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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iami Vice>
작성일 : 2021-03-23 07:51조회 : 28


<Miami Vice>

지금은 인터넷과 케이블 덕분에 읽을 것과 볼 것이 많지만 1980년대는 우리 방송은 KBS와 MBC 뿐이었다. 당시 주한미군방송(AFKN) TV는 ABC 등 네트워크 뉴스와 TV 쇼를 송출했다. 네트워크 뉴스를 통해 그날그날 해외 뉴스를 접했고, 경찰 드라마 <Hill Street Blues>를 볼 수 있었다. 1985년부터 몇 년 동안 당시 미국에서 인기 절정이던 <Miami Vice>가 AFKN에 나와서 반갑게 보곤 했다.

나는 그다지 유학을 가지 않는 뉴올리언스와 마이애미에서 공부를 해서 두 도시에 관한 뉴스를 챙겼고, 또 두 도시와 관련이 있는 영화와 음악을 반겼다. 1984~85년에 나타난 마이애미 출신 글로리아 에스테판을 좋아했고, 그 즈음 시작된 <Miami Vice>를 즐겨 보았다. 물론 한가할 때 시간이 되면 보는 정도였지만 꽤 많이 본 것으로 기억된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 스토리가 기억되는 에피소드는 검은색 페라리가 폭파되는 장면 등 몇 개가 되지 않는다. 경쾌한 주제 음악과 파스텔 패션, 도로를 질주하는 페라리,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스토리 보다 기억에 남아 있다. 

NBC가 제작한 <Miami Vice>는 1984년 9월에 첫 방송을 했고, 1990년 초에 끝났다. 내가 간간히 본 시기는 1985년부터 1988년 사이가 아닌가 한다. 스토리는 이렇게 저렇게 시작되어 조직범죄 조직을 추적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 이전의 경찰 드라마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이애미를 무대로 삼은 것은 1980년대 초 마이애미가 ‘마약과 살인의 도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당시 마이애미에선 콜롬비아 카르텔이 기관총을 들고 설쳤고, 그래서 인지 <Miami Vice>에도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흔하게 나온다.
 
NBC가 <Miami Vice>를 제작한다고 하니까 마이애미의 정치인들과 여론 주도층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Miami Vice>를 그대로 번역하면 <사악(邪惡)한 마이애미>가 된다. 가뜩이나 살인과 마약으로 골치 아픈데 TV에서 <사악한 마이애미>라는 연속극을 하면 도무지 도시 이미지가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杞憂)였다, 오히려 <Miami Vice> 덕분에 마이애미, 특히 사우스 비치가 홍보가 되어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등 도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마이애미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데는 <Miami Vice>의 역할이 컸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Miami Vice> 30주년을 맞아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다. 마이애미가 범죄의 도시, 노인들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고 젊은이들이 찾는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Miami Vice>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이애미 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도시 홍보를 5년 이상 네트워크 TV 프라임 타임에 했으니, 이런 경우가 미국 역사에 없었다.

2006년에 <Miami Vice>라는 영화가 제작되었고, 근래에 방송 드라마로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Miami Vice>가 레전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NBC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서 그 즈음 AFKN 뉴스에 <Miami Vice>에 나온 현지를 보러 유럽의 젊은이들까지 마이애미로 모여 들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방송 드라마는 대개 LA의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데, <Miami Vice>는 이례적으로 전편을 마이애미 현지에서 제작했다. 덕분에 마이애미의 생생한 모습을 화면에 담았고, 마이애미 현지에 제작비를 뿌려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제작진은 사우스 비치의 작은 호텔을 빌렸고, 현지에서 캐스팅을 했다. 당시 사우스 비치는 주로 노인들이 머물던 곳이라서 호텔 비용도 쌌고, 거리가 한산해서 촬영하기 편했다고 한다.

<마이애미 바이스>의 주인공은 소니(Don Johnson)와 리코(Phillip Thomas)로 불리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경찰 강력계 형사인데, 이들은 형사반장과 그 외 3명의 형사로 구성된 바이스 스쿼드 소속이다. 소니는 파스텔풍(風) 캐주얼 복장이고 맨발에 슬립 온 구두이고, 리코는 멋진 양복 차림이다. 그런데 이 옷이 베르사체, 아르마니 같은 이태리 명품이었다.

소니는 페라리를 몰고 다닌다. 형사가 페라리를 몰고 다닌다는 것부터가 파격적 발상인데, 처음에 등장한 페라리는 GM 코르벳에 페라리 장식을 가미한 가짜였다고 한다. 페라리 본사가 항의를 해서 검은 색 페라리가 폭파되는 장면으로 처리했고, 그 대신 페라리 본사는 홍보 차원에서 백색 페라리를 제작진에 기증했다고 한다. 소니는 페라리를 항상 고속으로 몰고 다니고, 큼직한 실버 권총을 갖고 다니며 발목에는 앵클 피스톨을 차고 다닌다. 솔직히 30년 이상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 기억에 주로 남아있는 것은 경쾌한 음악과 익숙한 경치, 하이패션과 페라리, 그리고 독특한 권총이다. 

<Miami Vice>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사우스 비치를 재생하려는 사업자들이 나타났다. 1930년대에 세워진 아트 데코 건물들은 역사 유적으로 보전되어 있어서 헐어버리지는 못하고 리노베이션을 해서 오늘날처럼 1층은 레스토랑과 카페, 위층은 고급 부티크 호텔로 변신했다. 1990년대 들어서 조금 북쪽 마이애미 비치에 40층짜리 레지던스 콘도가 세워지는 등 확 바뀌어 버렸다. 물론 사우스 비치에서 살았던 유태인 노인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만 했을 것이다.

<Miami Vice>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지, 매니아들이 만들어 계시한 유튜브 영상이 널려 있다. 얼마 전 아마존에 책 몇 권을 주문하면서 <Miami Vice> 전편 DVD를 같이 샀는데, DVD 20장으로 구성된 것이 35달러밖에 하지 않았다. 틈틈이 한가할 때 한편씩 볼까 한다. <Miami Vice>에 나온 돈 존슨과 필립 토머스는 그 후 별다른 큰 배역을 맏지 못했다. 1949년생으로 나와 비슷한 나이인 이들은 <Miami Vice>에 나온 소니와 리코로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Miami Vice> 초기에 단역으로 한 번씩 잠시 나왔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이들이 배우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Vice Squad 배역 사진 : 소니 역 Don Johnson, 트루디 역 Olivia Brown, 형사반장 역 Edward Olmos (멕시코계), 스탠리 역 Michael Talbott, 리코 역 Phillip Thomas (카리브계), 지나 역 Saundra Santiago (쿠바계). 손드라 산티아고는 마이애미 대학을 졸업했다.

형사반장, 소니, 리코 역을 했던 세 사람은 은퇴를 했고, 80년대 대중문화를 그리워하는 나 역시 은퇴했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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