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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드 배치를 반대한 안철수
작성일 : 2021-01-20 11:48조회 : 1,477
사드 배치를 반대한 안철수
2016년 여름을 달군 사드 배치 문제는 정치인 안철수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 계기였다. 사실 사드 배치 문제 같은 안보 외교 문제는 야당이라도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나 문재인 전 대표도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안철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기회로 생각했다.
이른바 리베이트 사건으로 2016년 6월 29일에 안철수는 국민의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월 수 금 최고회의가 없으니까 일부러 일정을 만들지 않으면 언론 노출도 없어지니까 언론 노출을 하려고 했는지 어떤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7월 10일 일요일에 안철수는 회심에 찬 긴 성명서를 페북을 통해 발표했다.
안철수는 7월 10일 일요일에 낸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긴 성명서에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국가적 의제”라면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며 특히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로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드 체계의 성능 문제, 비용 부담의 문제, 대(對) 중국관계 악화, 사드 체계의 전자파로 인한 국민의 건강 문제 등 네 가지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연상시키는 긴 문장이었다.
일요일에 이런 성명서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안 대표는 누구와 의논해서 이런 성명서를 냈는지, 아니 누가 안 대표에게 사드 배치 반대를 치고 나가자고 했는지 궁금했다. 안 대표 자신이 이런 문제를 알 리가 없기 때문에 누가 주입한 것이 틀림없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히 주변의 누가 써준 것인데, 그것을 자기가 썼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 건너간 누구의 작품이라는 추론은 있다.) 국민투표를 거치고 국회비준을 하자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투표도 하고 국회동의도 거치는 것은 개헌을 할 때나 하는 절차이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철수가 이런 성명을 내니까 과거 햇볕정책의 주창자였던 정동영 의원 등은 당연히 반가워했다. 이틀 후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어서 이런 주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안철수는 한 건 했다는 식으로 의기양양했다.
나 자신도 그 때까지 사드에 대해선 개략적인 지식 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려는 결정은 오바마 정부와 미군 수뇌부가 결정한 것이기에 무언가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 박근혜 정부가 오랫동안 숙고한 끝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데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7월 19일, 20일 이틀 동안 사드 배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회 본회의 질의가 열렸는데, 나는 그 때 한민구 국방장관이 이틀 내내 의원들의 질문에 막히는 것 없이 답변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8월 17일, 나는 YTN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 성급했으며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국민의당 당론과 다른 언급을 해서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선이 닥쳐오니까 보수쪽 부동표를 얻을 생각이었는지, 안철수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쪽으로 말을 슬슬 바꾸더니 결국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당론을 바꾸게 됐다. 당론을 바꾸기 위해선 의원 총회에서 의원 2/3 찬성이 필요한데, 의총을 열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원내부수석이던 김관영 의원이 문자로 의원들 의견을 물어서 당론을 변경했다. 의원 중 세 명이 반대하고 한 명이 무응답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무응답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나는 애당초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당론에 찬성하지 않아서 당론변경에 동의할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 창피해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호남의 다선의원 등 다른 의원들은 왜 당론 변경에 동의해 주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어차피 대통령 당선은 되지도 않을 텐데 하자는 대로 해주자는 심정으로 당론변경에 동의해 준 것이었다. 대선 토론 때 안철수는 사드 배치 말 바꾸기를 추궁하는 유승민 의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쩔쩔맸다. 불과 3년 반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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