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수 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막은 미 구제금융법

작성일 : 2008-10-01 00:08조회 : 2,080

보수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막은 美 구제금융법
이상돈 (2008. 9. 30.)

어제(9월 30일) 조선일보 1면 기사는 황당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7000억 달러 구제금융법안이 당연히 통과될 것처럼 쓴 기사가 1면 톱에 있었으니 말이다. 신문이 배달된 아침에는 법안 통과 실패와 다우 지수 폭락이 인터넷과 TV 화면을 장식했으니,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종이신문을 만드는 데는 그런 위험성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진영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주의 깊게 보았다면 구제금융법(안)이 그렇게 쉽게 통과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킹리치는 구제금융법(안)이 “미국답지 않다(un-American)”고 했다. 정치 컨설탄트 딕 모리스는 존 매케인이 구제금융법안에 분명하게 반대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공화당 하원의원 마이크 펜스(Mike Pence)는 28일자로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구제금융법안 거부를 촉구했다. 구제금융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진리에 위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 133명, 민주당 의원 95명이 반대해서 228대 205로 법안은 실패하고 말았다. 레이건 대통령이 즐겨 보았던 잡지인 ‘휴먼 이벤츠’(Human Events : humanevents.com)는 구제금융법안이 하원 통과에 실패한 후에, 이를 두고 ‘미국인들이 역사적 승리를 거둔 사건’이라고 치켜세운 코니 헤어(Connie Hair)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니스트 코니 헤어는 구제금융법(안)에 반대한 민주당 하원의원 95명을 두고, “아직도 미국을 사랑하는 민주당 의원이 95명이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공화당이 ‘부자들의 정당’인 것으로 아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부자들, 특히 동북부와 태평양 해안에 모여 사는 금융인들은 오히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 MBA 학위 받은 후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배운 계층이라서 그런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것이다. 반면 보통사람들, 그러니까 픽업트럭 타고 다니는 사람들, 중소 자영업자들, 나라의 부름을 받고 묵묵하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전쟁하는 군인들은 대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정당 헌금에 있어서도, 공화당에 50달러 100달러 같이 소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미국에는 풀뿌리 보수세력(grass-root conservatives)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니, 공화당은 당연히 월가(街) 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구제금융법안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25% 밖에 안되며, 반대하는 미국인이 54%나 된다고 한다. 10월 초에 있을 재투표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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