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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든 존슨과 그의 사위 찰스 로브

작성일 : 2022-01-12 09:13조회 : 1,829

린든 존슨과 그의 사위 찰스 로브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68년 4월 1일 만우절, 우리나라 신문 1면은 ‘존슨 대통령 북폭(北爆) 중단, 재선 포기’로 크게 다루었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긴급뉴스였다. 미국 시간으로 3월 31일 존슨 대통령은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 중단을 명하고 협상을 제안하고 자기는 그해 11월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존슨은 이 발표를 하면서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 누구와도 사전에 의논을 하지 않았다.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 1916~2009) 국방장관이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사임을 하자 존슨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클라크 클리포드(Clark Clifford 1906~1998)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고 베트남 전쟁의 방향에 대한 정부와 군의 의견을 조율해 보도록 지시했다. 클리포드 장관은 더 이상 지상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정리를 하고 베트남 주재 미군 사령관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William Westmoreland 1914~2005) 대장의 지상군 20만 증파(增派) 요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클리포드 장관도 존슨 대통령이 3월 31일에 그런 폭탄선언을 할 줄은 몰랐다. 딘 러스크(Dean Rusk 1909~1994) 국무장관과 월트 로스토우(Walt Whitman Rostow 1916~2003) 안보보좌관도 전혀 사전에 통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워싱턴 정가(政街)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만우절에 나온 가짜 뉴스인줄 알았다.

존슨이 그런 결심을 한데는 가족의 영향이 컸고, 그런 결심을 발표하기 전에 의논을 한 사람은 부인과 두 딸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존슨은 부인 버드 여사와의 사이에 딸 둘을 두었는데, 두 딸은 백악관에서 부모와 같이 살았다. 그 중 큰 딸 린다(Lynda Johnson 1944~ )는 백악관에 파견 나와 있는 키가 크고 인물이 좋은 해병장교와 사랑에 빠졌다. 그 해병장교는 찰스 로브(Charles Robb 1939~ ) 대위였다. 찰스 로브는 버지니아에서 자랐고 위스콘신 대학을 졸업한 후 해병장교학교에 입학해서 1961년에 소위로 임관을 했다. 대위가 된 후 백악관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중 린다와 사귀게 되어 1967년 12월 9일,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사진 1)

언론은 오랜만에 백악관에서 열린 결혼식을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백악관 밖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으니 결혼식을 하는 대통령 가족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언론은 자연히 대통령의 사위인 로브 대위가 베트남을 가느냐를 지켜보았고, 해병대 사령부는 로브 대위를 베트남으로 보내기로 했다. 3월 30일, 로브 대위는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해병 1사단 본부기지인 캠프 펜들턴에 린다와 함께 도착했다. 린다는 베트남 파병 부대로 들어가는 남편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다시 워싱턴으로 향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린다는 어머니 버드 여사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 존슨 대통령은 이런 딸과 부인을 보고 다음날 중대 결정을 내렸다.

베트남에 도착한 찰스 로브 대위는 보병 중대장으로 일선에서 전투에 참여했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으로 떠나는 사위에게 녹음기를 전해 주면서 시간이 날 때 베트남 전방의 실제 상황을 녹음해서 자기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해 7월 말, 백악관은 존슨 대통령이 사위가 보내온 녹음 테이프 육성을 듣는 모습을 공개했다. 존슨은 지친 모습이 완연했다.(사진 2)

존슨 대통령은 퇴임 후 텍사스 스톤월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은퇴했다.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덜기 위해 존슨은 담배를 많이 피웠고 퇴임 후에도 그러했다. 그는 담배가 없으면 불안해서 못 견딘다면서 의사의 금연 권고를 듣지 않았다. 존슨은 1973년 1월 23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64세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베트남 전쟁을 기획한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 1919~1996) 전 안보보좌관은 그 후 포드 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은 세계은행 총재를, 그리고 딘 러스크 전 국무장관은 조지아 대학 교수를 지냈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번민(煩悶)의 세월을 보냈다.

한편, 존슨 대통령의 사위 찰스 로브는 베트남에서 훌륭하게 근무하고 본국으로 돌아와서 1970년에 전역을 했다.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UVA) 로스쿨을 다녀서 3년 후에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그는 민주당 후보로 선출직에 도전해서 1979년부터 4년간 버지니아 부지사를 지냈고, 1982년부터 86년까지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버지니아는 주지사 연임이 금지되어 있어서 2년을 쉰 후 1988년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이 되어 3선을 한 후 2001년 초에 은퇴했다. 그가 정치인으로 성공한데는 대통령의 사위임에도 베트남 전쟁에서 해병 중대장으로 참전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찰스 로브는 대통령의 사위로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드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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