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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재클린 케네디

작성일 : 2021-08-11 20:56조회 : 1,574

박근혜와 재클린 케네디

2013년 7월 말, 박근혜 대통령은 거제도 부근에 있는 저도(猪島)를 방문해서 휴가를 보내고 이례적으로 사진과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공개했다. 1979년에 청와대를 떠난 후 33년 반 만에 청와대로 돌아왔으나 새로 지은 청와대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청와대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여름이면 박정희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저도는 35년 전이나 똑 같았으니 특히 감회가 깊어서 그런 글과 사진을 공개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암살되면 그 배우자와 가족이 겪는 충격은 상상을 벗어난다.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인데, 살아왔던 대통령 관저를 비워야 하는 것 또한 큰 충격이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에 재키가 겪은 일도 그러했다. 재키는 백악관을 사랑했다. 백악관은 실로 오랜만에 젊은 안주인을 만났고, 재키는 민간 모금을 통해서 백악관 내부를 우아하게 바꾸는 중이었다. 케네디가 죽은 후 재키와 두 아이는 두 주일간 백악관에 머물면서 이사를 준비했고, 친지 집에 잠시 머물다가 워싱턴의 조지타운에 집을 사서 1년 동안 살았다. 그 후 재키는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아파트를 구매해서 그곳에 살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센트럴 파크를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최고의 전망을 가진 그 아파트를 재키는 좋아했다. 재키의 사진을 찍으려는 파파라치들이 이 아파트 주변을 맴돌았다.

재키는 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신뢰했다. 1968년에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재키는 무척 좋아했다. 그 즈음 재키는 지나가는 말로 로버트 케네디에게 “우리는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거지?”라고 물었는데, 옆에 있던 로버트 케네디의 부인 에델이 재키에게 “우리가 누구야?”(What do you mean by 'we'?)라고 되물었다. 그 말을 들은 재키는 할 말을 잊었고, 로버트 케네디는 묵묵히 듣고 만 있었다. 재키가 얼마나 백악관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에 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백악관에 따라 들어가는 줄로 생각을 했겠는가.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는 선거 운동을 시작한 후 몇 달만인 6월 초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암살되고 만다.

재키는 시동생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지만 박근혜는 여하튼 자기 힘으로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힘들게 다시 들어간 청와대에서 그 모양으로 정치를 하더니 지금 이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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