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27년 동아일보 신축낙성식

작성일 : 2021-06-22 13:01조회 : 1,407

1927년 동아일보 신축낙성식

지금은 일민미술관 건물로 사용하는 동아일보 건물은 1926년 12월에 준공됐다. 원래는 3층 건물인데, 1962년에 2층을 증축해서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이 사용해 왔다. 방송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문을 닫고 신문은 1990년대 들어 충정로 사옥으로 이사했다가 원래 사옥 뒤 좁은 대지 위에 높이 올라간 현 건물로 들어와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한 복판은 세종로 네거리인데, 바로 그 한 모퉁이에 일제 강점기 초기에 그런 모던한 신문사 사옥을 지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 수도에 가도 신문사가 그렇게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경우를 보기는 어렵다.

4.19가 일어난 1960년, 나는 지금은 종로구청이 자리 잡은 곳에 있던 수송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3학년이었다. 수송초교는 광화문 4거리와 지척 거리에 있어서 그 곳은 우리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프레스센터 자리에 서울신문사가 있었는데, 4.19 와중에 시위대가 이승만 정권 신문이라면서 불태워 버렸다. 나는 처참하게 불탄 서울신문사 모습을 보았다. 그 광경은 광화문 4거리에 우뚝 서있는 동아일보의 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원래의 동아일보 건물 낙성식에 관한 기사는 1927년 4월 30일자 동아일보에 나와 있다. (제목만 검색이 되어서 기사를 볼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4월 29일에 낙성식을 했을 것 같다.

사옥 낙성을 기념해서 동아일보는 낙성식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에게 순은(純銀)으로 만든 작은 술잔을 증정했다. 그런 사실은 동아일보 사사(社史)에 나와 있다. 그 술잔 2개를 내가 갖고 있다. 당일 행사에 참석했던 외조부(고희동)가 갖고 있던 것을 오래 전에 막내딸인 나의 어머니에게 주셨고, 그것을 어머니가 나에게 주셔서 내가 갖고 있다. 동아일보 측도 이 술잔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술잔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新築落城紀念
造士與時
東亞日報社謹呈

‘造士與時’는 “선비에게는 때가 있다”라는 뜻이라 한다. 여기서 선비(士)는 기자뿐아니라 대중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당시의 지식인 집단을 의미한 것이 아닐까 한다. 참고 일하면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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