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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탄핵, 그리고 김병준과 안철수
작성일 : 2021-01-20 11:51조회 : 1,584
박근혜 탄핵, 그리고 김병준과 안철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2016년 11월 1일에 김병준 교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격앙하게 만들었는데, 도대체 누가 김병준을 총리로 추천했나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선 아직 정설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지킨 천영식 당시 홍보비서관의 책 <천영식의 증언>(2019년 11월 발행, 옴므 리브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즉, “김병준 카드는 야당을 배려한 인선이었다”는 설명이다. (123쪽)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장이었던 데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으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제안을 받고 있었던 만큼 야당과 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최소한 안철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카드였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병준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장이었던 데다 안철수로부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 제안을 받고 있었던 만큼 야당과 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보았던 것이다. 참으로 웃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죽을 꾀를 용케 찾아낸 형상이었다. 당시 청와대에 있던 비서니 참모니 하는 사람들이 야당 사정을 전혀 모르고 저희들끼리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김병준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으로 있었지만 그는 나중에 친노 세력에 대해서 ‘영정(影幀) 정치’를 하고 있다는 식의 말도 했다.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친문 세력은 그런 김병준을 오히려 ‘노무현을 팔아먹는 사람’으로 볼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김병준 카드
천영식에 의하면, 청와대는 김병준 카드를 최소한 안철수를 끌어 드릴 수 있는 카드로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안철수를 만나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고 말해 놓고 그 다음 날 청와대에 가서 총리를 하겠다고 말한 김병준을 총리로 선택하면 그것이 안철수에게 어떻게 비치고 또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민주당에서 볼 때 김병준은 노무현을 배신한 사람이고, 국민의당에서 볼 때 김병준은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고 해 놓고 총리를 하겠다고 해서 당을 모욕한 인간이었다. 나는 김병준이 총리로 발표된 11월 2일 저녁 교통방송 <김종배의 색다른 시선> 인터뷰에서 "김병준 총리 인준 불가능하고. 이미 끝난 일이며, 김병준이 총리 제안 받은 그 날은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수락한 날이니 국민의당을 우롱한 것이며, 김병준은 과대포장된 인물이고 대통령은 이제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어 11월 4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나는 “박 대통령 사과담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안철수를 기만한 김병준은 기본윤리가 없는 인간이며, 국회는 탄핵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11월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정배 의원은 “김병준 카드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라며,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기습개각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김병준은 너희 정부 인사 아니었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에게는 '그래, 당신이 비대위원장 시키려고 한 사람 아니냐' 그렇게 던져 놨다"고 김 병준을 총리에 지명한 노림수를 꼬집었다. 박 대통령, 김병준, 안철수를 한꺼번에 엮어서 비난한 셈이다.
곤란에 빠졌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놓고자 한다. 이 과정을 보면 안철수가 중요한 시기마다 얼마나 제멋대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2017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닥쳐오자 비상대책위원장을 겸무해 오던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내려놓기로 했다. 박지원 의원 자신이 당 대표로 출마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는 탄핵 정국으로 접어드는 중대한 시점이었지만 원내 문제인 탄핵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책임이었고, 후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게 주된 역할이었다. 말하자면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뽑으면 되는 것이기에 다선의원들은 김동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자 했다.
그러자 안철수가 외부인사를 영입하자고 막판에 태클을 걸더니 김병준을 비대위원장으로 하자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통보했다. 언론에는 안 의원이 비례초선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렇게 했다고 났는데, 나는 안철수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까 만만한 의원 몇몇과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새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까지 3개월 동안 하는 것이니까 구태여 외부인사를 영입할 필요가 없는데, 안철수가 고집을 피워서 풍파가 일어난 것이다.
안철수는 10월 26일에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김병준을 후임으로 하자고 통보했고, 그 소식이 전해지자 호남의원들은 격앙됐다. 10월 28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차기 비대위원장 선정을 11월 7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나라 전체가 최순실 사건으로 들끓는데, 이런 엉뚱한 일로 국민의당은 내분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던 중 김병준 교수가 이른바 거국총리로 임명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10월 29일에 김 교수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고, 총리직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입수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1월 1일, 계획대로 11월 7일에 후임 비대위원장을 뽑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병준 교수가 안철수 의원한데 비대위원장을 수락했음은 확인이 되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김 교수를 직접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교수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10월 28일 ‘당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며 ‘말하자면, (당이)어려움에 처해 있으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10월 28일자 헤럴드경제) 그랬던 김병준 교수는 10월 3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렇게 공백 상태인 게 걱정"이라면서 총리 제의시 수락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11월 1일자 뉴스1)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교수를 신임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총리를 제멋대로 임명했다고 즉각적으로 비난했다. 국민의당도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적인 조치라면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은 한층 더 격앙된 분위기였다. 김병준 교수에 대한 경멸과, 그런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불러오겠다고 해서 파문을 일으킨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 비등했다. 광주의 한 중진 의원은 "외연 확장을 하겠다며 무리하게 김 교수 영입을 추진했던 안 의원으로서는 당내에서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11월 3일자 조선일보)
안철수, 박근혜 탄핵을 외치다
11월 2일 오후, 안철수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한 성명을 내어 놓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갑자기 박 대통령에 대해 강공을 피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손병관 기자(오마이뉴스)는 이렇게 썼다.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 - 무리한 일을 벌인 안 전 대표가 '미안하다'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안 전 대표가 2일 오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으로 강공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김병준이) 영향을 안 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더 이상하게 보이니 가까운 의원들이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11월 3일자 기사)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열심히 벌이게 된 데는 김병준 파동의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 국민의당. 특히 안철수가 탄핵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를 주시하고 있던 민주당은 이 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야3당(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김병준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 자체를 거부했고, 일주일도 안돼서 김 교수는 창성동 청사에서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김 교수를 총리로 지명한 사건은 야3당이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계기가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촛불시위에 열심히 참가했고, 박근혜 탄핵 가두서명 운동도 벌였다. 김병준 교수는 그 후에 그렇게 하고 싶던 비대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서 반년 동안 했다. 안철수가 박근혜를 탄핵하자고 추운 겨울에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김병준 파동으로 인해 당내에서 곤란에 빠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위기탈출용’이기도 했다.
호남 의원들과 안철수와의 갈등은 12월 말, 국민의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당시에 대세는 주승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원래 원내대표는 주승용 의원이었는데, 총선 후에 안철수가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하자고 해서 임기를 못 채우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는 게 못마땅했던 안철수는 김성식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었는데, 의원총회 결과 주승용 의원이 압도적으로 승리해서 원내대표가 됐다. 그것이 의원들의 민심이었다.
이처럼 박근혜 탄핵의 결정적인 순간에 김병준과 안철수가 있었다. 새누리당을 계승한 국민의힘은 이 두 사람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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