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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호파

작성일 : 2021-03-05 10:04조회 : 2,570

지미 호파

1957년 1월부터 1960년 3월까지 미 상원은 ‘노조의 부당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해서 광범한 청문회를 열었다. 특위 위원장은 존 맥클라렌 상원의원이었는데, 특위의 법률자문(General Counsel)을 담당한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 : 1925~1968)가 전국적으로 유명해 지는 계기가 됐다. 이 특위는 노조 특히 팀스터 유니언(Teamster Union)에 조직범죄가 개입되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1951년에 버지니아 로스쿨을 졸업한 로버트 케네디는 조 매카시 상원의원의 위원회에서 잠시 일한 후 형 존 F. 케네디의 1952년 상원의원 선거를 도운 후 놀고 있다가 케네디 상원의원도 위원으로 참여한 이 특위에 법률자문으로 일하게 됐다. 위원장인 매클라렌 의원은 위원회 운영을 로버트 케네디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케네디는 특히 팀스터 회장인 지미 호파(Jimmy Hoffa : 1913~1975. 7. 30 실종)를 상대로 감정적인 질문을 하고 호파 역시 감정적으로 받아치는 등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진폐증으로 죽어서 어릴 때부터 노동을 해야 했던 지미 호파는 사업주와 싸우기 위해선 노동자도 강해져야 함을 일찍이 터득하고 노조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는 운수 노동자가 주축이 된 팀스터 유니온에 가담해서 회원을 200만 명으로 증가시키는 등 세력을 키웠고 1952년에 전국 부회장이 됐고 1957년에는 회장이 됐다. 호파는 막강한 사업주와 싸우기 위해서 폭력조직과 손을 잡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팀스터가 조직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전미 노조(AFL-CIO)는 팀스터 유니언을 조직에서 배제시켰고, 상원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지미 호파의 눈에는 동부 부유층 출신으로 명문대학을 나온 젊은 로버트 케네디는 세상을 모르는 어린 아이였을 것이다. 실제로 청문회에서 호파는 케네디를 그런 식으로 대했고 그러면 케네디는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법무부는 특위 증언을 토대로 노조 관계자들을 기소하는데 성공했으나 지미 호파는 무죄로 풀려나왔다.

케네디 형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지미 호파는 196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닉슨을 지지했다. 전미 노조와 자동차 노조는 민주당 후보 케네디를 지지했다.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동생 로버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법무부장관에 취임한 로버트 케네디는 상원특위에서 자기를 어린아이 취급하고 비웃은 지미 호파를 잡아넣기 위해 법무부에 ‘호파 전담반’을 만들어서 호파의 모든 것을 뒤지기 시작했다. 1963년 5월, 법무부는 호파를 배심 조작(jury tampering) 혐의로 기소했고 이어서 팀스터 유니언 기금 유용을 문제삼아 기소했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자 호파는 통쾌하게 생각했다. 케네디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공공기관이 미국기를 반기(半旗) 계양하자, 워싱턴 DC의 팀스터 본부 직원도 반기를 걸었다는데, 이를 알고 호파는 화를 내고 미국기를 완전히 올려 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4년 9월까지 법무장관을 지냈고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사임했다. 그 후임으로는 차관을 하던 니콜라스 카첸바흐가 장관이 됐고, 카첸바흐 장관과 법무부 검사들은 집요하게 호파를 수사해서 기소한 끝에 1심에서 도합 징역 13년 형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에서도 호파가 패배해서 1967년 3월 호파는 13년 형기를 채우기 위해 수감되었다. 호파는 자기가 신뢰하는 피츠 시몬스를 회장 대행으로 지명했다. 호파는 자기가 출옥하면 팀스터 유니언을 다시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피츠 시몬스는 유니언을 자기가 운영하려고 했고, 1971년 정식으로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마피아가 팀스터에 더욱 깊숙이 개입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1968년 6월 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되자 감옥에 있던 지미 호파는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그해 대선에서 닉슨이 당선됐다. 1971년 12월, 닉슨은 1980년까지 노조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서 지미 호파를 사면 석방했다. 호파는 이 조건을 무시하고 다시 팀스터를 장악하려고 했으나 이미 팀스터는 호파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팀스터 유니언으로부터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음에도 호파는 자신이 키워놓은 팀스터를 다시 장악하려고 해서 긴장이 감돌았다. 1975년 7월 30일, 마피아 관계자 두사람을 만나기로 하고 디트로이트 집을 나선 그는 실종되었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들은 알리바이를 갖고 있어서 수사는 벽에 부딪쳤다. FBI는 그의 시신을 찾기 위해 30년 이상을 헤맸으나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호파가 팀스터 운영권을 되찾으려 하자 이미 팀스터 운영의 한축이 되어 있는 마피아가 제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지미 호파는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탐욕스러운 자본가 사업주에 대항한 노조 운동가였지만 거대한 노조를 운영하면서 노조 기금을 마피아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투자하는 등 조직범죄와 연관을 맺어서 로버트 케네디에 의해 타깃이 되더니 결국에는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어 사라진 것이다.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온 17살 소녀 노동자와 결혼한 지미 호파는 두 아이를 두었다. 그는 아내와 자녀에게 충실한 좋은 가장이었다. 그가 실종된 후 부인은 상심해서 일찍 사망했고, 딸 바브라는 워싱턴대학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를 하다가 센트루이스에서 오랫동안 판사를 지냈다. 아들 제임스 호파(James Hoffa : 1941~ )는 미시건 로스쿨을 나온 후 변호사를 하면서 팀스터 유니언 활동을 했으며 1998년에 팀스터 유니언 회장에 당선되어서 오늘날까지 20년이 넘도록 회장을 하고 있다. 팀스터 유니언은 회원이 130만 명으로, 거의 형해화 해버린 미국의 다른 노조과 달리 아직도 강력하다.

지미 호파는 두 아이 외에도 처키 오브라이언(Chuckie O‘Brien)이란 남자 아이를 어릴 때 양아들로 들여서 키웠다. 오브라이언은 자기를 키워준 지미 호파를 가까이서 도왔다. FBI는 지미 호파가 실종되던 날 마지막으로 처키 오브라이언이 운전하는 차를 탔다고 보았으나 오브라이언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브라이언은 호파의 실종에 연루되어있다는 의심을 샀다. 2019년에 개봉된 지미 호파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이리쉬 맨>(The Irish Man)도 오브라이언이 호파의 실종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묘사했는데, 말년의 오브라이언은 이 영화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오브라이언은 2020년 2월, 86세로 사망했다.

처키 오브라이언도 양아들을 들여서 키웠는데, 그 양아들은 대학에 들어간 후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그 양아들은 워싱턴 앤드 리 대학을 나오고, 옥스퍼드에서 대학원을 나온 후 예일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로펌에서 일한 후 버지니아 대학과 시카고 대학 교수를 하다가 부시 행정부 법무부에서 차관보를 잠시 지낸 후 2004년에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됐다. 그가 바로 잭 골드스미스(Jack Goldsmith : 1962~ ) 교수이다. 잭 골드스미스는 말년에 접어든 아버지 오브라이언과 화해를 하고 부자 간의 삶과 호파 실종 사건을 다룬 <호파의 그림자>(In Hoffa's Shadow)를 펴냈다. 골드스미스 교수는 자기 양아버지가 호파의 실종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FBI는 아직도 지미 호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현재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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