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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77년에 겪었던 일

작성일 : 2022-02-05 08:40조회 : 1,164

1975~77년에 겪었던 일

나는 학교를 없애거나 이전하는 문제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이 학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아예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1975년 2월, 내가 대학원 1학년을 마치고 서울법대는 동숭동 캠퍼스를 버리고 멀고 먼 관악 캠퍼스로 이사를 갔다. 대학원 2년차를 관악을 다녔지만 당시에는 법대 독자건물도 없이 궤짝처럼 연결되어 있던 건물 하나가 법대였다. 석사학위를 관악 캠퍼스에서의 첫 졸업식에서 했지만 관악 캠퍼스는 지금껏 정(情)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내가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하고 군 입대를 앞두고 있을 때인 1976년 2월 말, 화동 1번지에 있던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경기중학교는 1971년 중학교 무시험으로 폐교됐고, 입학시험을 마지막으로 보고 들어온 경기고 학생들은 1976년 2월에 화동에서 졸업식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았던 경기고는 1976년 2월로 끝난 것이다.

내가 입대해서 훈련을 받고 있을 적인 1976년 6월, 나의 모교인 수송국민(초등)학교 건물에 불이 나서 제법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더니 1977년 2월, 문교부는 수송국민학교를 아예 폐교해 버렸다. 서울 도심에 인구가 줄어드니까 화재를 복구하기 보다는 아예 폐교를 하고 학생들은 주변 다른 학교로 분산시켜 버렸다. 이렇게 해서 덕수국민학교와 더불어 명문 초등학교로 명성이 높았던 나의 모교는 아예 사라져 버렸고 건물은 종로구청이 쓰고 있다. (1960년대에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을 때 경기중학교 합격생을 많이 낸 학교 1위가 덕수, 2위가 수송이었다. 덕수는 신문로 등 부촌이 학구(學區)여서 고관대작과 부유층 아이들이 많았고, 수송은 수송동 도렴동 내수동이 학구여서 중산층 아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해서 나는 1975년~77년 불과 2년 만에 내가 다녔던 모든 학교가 아예 없어지거나(수송), 다른 데로 이사를 가서 건물은 있되 용도가 바뀌거나(경기), 건물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 버리는(서울법대) 황당한 일을 겪고 말았다. 게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나 세종로 큰길을 멋대로 바꾸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경우도 고향을 잃어 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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