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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와 용병 거래

작성일 : 2022-02-11 08:19조회 : 1,153

단일화와 용병 거레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저마다 자기와 단일화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지지도도 저조한 후보에 목메고 있는 두 정당도 꼴불견이지만 만일에 그동안 ‘새정치’를 외쳤던 사람이 합종연횡 시장(市場)에 나와 있다면 그 역시 한심한 일이다.

정당,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있는 정치는 철학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정당 그 자체도 시간에 흘러감에 따라 색깔이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정당이 그동안 ‘새정치’를 외쳐왔던 사람을 상대로 서로 미끼를 던지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한국 정치의 막장 중의 막장이 아닐 수 없다. ‘단일화’라고 부르는 한국 정치 특유한 현상의 막장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사자도 당사자이지만 단일화를 압박하는 언론의 기사와 칼럼, 또 그와 똑 같은 주장을 하는 이른바 평론가 또는 논객들의 논지는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런 것을 ‘정치공학’이라고 부른다면 공과대학 교수들이 공학을 모욕했다고 항의를 할 만하다.

미국 독립 당시 혁명군(대륙군 Continental Army)을 이끌던 조지 워싱턴은 힘든 고비를 많이 넘겨야 했다. 민병대로 구성된 혁명군은 군기를 세우기 어려웠고 보급도 부족했고 병사에게 줄 급여도 늘 부족했다. 혁명군을 지휘하기 전에 조지 워싱턴은 인디언과 전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워싱턴은 인디언이 포로를 학살할뿐더러 돈을 받고 싸움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미국 독립전쟁 직전에 있었던 프렌치 캐나다 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저마다 인디언 부족들을 돈으로 사서 그들의 용병으로 동원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인디언에게 무기와 돈을 주고 싸움을 시키는 것이 매우 효과적임을 알았다.

아메리카 식민지가 독립을 선포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영국은 영국군 외에도 독일 헤센 군대 3만 명, 그리고 체로키, 이로코아 등 인디언 부족 13,000명에게 돈을 주고 영국군의 용병으로 동원했다. 헤센 군대와 인디언 부족군은 용맹했을 뿐더러 잔학해서 대륙군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초기에 열세에 있었던 독립군은 결국 승리를 거두었고 조지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이 됐다. 독립전쟁을 거치는 동안 조지 워싱턴은 인디언은 믿을 수 없고 잔학하다는 나쁜 인식을 보다 확실하게 갖게 됐다. 조지 워싱턴의 그런 선입견은 그 후 미국을 이끌어 간 대통령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요즘 ‘단일화’를 둘러싼 모습을 보고 인디언 부족을 상대로 돈과 무기와 탄약을 들고 협상을 하던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을 연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단일화 조건으로 총리니 내각 자리를 갖고 거래를 하는 모습이나 무기와 돈을 들고 인디언을 매수하는 것이나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 사진 : 미국 독립 전쟁 당시 헤센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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