 소관이다. 영장 청구는 경찰이 작성해서 검사가 법원에 청구한다. LA 경찰국(LAPD) 형사가 클라크 검사한테 압수 수색영장 발부를 위해 마르시아 클라크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클라크 검사는 O.J. 심슨이 누구인지 몰라서 그게 누구냐고 형사한테 되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클라크 검사는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미식 축구나 영화를 볼만한 여유가 없이 살았던 모양이었다. 클라크 검사는 O.J. 심슨란 사람에 대해 알아 보고 나서 자기가 일생일대의 큰 사건을 맏게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초동 수사는 당연히 LA 경찰국(LAPD)이 하지만 일단 대배심이 기소를 하면 담당 검사는 보강 수사를 요청하는 등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재판에 임한다.

심슨에 대한 증거는 매우 정황적이었다. 살인에 사용한 칼, 피 묻은 옷과 신발은 도무지 어디로 갔는가 ? 대체로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있다. 심슨은 그 날 밤 시카고로 가기 위해 LA 공항에 리무진을 타고 갔는데, 그 때 큼직한 가방을 갖고 탔다는 것이다. 가방 속에 칼과 피 묻은 옷, 신발이 있었을 것인데, 심슨은 LA 공항 쓰레기 통에 옷가지 등을 비닐 같은 것으로 말아서 넣어 버렸고, 다음 날 이른 새벽 쓰레기는 모두 매립장으로 향했을 것이란 가설이다.

LA 검찰청의 마르시아 클라크 검사와 그녀의 팀은 최선을 다 했지만 배심원을 설득하기에는 무리였다. 무죄 평결이 나온 후 그녀는 검사직을 사퇴했고, 그 후에 변호사도 하지 않았으며, 책 출판과 강연으로 제법 큰 돈을 벌었다. 심슨을 변호했던 흑인 변호사 자니 코크란은 그 후에도 변호사를 하다가 2005년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재판 도중 검사들은 O.J. 심슨은 ‘유죄를 받아낼 수 없는 피고인’(unconvictable defendant)라고 자기들끼리 냉소적으로 이야기 했다고 한다. 당시 LA 검사장이던 질 가세티(Gill Garcetti : 1941~)는 “LA 검찰이 수사를 다시 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범인은 심슨이지만 증거법칙에 따른 재판에서 배심을 설득하지 못해서 검찰이 패배했을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질 가세티는 1992년부터 2000년 동안 LA 검사장을 지냈다. LA 검사장은 임기 4년 선출직이다. 현재 LA 시장인 에릭 가세티는 질 가세티의 아들이다. 질 가세티는 O.J. 심슨 재판 때문에 유명해 져서 덕분에 그의 아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만일에 O.J. 심슨이 미국식 배심 재판이 아니라 유럽식 법관 재판을 받았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  나는 유죄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인사에 대한 재판은 법리 외에도 많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고, 지금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 왼쪽은 재판정에서의 O. J. 심슨과 변호사 자니 코크란, 오른쪽은 마르시아 클라크 검사. 미국은 전통적으로 구속 중이라도 피고인은 재판정에서 평상복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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