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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 헌법 수정 25조 4항
작성일 : 2021-01-08 20:36조회 : 18


미국 헌법 수정 25조 4항

트럼프 덕분에 보통 미국 사람들은 평소에 들어 보지도 못한 수정헌법 조항을 알게 됐다. 우드로 윌슨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임기 말에 건강이 매우 안 좋아서 그런 경우 대통령이 권한과 책무를 대행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대통령이 심장이 좋지 않아서 며칠씩이나 인사불상임에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것을 숨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기간이 길어지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매우 취약해 질 수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건강 등 이유로 집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권한을 대행하는 절차를 명백히 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에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그래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 존슨 대통령은 심장이 좋지 않아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당시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경우에 부통령을 새로 선출하는 조항이 헌법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슨 대통령에게는 부통령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음 승계권자는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장 존 매코맥(John McCormack :1891-1980)이고 그 다음은 공화당 소속의 상원 임시의장 칼 헤이든(Carl Hayden :1877-1972)이었는데, 존슨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을 당시 이들은 각각 71세와 86세였다. 존슨은 1964년 대선에서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 : 1911-1978)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서 재선에 성공한 후에야 부통령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1965년에 의회는 헌법 수정 25조를 통과시켰고, 필요한 주의 인준을 거쳐서 1967년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수정 25조 1항은 대통령에 유고가 생기면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2항은 부통령이 공석이면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명해서 상하원 각각 과반수 동의를 얻어 부통령이 되도록 했다. 3항은 대통령이 스스로 집무를 하지 못하게 됐음을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면 대통령이 그런 사유가 소멸됐다고 이들에게 서면 통보할 때까지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했다.

헌법 수정 25조에서 가장 논쟁이 많았던 항목이 4항이다. 이 조항은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권한과 책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부통령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를 대리하며, 이 경우 대통령이 자기가 권한과 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서면통보하면 대통령은 권한과 책무를 도로 가져오며,  이 경우 4일 내에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가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이 권한과 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의회는 21일내에 상하원 각각 2/3 동의로서 대통령이 권한과 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4항은 대통령이 죽지도 않고 별안간 정신이상에 빠져버린 경우에 그의 의사에 관계없이 직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으나 실제로 사용될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임기 만료 두 주일을 앞두고 폭도들의 의회 진입을 선동하자 이 조항을 원용해서 트럼프의 직무를 배제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수정 25조 4항에 따라서, 펜스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가 트럼프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으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데, 트럼프가 자기가 멀쩡하다고 상하원에 통보하면 상하원은 각각 2/3 찬성으로 트럼프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의해서 펜스 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 권한을 바이든이 취임하는 1월 20일 정오 전까지 대행하도록 할 수 있다. 의회 난입사건으로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니, 참으로 창피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정 25조 4항은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되었는데, 트럼프 초기 법무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실제로 나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법무장관이던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아래서 법무차관을 하던 로드 로젠스타인(Rod Rosenstein)은 트럼프가 FBI 국장이던 제임스 코미를 파면하자 FBI 부국장과 만나서 “트럼프는 미쳤으니까 장관들을 설득해서 헌법 수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의논한 적이 있었다. 제프 세션스 장관이 2018년 말에 사임하자 로드 로젠스타인 차관도 2019년 5월에 사임했고, 법무부는 트럼프 충성파인 윌리엄 바 장관의 지배에 들어가 버렸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오고 연방지검장을 오래 역임한 로드 로젠스타인은 로펌에 들어갔고, 제프 세션스는 고향 앨라배머로 내려가서 2020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려 했으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렬 공화당원들은 그를 예비선거에서 탈락시키고 토미 투머빌을 공화당 후보로 뽑아서 상원의원으로 당선시켰다. 풋볼 코치 출신인 투머빌은 2차 대전 때 미국이 공산주의자들과 싸웠다고 해서 자질 문제를 일으켰다. 투머빌은 조 바이든 당선을 인정하기 거부한 공화당 상원의원 7명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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