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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70년대 미국 <서울신문> 기고
작성일 : 2022-01-12 09:00조회 : 1,356
1970년대 미국 <서울신문> 기고
서울신문에 <1970년대 미국>을 주제로 한 달에 한번 씩 장기 기고를 하게 됐다. (아래 社告 참조. “필재(筆才)가 뛰어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금 미국을 알려면 70년대 미국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장기 연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세월이 격동과 변화의 시간이겠지만 1970년대 미국은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연구자나 필자를 보지 못했다.
나는 이제 할 일을 끝낸 편이고 다른 특별한 일도 없어서 그 시대에 관한 책도 읽고 정리해 보고자 했는데 지상(紙上) 연재의 기회를 갖게 돼서 감사할 따름이다. 첫 번 기사는 내일 월요일에 나가는데 1968년 1월 북베트남군의 구정 대공세로 시작한다. 지면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미처 못 쓴 이야기, 그리고 관련된 에피소드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페북에 올리려고 한다.
1970년에 대학에 들어간 나는 대학 4년과 대학원 2년, 그리고 군 복무 3년 반을 보냈으니, 1970년대 10년, 즉 나의 20대는 대학과 군에서 보낸 셈이다. 그리고 미국 유학 중 10.26과 12.12, 그리고 5.18을 멀리서 보았고, 1980년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가 로널드 레이건 에게 참패하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 정치와 세계 동향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1970년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보면서 성장했다고 할까...
1970년대 미국은 악몽(Nightmare)이라고 할 만한 세월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파리협정으로 끝을 맺었으나 그것은 베트남의 공산화를 받아드린 것이었으니 치욕적인 일이었다. 1970년대 미국 경제는 달러화 위기와 오일 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시간이었다. 1970년대는 데땅뜨(解氷)의 시절이기도 했다. 닉슨과 키신저는 중국과 대화를 시작했고 소련과도 대화를 확대했다. 그것은 공산권의 존재를 현실로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 함께 훼손되었다.
1970년대 미국은 워터게이트의 시간이었다. 백악관의 민낯이 여지없이 폭로되었을 뿐 아니라 성역(聖域)으로 여겨졌던 CIA, FBI 등 은밀한 정부 기관이 드디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중은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고 그러한 권위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됐다. 반면에 닉슨의 사임을 불러 온 언론과 연방사법부를 보다 신뢰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워싱턴 정치와 관계가 없던 지미 카터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카터는 경제와 대외 관계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이란에는 극단 이슬람 정부가, 중남미 여러 나라에는 반미(反美)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여기에 지친 미국인들은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렇게 해서 악몽과 같았던 격동의 1970년대는 끝이 났다.
1970년대는 스쿨버스 강제통학 같은 적극적인 인종통합 정책과 여성의 낙태권 등 적극적인 성(性) 평등 문제가 제기된 시대이기도 하다. 캐딜락을 타고 다니면서 아동복지 수당을 타먹은 ‘복지 여왕(Welfare Queen)’으로 상징되는 복지국가의 폐단,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 공공주택단지 폭파로 상징되는 주택복지의 진면목이 드러난 시대이기도 하다. 베트남 전쟁 실패와 징병제 철폐 후의 미군의 실상이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의 실패로 드러난 시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을 흔히 ‘Morning in America'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악몽과 같은 1970년대를 극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1980년대는 1992년 대선에서 전후(戰後) 세대인 클린턴이 당선됨으로써 끝이 난다. 그리고 번영과 평화의 1990년대가 열리는데, 그 좋았던 시간은 9.11 테러로 갑자기 끝나고 만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1993년에 나는 정교수가 됐고, 9.11 테러가 발생하던 때에는 법과대학 학장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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