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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드니 포이티어
작성일 : 2022-01-08 20:29조회 : 1,553
시드니 포이티어
흑인 배우로 한때 명성을 떨쳤던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L. Poitier 1927~2022. 1. 6.)가 엊그제 사망했다. 바하마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해서 큰 키와 빼어난 양복차림의 흑인 배우로 유명했고 말년에는 일본 주재 바하마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1967년에 나온 영화 3편, ‘To Sir, with Love’, ‘Guess Who's Coming to Dinner’(‘초대 받지 않은 손님’), 그리고 ’In the Heat of the Night‘(’밤의 열기 속에서‘)으로 기억될 것이다.
1967년에 나는 고등학교 1년이었는데, ‘To Sir with Love'는 룰루(Lulu)가 부른 노래를 많이 들었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과 ‘밤의 열기 속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68년에 영화관에서 보았다. 세편의 영화에서 시드니 포이티어는 고교 교사, 저명한 의학자, 그리고 필라델피아 강력계 형사로 나온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에는 당대의 거물 배우인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이 부유한 부부로 나오고 그 딸이 우연히 만난 스펙이 매우 좋은 흑인 의사(시드니 포이티어)와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이를 두고 벌어지는 미묘한 반응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밤의 열기 속에서’는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백인 보안관(로드 스타이거)이 처음 보는 흑인(시드니 포이티어)을 수상하게 여기고 체포하려 하나 그가 필라델피아 경찰의 강력계 형사임을 알고 오리무중인 살인 사건을 푸는데 도움을 요청하고, 유능한 대도시 흑인 형사가 인종편견이 가득한 남부 시골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스토리이다. 흑인을 멸시했던 백인 보안관이 열차편으로 떠나는 북부에서 온 흑인 형사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감사를 표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967년은 미국 의회가 ‘1964년 민권법’을 통과시키고 흑인들의 참정권 운동이 피크를 이루던 시점이었다. 1965년에 맬컴 X가 암살 당하는 등 당시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과 인종 갈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을 맡은 3편의 영화가 한 해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3편의 영화는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흑인이 성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흑인이 백인과 결혼하기 위해선 그 흑인이 성공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또 다른 편견을 담아냈다. 혼혈 결혼, 그리고 혼혈 흑인의 문제는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은 백인이고, 흑인 대법관 클라렌스 토머스의 부인도 백인이고, O. J. 심슨에 의해 피살됐다고 생각되는 그의 전 부인도 백인이었다.)
‘밤의 열기 속에서’는 동북부 백인들이 남부를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남부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린치가 196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이루어 졌음은 사실이지만 필라델피아 경찰 소속의 흑인 형사가 미시시피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남부의 낙후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강간과 낙태 등 어두운 모습을 그려냈으니 말이다. 동북부의 시각에선 미시시피는 주민이나 보안관이나 모두 화이트 레드넥(white redneck : ‘무식한 백인’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인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으로 본다면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을 한 ‘1967년 영화 3편’은 동북부 백인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해 남부의 백인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 1968년 대통령 선거에서 최남부(Deep South) 5개 주(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는 인종주의자인 제3당 후보 조지 월러스를 지지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남부 5개주가 민주당을 이탈한 데 힘입어서 공화당 후보 리차드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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