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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랭크 게리, 그리고 LA
작성일 : 2021-04-24 15:42조회 : 1,680
프랭크 게리, 그리고 LA
로스앤젤레스에 벙커 힐(Bunker Hill)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다. 시청이 있는 다운타운 서북쪽 구릉지대인데, 19세기 말에 우아한 고급주택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1930년대에 그곳에 살던 부유층이 베벌리 힐스 등으로 옮겨가고 임차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하이웨이가 건설되어서 교외와 도심 간의 교통이 편리해지자 엑소더스는 계속됐고 벙커 힐은 위험한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LA 시는 벙커 힐을 재개발하기로 하고 많은 지역을 불도저로 밀어서 없애 버렸다.
1980~90년대에 웰스파고, 캘리포니아 플라자 등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서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았으나 사무실이 넘쳐 나는 등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그런데 2000년 전후로 고층 콘도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콘도는 분양 아파트, 아파트는 민간기업형 임대아파트를 의미한다.) 주거지역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됐던 LA 다운타운에 부유한 사람들과 직장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이다. LA 사람들은 베벌리 힐스, 샌타 모니카, 멀리부 등 도심에서 하이웨이로 연결되는 제법 먼 곳에 있는 주택이나 저층 아파트/콘도를 선호했는데, 21세기 들어서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 즈음인 2003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The Walt Disney Concert Hall)이 준공됐다. 도심 가까운 벙커 힐에 세워진, 구겐하임 빌바오를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LA 도심의 아이콘이 됐다. 월트 디즈니 재단이 기증한 돈을 기반으로 세워진 이 건물로 LA 도심이 확 바뀌고 말았다.
프랭크 게리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바로 건너편 그랜드가(街)에 '그랜드‘(The Grand)라고 부르는 주상복합 건물을 세우고자 했다. 게리가 설계를 하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밋밋한 고층건물이 아닐 것임은 분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심의가 오래 걸려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서 2022년 12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39층 고층 콘도와 20층 아파트 · 호텔 건물인 그랜드가 준공되면 월트디즈니 콘서트 홀과 더불어서 LA 다운타운을 빛낼 것이다.
아래 사진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그리고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그랜드’가 완성된 후 거리 모습을 그린 조감도이다. ‘그랜드’ 사진은 프랭크 게리 건축회사가 공개한 것이다. ‘그랜드’가 완성되면 그야말로 LA의 아이코닉한 주소가 될 것이다. 게리의 나이가 90세가 넘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프로젝트는 LA에서의 게리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리는 자신을 키워준 LA의 도심에 자신의 철학을 담은 건축물을 남겨서 영원히 기억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로 말도 많았던 벙커 힐 재개발은 화려한 빛을 발하게 됐다.
도시는 도시다워야 하고, 자연은 자연다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한답시고 자연을 망쳤고, 재건축 재개발을 틀어막아서 집값을 올리고 도시 발전을 저해시키고 말았다. 자연과 도시를 모두 망친 것이다. 한심하고 창피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여유있게 LA에 머물렀던 때는 2005년 봄이었다. 그 때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밖에서 보았고, 새로 지은 게티 뮤지엄을 가 보았다. 몇 년 내에 LA에 다시 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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