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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명수와 양승태
작성일 : 2021-02-09 19:56조회 : 39


김명수와 양승태

김명수 대법원장의 문제 발언은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라는 사람의 발언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녹취를 하는 세태도 참으로 서글프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981년에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2016년 2월에 춘천지방법원장이 되었고, 2017년 9월에 대법원장이 됐다. 법률가의 능력을 단순히 경력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 김명수는 대법원장 '감'이 못되었다.  새 정부 들어서 문 대통령은 김이수 당시 헌재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으나 당시 새누리당에게는 통진당 해산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낸 점 때문에, 그리고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에게는 5.18 당시 군법무관으로서 행적 때문에 반감을 사서 국회 본회의에서 1표 차이로 부결됐다.

그리고 얼마 후 문 대통령은 김명수를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는데, 김이수 부결로 혼이 난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위시한 민주당 의원들이 나를 포함한 국민의당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부탁을 했다. (그 때  제3당을 할 만하다고 느꼈다.) 청와대에 있던 조국마저 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 당시 청문회에서 보았지만 큰 하자는 없어서 부결을 주장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일단 ‘대법원장 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도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항소법원 판사를 했던 사람이 대법관이 되고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는 것이 추세가 되었듯이 최고법원 구성원은 법관으로서 걸어온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일단 그것이 부족해 보였다. 

전임 대법원장 양승태는 서울법대 1970년 졸업으로 나한테는 4년 선배가 된다. 양승태는 같은 연배인 김황식 전 총리와 함께 대법관을 지냈는데, 대법관 임기 중 김황식은 감사원장을 지내고 국무총리가 됐다. 양승태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잠시 쉰 후에 대법원장이 됐다. 두 사람은 법조계에서 실력이 있는 법조인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김황식은 2014년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고, 양승태는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사법농단에 대해서 아직도 재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양승태가 대법원장으로서 있으면서 상고재판소를 설치하려고 로비를 했다는 데 대해선 납득하기 어려웠다. 최고 법원의 업무량 증가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급심 심리를 제대로 하도록 하고 대법원으로의 상고를 제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변호사회나 의회가 상고재판소를 별도로 설치하자고 해도 대법원은 그것을 반대해야 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거꾸로 그것을 설치하자고 했으니 그것이 자기 개인의 생각인지, 다른 대법관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970년대 초에 미국에서도 똑 같은 일이 있었다. 연방대법원이 담당하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대법관들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면서 연방중앙항소법원(The U.S National Court of Appeals)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하버드의 저명한 헌법학자 폴 프로인드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가 그런 제안을 하자 당시 대법원장이던 워렌 버거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1953년~69년간 대법원장을 지내고 은퇴한 얼 워렌(Earl Warren : 1891~1974)은 이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얼 워렌은 사망하기 3개월 전에 “대법원을 약화시키기 말자”(Let's Not Weaken the Supreme Court.)라는 글을 미국변호사협회 저널에 발표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얼 워렌은 중앙항소법원 발상이 대법원을 약화시켜서 사법권의 기본구조를 훼손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련의 진보적 민권판결로 미국을 바꾸어 놓은 얼 워렌의 마지막 목소리는 너무나 강력했기에 중앙항소법원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될 수가 없었다. (얼 워렌이 대법원장을 지낸 시절의 미국 대법원은 나의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 주제였다.)

그러니까, 대법원장이든 대통령이든, 또 국회의원이든  ‘감’이 못되는 사람이 많아서 이 지경이 된 것 같다. .   
사진은 대법원장 시절의 얼 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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