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키, 마샤스 비냐드

작성일 : 2021-08-12 17:08조회 : 1,636

재키, 마샤스 비냐드

매사추세츠 케이프 코드(Cape Cod)는 한번은 가 볼만한 곳이다. 여름철은 휴가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교통체증이 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케이프 코드와 그 앞에 있는 낸터킷(Nantucket) 섬은 한때 북대서양 고래잡이의 기지이기도 했다.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은 낸터킷에서 시작한다. 낸터킷 섬이 보이는 해안에 히아니스 포트(Hyanins Port)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케네디 컴파운드’(Kennedy Compound)라고 부르는, 존 F. 케네디의 부친인 조지프 케네디(Joseph Kennedy 1888~1969)가 세운 거대한 저택이 있다.

좋지 않은 소문이 무성한 방법으로 거부(巨富)가 된 그는 주영 미국 대사와 증권거래위원장을 지냈고, 아들들을 정치적으로 성공시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존 F. 케네디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곳도 그 저택이었다. 히아니스 포트에서의 추억을 갖고 있는 재키는 케이프 코드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히아니스 포트에서 보면 왼쪽에 낸터킷 섬이 보이고 오른쪽에 마샤스 비냐드(Martha's Vineyard) 섬이 보인다.

마샤스 비냐드에는 부유층의 저택이 즐비하고 여름철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오나시스가 죽은 후 자신의 상속분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온 재키는 대서양에 접한 땅 340 에이커를 구입했다. 재키는 저명한 건축가로 하여금 저택을 설계토록 했고, 자기가 퍼스트레이디일 적에 백악관 인테리어를 맡겼던 레이철 멜런에게 내부공사를 맡겼다. 재키가 그리던 꿈의 하우스는 1981년에 준공됐고, 재키는 자기의 왕국을 ‘레드 게이트 팜’(Red Gate Farm)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재키는 암에 걸려서 불과 10년 정도만 자신의 왕궁을 즐길 수 있었고, 이 방대한 토지와 우아한 저택은 캐롤라인과 존 2세에게 상속되었다.

1999년 7월 16일 밤, 당시 39세이던 존 케네디 2세(John F. Kennedy, Jr. 1960~1999)는 뉴저지의 공항에서 부인 및 처형(妻兄)와 함께 경비행기를 조종하고 이륙해서 마샤스 비냐드로 향했다. 하지만 존 2세는 야간비행에 미숙했는지, 마샤드 비냐드를 몇 마일 앞두고 실종되어 버렸다. 며칠 후 미 해안경비대는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 동체와 세 사람의 시신을 인양했다. 이렇게 해서 케네디 가문의 적자(嫡子)와 재키를 연상시켰던 그의 아내는 사망했다.

평소에 재키는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 캐롤라인이나 존 2세가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매우 걱정했다. 재키가 죽은 후 5년이 지나서 존 2세가 이런 사고를 당했으니 그런 비극은 피했다. 하지만, 재키가 사랑했던 마샤스 비냐드로 향하던 중 존 2세가 죽었으니 이 또한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마샤스 비냐드에 있는 재키의 저택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들르는 성지(聖地)처럼 됐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중 마샤스 비냐드를 자주 방문했다. 클린턴이 마샤스 비냐드에서 월트 휘트먼의 시집 'Leaves of Grass'를 사서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여자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선물로 주었음이 특검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마샤스 비냐드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롤라인 케네디를 주일 대사로 임명했고, 퇴임 후에 마샤스 비냐드에 자신의 별장을 마련했다.

2019년, 캐롤라인 케네디는 레드 게이트 팜 전체를 650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그 가격에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나오지 않자 야생자연을 보전하는 민간 재단 2곳이 2700만 달러를 주고 저택이 있는 95에이커를 제외한 토지 245 에이커를 구입하기로 했다. 두 재단은 자연생태를 보전해서 일반에 개방하는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재키가 사랑했던 저택과 주변은 캐롤라인 케네디가 소유하고 있다.

(나는 2000년대 초 케이프 코드에 있는 우즈홀 해양연구소에 있었던 학술회의에 참석했을 때 마샤스 비냐드를 둘러 본 적이 있다. 존 2세가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호텔과 식당에서 모두 그 이야기를 했다.)

- 사진은 재키가 사랑했던 마샤스 비냐드 저택. 존 2세 사망을 전한 타임지, 2013년 주일 대사로 부임한 캐롤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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