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
작성일 : 2021-02-25 09:45조회 : 1,617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있었던 민간인 사찰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2010년간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와 인사들을 상대로 사찰을 하고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2018년 국정원 보고 문건이 박형준 때문에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2021년 2월 16일 KBS 보도)
18대 국회의원 전원을 사찰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래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과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주변이 주로 사찰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2007년 대선 때 BBK 문제로 이명박을 괴롭혔던 박영선 의원은 남편이 직장을 나와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보복이 있었다.
사진은 2009년 7월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부근에서 있었던 박근혜 전 대표 규탄 시위 모습이다. 이 사진에 나온 인물들이 한 달 전인 2009년 6월, 중앙대 정문과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앞에서 나를 규탄했던 시위를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중앙대 앞과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앞에서 나를 규탄하는 관제시위가 있었던 때가 2009년 6월이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시위가 있었던 때가 2009년 7월이다. 2018년 환경부 요청에 의해 국정원이 작성해서 보고한 문건을 보더라도 원세훈이 국정원장이 된 후에 사찰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인다. 그 즈음 박형준은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지내다가 정무수석이 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홍보에 엄청난 돈을 퍼 부었는데, 그 일을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총괄했다.
원세훈의 지시로 국정원 심리전단은 나에 대한 욕지거리와 비난을 다음 아고라, 나의 개인 홈페이지 등에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런 무리를 시켜서 학교와 아파트 앞에서 이 따위 시위를 했다. 나에 대한 이런 공작은 원세훈이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고, 원세훈의 지시를 이행한 당시 국정원 간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의해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은 이런 것을 전혀 몰랐을까?
당시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했던 박창근 교수 등에 대해선 국정원이 소속 대학 본부를 통해서 압력을 넣었다고 해당 교수들이 증언한다. 그러면 나한테도 그런 압력이 있었냐 하면, 그런 일은 없었다. 당시 중앙대 총장은 박범훈으로 이명박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박범훈은 나를 부르거나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할 만한 위인이 못되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나는 당장 언론 인터뷰해서 터뜨려 버릴 테니까, 감히 박범훈은 나한테 압력을 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범훈은 그 후 다른 일로 큰 집을 갔다.
나는 당시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선 왜 이런 시위를 했으며 이것은 누구의 지시였겠는가? 원세훈, 그리고 그 이상의 지시와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정운찬이 총리가 된 시점은 2009년 9월이고, 당시 이명박은 정운찬을 차기로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9년 11월, 봉은사에 들러서 명진 스님과 한시간 정도 담소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즈음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안상수('보온병')가 "강남 주지가 좌파를 한다"고 발언했음이 이듬해 3월에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박근혜 전 대표, 명진 스님 등 유력인사들을 MB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는 징후가 아니겠는가?
국정원이 사찰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플래카드 들고 시위를 하도록 사주했던 대상은 나와 박근혜 전 대표뿐이었다고 생각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기도 사찰을 당했다고 몇 번씩 말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 이걸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디에 보고가 됐는지, 또 단순히 보고를 받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청와대가 국정원에 지시를 해서 이런 일을 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이제는 잊어버리나 했더니 박형준 때문에 다시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2012년 4월 총선 유세 중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자기도 사찰을 당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그런 불법을 끊고 정치 쇄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가 북한산 만한 불법이라면 이명박 시절의 사찰은 에베레스트는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과 그 후가 왜 그렇게 다른가 하는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