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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작성일 : 2021-08-15 11:51조회 : 1,648

휴스턴

유학을 한 뉴올리언스와 마이애미 외에 몇 개월이라도 살아 본 미국 도시는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이다. 워싱턴 DC 서북쪽 조지타운과 그 주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산타모니카는 한번 쯤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동네다.

다른 사람 집에 초대 받아서 가 본 경우로는 샌프란시스코 높은 지역에 자리 잡은 어느미국기관장의 집이 인상 깊었는데, 샌프란시스코 베이가 한눈에 들어 오는 야경(夜景)이 장관(壯觀)이었다. 민주당의 열렬한 진보 정치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살고 있는 집도 그 근처일 것이다. 환경과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신축을 사실상 금지시켜 놓아서 공급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곳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21세기 들어서 집값이 폭등한 지역은 대개 이런 곳이다.

미국의 대도시로 토지규제법 즉 Zoning Law가 없는 도시가 텍사스 휴스턴이다. 휴스턴은 뉴욕, LA, 시카고에 이어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고 성장 속도가 빠른 도시이다. 휴스턴은 광활한 평지에 자유롭게 건축을 할 수 있으니 도심은 고층 건물이 빽빽하고, 주택 수요가 있으면 복잡한 규제가 없이 고층 콘도(분양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를 지으니까 집값이 올라갈 이유가 없다. 고급 아파트가 뉴욕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턱없이 싸고, 중저가 아파트도 공급이 풍부해서 주택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시장 원리에 따라 주택가격이 안정되어 있고, 사무실 공급도 풍부하니까 사람도 회사도 몰려오게 된다.

휴스턴 도심에서 약간 서남쪽으로 가면 공원이 나오고 유명한 앤더스 암 센터 등 거대한 병원 콤플렉스가 나온다. 몇 개 의과대학 캠퍼스와 종합병원으로 이루어진 엄청난 메디칼 단지는 하나의 도시처럼 보인다. 부근에는 명문 사립대학인 라이스 대학(Rice University) 캠퍼스가 있고 박물관과 동물원이 들어서 있다.

여기가 하원 텍사스 제7지역구로 1966년에 조지 H. W. 부시가 당선된 지역이다. 부시는 당시에는 민주당의 아성이던 휴스턴 중에서 교육수준이 높고 부유한 이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되어서 주목을 받았다. 레이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 비서실장, 재무장관,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도 이 지역 출신이고, 라이스 대학에는 그를 기리는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가 있다.

라이스 대학 부근에 새로 지은 럭서리 고층 콘도(분양아파트)가 침실이 세 개 있는 실평수 90평인 것이 1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억 원이다. 야외 수영장이 있고 24시간 로비에 안내/경비가 있는 고급 콘도이지만 이처럼 가격은 합리적이다. 다만 투자가치는 없을 것인데, 가격이 오르면 그 옆에 새 콘도가 또 생겨날 테니까 말이다.

민주당 최고 현역 원로이자 진보 정치인인 낸시 펠로시가 샌프란시스코 최고급 최고가 주택가에 살면서 환경 경관 보호를 주장하고, 공화당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임스 베이커가 토지규제가 없어서 집값이 싼 휴스턴에 산다는 것 자체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진보의 지성인이라는 랠프 네이더와 노엄 촘스키가 엄청난 부자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투기가 생긴다고 주택 공급을 끊어버린 바보들은 휴스턴을 한번 다녀오기를 권한다.)

사진은 (1) 라이스 대학 베이커 연구소 내부. 제임스 베이커가 연설을 하고 있다. (2) 앤더슨 암센터 등 휴스턴 메디칼 단지. (3) 라이스 대학 근처 고급 콘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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