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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병제와 징병제
작성일 : 2021-05-09 19:53조회 : 1,551
모병제와 징병제
최근 모병제가 진보의 아젠다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칼럼이 화제가 됐다. 맞는 이야기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진보가 모병제를 들고 나오면 아예 군대를 없애자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2019년 10월 10일자 <TIME>에 ‘징병제 도입이 항구적인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이유(’Why Bringing Back the Draft Could Stop America’s Forever Wars')라는 흥미있는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은 엘리옷 애커만(Elliott Ackerman)이 쓴 것이다. 1980년생인 애커만은 터프츠 대학을 나오고 해병장교로 임관되어 8년간 근무하면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웠다. 그는 치열했던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전투에서 해병 소대를 이끌고 싸웠다. 팔루자 전투는 1968년 베트남 후에 전투 후 첫 시가전으로 미 해병 1사단이 치렀다. 그는 은성무공훈장 등을 받고 전역해서 소설가로 전업을 했는데, <Places and Names>란 참전 회고록을 내서 좋은 평을 얻었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 사병들의 낮은 사기와 전투력에 대한 실망, 그리고 드높은 반전(反戰) 여론에 부응해서 닉슨 대통령은 1973년에 징병제를 철폐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초창기 모병제 미군은 질적 저하가 심각했다. 하지만 콜린 파월, 아놀드 슈어츠코프, 안토니 지니 등 탁월한 지휘관들 덕분에 10여년이 지나 전원 지원병으로 운영되는 미군은 유능한 전문적인 군대로 발전했다. 1991년 걸프 전쟁, 2001년 아프간 침공, 그리고 2003년 바그다드 침공 때 미군은 프로페셔널 군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군대가 지원병으로 구성되다 보니 일반국민은 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미국민의 절반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전쟁에 무관심해 졌다. 테러와의 전쟁이 20년 째 들어서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하게 된 것도 모병제 군대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9-11 후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하기 위해 징병제를 부활시키고 전쟁세(war tax)를 부과했더라면 테러와의 전쟁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자식과 남편 아내를 전쟁터에 보낸 1% 미국민의 전쟁이 되고 말았다.
애커만은 'reverse engineered draft'을 도입하자고 제시한다. 국방부는 전체 징집자원의 5%인 65,000명 정도를 징집해서 통신, 의무, 수송 같은 지원병과에 2년간 근무토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전체 소득기준에서 부유한 가족 순으로 그 아이들을 남녀 구분 없이 징집해서 보병 포병 기갑 같은 전투부서의 전문병력으로 배치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영향력 있는 가정이 군대와 전쟁을 자기들 문제로 생각할 것이며, 이런 젊은이들이 세상을 크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에는 대학/대학원 연기 등으로 인해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이 주로 징집되었던 것과 반대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병역을 한 젊은이들은 GI 장학금 등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징병제를 이렇게 운영하면 지원병 군대가 갖고 있는 전투능력이 저하할 될 것을 우려하는 군 지휘관들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커만은 징병제를 한다고 해서 징집된 군인이 군대의 다수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의 69%는 장교와 준사관, 그리고 자원해서 입대한 병사였다. 베트남에 참전한 미군 중 징집된 사병은 전체 파병 병력의 25%에 불과했다. 애커만은 무엇보다 징병제가 새로운 전쟁을 하려는데 대한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Draft is the barrier to entering new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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