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은사(泉隱寺)

작성일 : 2022-01-14 19:42조회 : 1,331

천은사(泉隱寺)

정청래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어서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민주당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양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선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등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을 들어가기 위해선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데, 등산 등 목적으로 절을 통과하는 경우에도 관람료를 내야 해서 불만을 야기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17대 국회 마지막 순간에 여야 합의로 국회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관계 당사자인 조계종과 협의한 바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다.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사찰 관람료는 사찰이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 무책임했다.

이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곳은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목에 있는 천은사였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등산객들 사이에 민원이 가장 많아서 한동안 천은사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불미스런 단어가 같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천은사 입장료 문제는 2019년에 해결이 됐다.

천은사 입장료 문제는 사찰측에서 볼 때에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측면이 있었기에 국립공원공단과 구례시, 그리고 지리산을 지키려는 시민단체 사이에서 꾸준히 의견을 교류하고 고민을 해 왔다. 내가 20대 국회 환노위에 있을 때도 의원실 주최로 지리산 국립공원을 여러 번 다루었는데, 천은사 입장료 문제도 논의한 바 있었다.

그러던 중 천은사의 본사인 화엄사에 덕문 스님이 주지스님으로 부임해 오시고, 천은사에는 종효 스님이 주지스님이 부임해 오셨다. 두 분 큰 스님은 천은사 입장료 문제를 더 이상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국립공원공단과 구례군, 그리고 전라남도와 협의를 거쳐 천은사 입장료를 폐지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2019년 4월 말에 이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그리고 구례군은 천은사의 사업을 보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당시 환경부 박천규 차관은 고향이 구례라서 애정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었기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4월부터 지리산 등산객들의 민원사항이 해결되었으니 통쾌한 일이었다. 전국의 모든 사찰이 보조를 맞추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천은사부터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물론이고 지리산을 사랑하는 시민단체도 모두 두 분 스님께 찬사를 보냈다. 20대 국회 환노위에서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의원은 홍영표, 한정애, 신창현 그리고 나였는데, 우리는 문희상 국회의장께 두 분 스님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공로장이라도 증정해야 한다고 부탁을 드렸고, 문희상 의장도 흔쾌히 동의를 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초가을에 내가 국회의장 공로장을 들고 구례 천은사를 찾아가서 전달해 드렸다.

나는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에 경상북도와 구례를 자주 들렀다. 경상북도는 영양·청송 풍력 반대, 봉화 석포제련소 감시, 영주댐과 내성천 녹조 감시 등으로 자주 갔으니 ‘싸우기 위해’ 간 셈이다. 구례에는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와 반달곰 보전 등을 다루는 모임에 참석하고자 자주 갔었다. 그래서 지리산 국립공원 사무소 직원들과도 친숙하게 지냈고 구례가 푸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020년 여름에 구례에 큰 홍수가 나서 피해가 났을 때 너무 놀라고 가슴 아팠다.

- 사진은 2019년 9월 초 구례 천은사. 왼쪽이 천은사 종효 주지스님, 오른 쪽이 화엄사 덕문 주지스님을 대신해서 오신 스님,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은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 전, 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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