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직 대통령 예우, 과연 합당한가?

작성일 : 2022-06-23 16:37조회 : 942

전직 대통령 예우, 과연 합당한가?

재직 시에 대통령 노릇은 제대로 못해도 전직 대통령에 관한 예우는 세계 최상급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전직 대통령은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에 상당하는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으며(제4조),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고 난 후 배우자에게는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연금을 역시 죽을 때까지 지급한다(5조 1항), 전직 대통령의 유족 중 배우자가 없거나 유족연금을 받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연금을 전직대통령의 30세 미만인 유자녀(遺子女)와 30세 이상인 유자녀로서 생계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지급하되, 지급 대상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연금을 균등하게 나누어 지급한다.(5조 2항)

이렇게 너그러운 전직 대통령과 그 잔존 배우자 및 자녀에 관한 연금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민주화 운동에 몸을 바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게나 합당한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이 권위의 상징인 북악산 청와대에서 나왔으니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서 연금 등 혜택을 대폭 축소하든가 아예 없애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연금은 당장 없애는 것이 맞다. 최근 동아일보 김순덕 위원이 대통령 연금은 세금도 안낸다고 지적했는데, 세금을 내느냐 안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도무지 그것이 필요하고 정당한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연금은 미국 보다 훨씬 후(厚)하다. 1958년에 제정된 전직대통령법(The Former Presidents Act)에 의해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그 시점의 각료의 연봉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는다. 현재 미국 각료의 연봉은 대략 22만 달러이며, 그 정도면 소득세율 35%가 적용된다. 전직 대통령에 지급되는 연금도 소득세가 당연히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세금을 공제하면 대략 매년 15만 달러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은 월터리드 육군병원 같은 군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입원할 수 있는데, 그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고 정해져 있는 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다.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고 배우자가 살아있으면 그 배우자는 사망할 때까지 연간 20,000 달러 연금을 받는다. 여기에도 소득세가 적용된다. 20,000 달러는 1958년 이후 그 액수에 변동이 없다. 구태여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게 연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망한 전직 대통령의 잔존 배우자는 전직 대통령 연금 액수의 70%를 받는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뿐 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잔존 배우자는 비서관과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국민세금으로 봉급을 지급한다. 이런 대우를 미국 사람들이 안다면 놀라서 뒤로 넘어 갈 일이다.

미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1996년에 퇴임 후 10년으로 축소했다가 2012년 법률 개정으로 다시 종신으로 연장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테러 집단이 노리는 조지 W. 부시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경호나 연금은 본인이 포기할 수 있다. 닉슨은 1985년에 경호 특권을 포기했다. 닉슨은 1994년에 사망했으니까 10년 동안 하등의 경호가 없이 말년을 보냈다. 레이건이 사망하고 난 후 낸시 여사는 배우자에 주어지는 연금을 스스로 포기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레이건을 10년 동안 뒷바라지한 낸시 여사는 남편을 보내고 조용하게 12년을 더 살고 눈을 감았다.

미국에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을 축소하기 위한 논의가 있어 왔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개정이 이루어 질 뻔했다. 거기에는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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