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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린지 (2) : 1966~1967년
작성일 : 2022-03-24 09:29조회 : 1,276
존 린지 (2) : 1966~1967년
공화당 조직의 도움이 없이 시장에 당선된 린지는 뉴욕시를 과거와는 다르게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린지는 선거를 도운 젊은 보좌진을 측근 참모로 기용했다. 당시 뉴욕시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민주당 배후 파워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에 언론은 그런 린지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린지의 젊은 참모들은 복잡한 뉴욕시의 막후 권력 구조를 몰랐을 뿐더러 넓고 복잡한 뉴욕시의 사정도 알지 못했다.
린지가 취임하는 1966년 1월 1일 뉴욕 대중교통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해서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일시에 중단됐다. 퇴임하는 로버트 와그너(Robert F. Wagner II 1910~1991) 시장 임기 마지막 기간 중 노조와 시 당국 간의 임금 인상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자 뉴욕 전 지역의 대중교통이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거대한 도시 뉴욕은 대중교통이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노조는 파업을 통해서 존 린지를 실험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노조는 엘리트 대학을 나온 은수저 출신 시장과 외부에서 온 그의 젊은 참모들이 자신들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했다. 파업을 보는 린지의 시각에는 순진함이 있었다. 린지는 자신이 중간자의 입장에서 선의를 갖고 대처하면 노조와 타결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판이었다.
대중교통이 멈추자 시장도 고통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린지는 시청까지 한 시간을 걸어서 출근하면서 뉴욕은 ‘재미있는 도시’(Fun City)라고 말했다. 언론은 과연 지하철과 버스가 파업하는 뉴욕이 재미있느냐고 비꼬았다. 노조와의 협상 끝에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반영한 임금 인상이 결정됐고 2주일 만에 파업이 끝났다. 린지가 협상에 응함에 따라 공무원은 파업을 할 수 없다는 법률 조항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린지는 폭증하는 시 재정 적자에 대응해야 만 했다. 1965~66년 기간 중 4억 달러 적자가 발생했는데, 1966~67년도에는 6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린지는 공무원 신규채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복지 지출을 증가시켰다. 린지는 뉴욕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연방 예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뉴욕 주 출신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마저 린지의 요청이 비현실적이라고 거절해 버렸다. 그러자 린지는 뉴욕시민을 상대로 시 소득세(city income tax)를 부과하고 뉴욕시 밖에서 뉴욕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통근세(commuter tax)를 걷자고 제안했다. 린지는 뉴욕 주정부 및 주 의회와의 협상 끝에 세율을 인하해서 시 소득세와 통근세를 도입했다.
린지는 시 정부 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50개가 넘는 뉴욕시 부처와 산하조직은 대(大)부처(super agencies)에 속하도록 개편했는데,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린지는 시청이 주민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면서 주로 흑인 등 빈곤층이 사는 6개 지역에 시청 현장 사무소를 열었다. 1966년 4월, 브루클린의 흑인 거주 지역에서 흑인 소년이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흑인들이 소요를 일으켰는데, 린지는 경찰에 대해 피해를 국한시키도록 하고 난동을 일으킨 흑인들을 가급적 검거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건물 전체가 불에 타기 보다는 유리창이 깨지는 것이 낫다”는 방식이었는데, 피해를 본 유태인 사업주들과 경찰은 불만을 갖게 됐다.
1967년 여름 할렘에선 비번 중인 경찰관이 칼을 들고 사람을 해친 흑인을 추적하던 중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소문을 듣고 흑인들이 모여서 상점을 파괴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고 경찰과 폭도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상황이 진정된 후 현지를 방문한 린지는 상황이 종료된데 안도했다. 흑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린지는 이런 상황을 ‘폭동’(riot)으로 지칭하지 않았다. 경찰은 린지가 흑인 폭도의 편을 든다고 생각했다.
린지는 흑인 뿐 아니라 히피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히피들이 모여 들어서 마약과 매춘 문제가 심각했다. 그 지역 시의원 에드 코치(Edward Koch 1924~2013)는 린지가 성실하게 일하는 백인 근로계층과 중산층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1966~67년 동안 센트럴 파크에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았지만 린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도 신좌파 운동권 젊은이들과 히피들에게 장악돼서 무법천지가 돼버렸다. 주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백인들은 린지 시장이 반전(反戰) 세력을 편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시장에 취임하고 불과 1년 반 만에 린지는 앵글로 백인 뿐 아니라 유태계 및 가톨릭 교회를 나가는 주민들의 지지를 상실했다.
린지는 뉴욕경찰국(NYPD)이 부패했다면서 경찰을 감시하는 민간심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찰인 뉴욕경찰국(NYPD)은 이런 조치에 반발했다. 행정조직을 개편할 때도, 경찰을 감시하는 위원회를 만들 때도 린지는 내부 의견은 무시하고 외부 용역 연구에 의존했다. 린지의 개혁안은 항상 현장감이 결여되어 있었고 내부 반발에 봉착했다.
- 사진 (1) 대중교통 파업에 대해 기자 회견하면서 곤혹스러워 하는 존 린지.
(2) 흑인 지역을 자주 방문한 존 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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