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83년 G-7 정상회의

작성일 : 2022-01-20 13:06조회 : 1,389

1983년 G-7 정상회의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이 준비해 놓은 브리핑 문건을 열어 보지도 않은 채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리는 G-7 경제정상회의에 참석한 레이건 대통령은 어떻게 됐나? 1983년 5월 28~30일간 열린 제9차 G-7 회의는 미국과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혁혁한 외교적 승리였다.

미국은 신형 중거리 핵 미사일 퍼싱(Pershing II)을 서독에 배치하려고 했는데, 서독 내에서 반대운동이 일었고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도 이에 부정적이었다. 레이건은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나카소네 일본 총리, 그리고 헬무트 콜 서독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미온적인 미테랑 대통령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설득해서 이를 관철시켰다. 그해 말부터 퍼싱 II는 서독에 배치됐고, 퍼싱 II의 위력 앞에 결국 고르바쵸프는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 감축 협상에 나서게 된다. 미국의 강경책이 소련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서게 했던 것이다.

윌리엄스버그 정상회의는 ‘경제회복에 관한 선언문(’Declaration on Economic Recovery)을 채택했다. 인프레와 실업을 극복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레이건의 경제철학이 앞 부분에 담겨있는 이 선언문은 GATT의 무역 자유화를 증진할 새로운 협상을 성취할 것이며, 서비스 교역과 하이테크 교역의 중요함을 강조해서 뉴 라운드 개최에 대한 7개국의 합의를 확인했다.

회의를 앞두고 공부를 안했다고 자신의 비서실장한테 핀잔을 들은 레이건이지만 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서 미국은 원하는 바를 모두 얻어냈다. 그래서 레이건을 가까이 보좌한 사람들은 레이건을 ‘미소 짓는 사자’(Smiling Lion)로 비유했다. 모든 사람을 미소와 유머로 대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얻어낸다는 의미이다. (사자는 사냥할 수 있는 것만 확실하게 잡아서 먹으며, 멀리 있는 동물을 잡겠다고 괜히 달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윌리엄스버그 회의를 토대로 1985년 11월, GATT 체약국회의는 새로운 다자협상, 즉 뉴 라운드를 개시할 것을 의결했고, 1986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통상장관회의는 뉴 라운드 협상 개최를 재확인했으며, 그해 9월 우루과이의 푼타 델 에스티에서 새로운 협상, 즉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됐다. 서울에서 열린 세계통상장관회의에서 뉴 라운드 협상을 시작하는 회의를 서울에서 여는 것이 어떠냐는 말도 있었으나 아시안 게임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남미의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우루과이의 휴양지에서 회의가 시작됐고, 그래서 ‘우루과이 라운드’로 불리게 됐다.(서울에서 열었다면 ‘서울 라운드’가 됐을 것이다.)

(1980년대 초 서독에서 퍼싱 II 미사일 배치 반대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녹색당 당수 페트라 켈리와 그녀의 남편으로 ‘평화를 위한 장성들의 모임’을 이끌었던 게르트 바스티안이었다. 독일이 통일된 후 3년이 지난 1992년 10월, 두 사람의 부패된 시체가 자택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은 바스티안이 켈리를 권총으로 쏜 후 자살했다고 밝혔다. 나중에 확인된 동독 비밀문서에 의하면 바스티안은 동독 비밀경찰 슈타치의 돈을 받고 활동한 공작원이었다.)

-사진은 1983년 5월 윌리엄스버그 정상회의에 참석한 7개국 지도자와 EC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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