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준석과 안철수

작성일 : 2022-02-11 08:35조회 : 1,237

이준석과 안철수

요즈음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마구 대하는 모습을 보자면 사람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잘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준석과 안철수가 처음으로 부딪쳤던 때는 2016년 4월 총선이었다. 노원 지역구에서 이준석은 새누리당 후보로, 그리고 안철수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왔는데, 안 대표가 3자 구도임에도 당당하게 당선됐다. 나는 당시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안 대표 지역구에 두 번인지 세 번인지 들른 적이 있다. 선거 직전 날 저녁 노원구 유세 때에는 나도 안 대표를 위해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는 현역의원들은 무슨 무슨 위원회니 본부장이니 하는데 임명했는데, 나는 그 결과가 뻔해 보여서 일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선거를 많이 치러본 역전노장 의원들은 젖혀 놓고 무슨 변호사니 컨설탄트니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 선거를 이끌고 가더니 ‘MB 아바타’ 파동을 일으켜서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비슷한 모습은 바른정당과 합당 과정에서 또 다시 벌어졌다.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누구 말을 들었는지 무리하게 합당을 추진해서 결국 많은 의원들이 이탈해서 민주평화당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의 법통을 가져간 바른미래당은 그 덕분에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고 보조금을 많이 받았으나 바른미래당은 단체장 선거에서 전원 낙선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호기 있기 서울시장 출마를 한 안철수는 김문수한테도 져서 3등을 하고 말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선 송파 지역구와 노원 지역구 보궐선거도 같이 치렀다. 송파는 최명길 의원이 선거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서, 그리고 노원은 안철수가 의원직을 괜히 사퇴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송파 지역구에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박종진 전 앵커가 지역위원장을 맡아왔고, 노원 지역구는 이준석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왔기 때문에 두 지역구는 박종진과 이준석을 당연히 공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송파에는 느닷없이 손학규 전 대표가, 그리고 노원에는 김 아무개 교수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안철수 측에서 미는 바람에 두 지역구 공천이 지연됐다.

손학규 전 대표가 스스로 불출마를 밝히자 후보 등록 마감 직전에 결국 박종진과 이준석이 공천을 받았다. 그 때 두 사람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었다고 한다. 제3당은 지역에 기반을 잡은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야 당선이 될까 말까 한데, 두 사람의 출마를 그렇게 방해했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결국 두 지역구에선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고, 이 과정을 겪은 유승민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러니 당사자인 이준석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후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로 유지되었는데, 선거 후에 엉망이 된 당을 뒤로 하고 외국에 가 있던 안철수가 돌아와서 손학규 대표한테 자기가 비대위원장을 할테니 당 대표에서 내려오라고 면전에서 요구했다. 기가 막힌 손학규 대표가 그것을 거부하자 안철수는 탈당을 했고 유승민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이준석은 새보수당을 창당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새보수당은 자유한국당과 합쳐서 미래통합당이 되어 선거를 치렀다.

이렇게 돌고 돌아서 이제는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어서 안철수를 가당치 않다는 식으로 마구 다루고 있으니 안철수는 곤혹스럽게 되고 말았다. 그러니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고, 하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다. 자나 깨나 안철수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허접한 글을 주문(呪文) 외우듯이 써대고 있는 정치평론가와 논설위원을 보면 나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을 모르는 것인지, 기억력이 나빠서 잊어버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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