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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68, 1976, 2000년 미국 대선의 교훈
작성일 : 2022-02-17 21:23조회 : 1,371
1968, 1976, 2000년 미국 대선의 교훈
휴버트 험프리는 존슨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지만 민주당은 유진 매카시와 조지 맥거번을 지지하는 젊은이들과 존슨과 험프리를 지지하는 전통파로 두 쪽이 난 상태였다. 험프리의 참모는 평화운동 세력을 껴안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 험프리에게 부통령직을 사퇴하고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험프리는 존슨을 배신할 수 없었고, 민주당의 반쪽이 냉담해 진 탓에 험프리의 지지도는 닉슨에 비해 현저하게 뒤지고 말았다.
험프리는 뒤늦게 베트남 전쟁 실패를 인정하고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닉슨이 이미 ‘명예로운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공언한 후라서 큰 효과가 없었다. 험프리가 기댈 곳은 대선 전에 존슨 대통령이 제안한 베트남 평화회의가 시작돼서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정권을 유지해야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뿐이었다. 이 시도는 거의 성공할 뻔 했으나 키신저가 그런 비밀을 닉슨에게 누설해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말년에 험프리는 자기가 당선되었다면 자기도 헨리 키신저를 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려고 했다고 되돌아보았다. 키신저가 얼마나 노회하고 기회주의적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케네디/존슨 행정부는 공산세력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국내적으로 인권정책을 추구한 ‘냉전 진보’('cold war liberal') 정권이었는데, 1968년 선거에서 그대로 좌초하고 말았다. 1968년 대선은 정권이 실패하면 그 집권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똑 같은 경우가 1976년 대선이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 백악관의 문제였고 공화당의 책임도 아니었고 닉슨이 사임한 후 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의 책임도 아니었다.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미 카터는 국정수행 능력 측면에서 제럴드 포드보다 뒤떨어짐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지만 미국민은 카터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2000년 대선도 그러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앨 고어 부통령과는 아무 관계도 없었지만 2000년 대선에서 고어보다 국정 경험이 부족하고 지적으로 뒤떨어져 보이는 조지 W. 부시가 당선됐다. 억울하게 낙선한 앨 고어는 클린턴한테 “당신 때문에 내가 떨어졌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부시는 그해 대선에서 도덕성과 교육개혁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9.11 전에는 자기가 전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8년 대선도 그러했다. 이라크 전쟁 실패와 경제위기로 인해 공화당은 훌륭한 경력을 갖고 있는 존 매케인을 후보로 내세웠음에도 맥없이 지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2012년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이 거의 궤멸 수준에 있었음에도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가 승리했음은 매우 드문 예외적 경우였다.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정책과 인물 면에서 차별화하면서도 기존 여권의 지지를 온전하게 가져갈 수 있었기에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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