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The Federalist Society

작성일 : 2022-07-04 15:08조회 : 946

The Federalist Society

미국 대법원이 1973년 Roe v. Wade 판결을 번복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임명된 것이 판결을 좌우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시절에 임명된 대법관이 모두 The Federalist Society라는 단체에 속해 있고, 이번 판결문을 작성한 새무얼 얼리토 대법관도 이 단체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 단체가 작성한 ‘대법관 후보 11인 명단’ 속에서 세 사람을 순차적으로 대법관으로 임명했음이 밝혀졌다. 한 법조인 단체가 미국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이 단체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

The Federalist Society는 1982년에 몇몇 로스쿨 학생들이 만들어 발족한 단체인데, 그 후 영향력이 커져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단체가 점차 성장해서 미국 법조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 단체는 1982년에 공식적으로 발족했지만, 그 배경은 1970년대 미국 로스쿨과 몇몇 저명한 법학자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판결문을 쓴 새무얼 얼리토(Samuel Alito 1950~) 대법관과 존 로버츠(John Roberts 1955~) 대법원장은 로스쿨을 다닐 때 예일대 교수를 지낸 알렉산더 비켈(Alexander M. Bickel 1924~1974)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예일대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헌법학자로 뽑히던 비켈은 1974년 11월 49세 나이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비켈이 남긴 빈 자리는 로버트 보크(Robert Bork 1927~2012)로 이어 졌다. 로버트 보크는 원래 독점금지법을 가르쳤고, 독과점이 소비자에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책 'Antitrust Paradox'로 유명해 졌다. 보크는 닉슨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3인자인 송무차관으로 발탁됐는데, 1973년 가을 닉슨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워터게이트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를 파면해서 큰 논란이 됐다.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자 예일 로스쿨로 돌아온 보크는 The Federalist Society와 인연을 맺게 된다.

1980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는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에게 참패했다. 미국인들은 그 선거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대선이 끝나고 예일 로스쿨 1학년이던 스티븐 칼라브레시(Steven Calabresi)라는 학생은 88명 클라스에서 레이건에게 투표한 학생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자기와 오직 다른 한명이 손을 들었다. 그때 칼라브레시는 아이비리그 로스쿨이 일반 사회와 유리되어 있을뿐더러 레이건을 찍었음에도 레이건을 찍었다고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대학 사회 풍토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예일 학부에 다닐 때 보수 성향 학생모임을 같이 하고 시카고 대학 로스쿨에 들어간 친구 리 리버먼과 데이비드 매킨토시에 연락을 취해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1981년 가을까지 종종 모인 이들은 단체를 만들기로 하고 단체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를 고민하다가 ‘The Federalist Society'로 하기로 했다. 미국 헌법제정회의 후 헌법안에 대한 인준을 촉구하면서 알렉산더 해밀튼, 제임스 매디슨, 그리고 존 제이가 익명으로 발표한 논설을 모은 ’The Federalist Papers'에 착안해서 헌법 제정자의 취지를 살려 나간다는 의미로 ‘The Federalist Society'로 정한 것이다. 또한 제임스 매디슨의 옆 모습을 형상화해서 로고로 채택했다. 스티븐 칼라브레시는 로버트 보크 교수와 랠프 윈터(Ralph Winter 1935~2020)교수에게 이 단체의 지도교수가 되어 주기를 부탁했고, 두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다. (윈터 교수는 1981년 12월 제2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되며, 보크 교수는 1982년 2월에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된다.) 칼라브레시가 첫 모임을 1982년 봄에 열고자 한다고 하자 보크 교수는 거기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 줄 기관을 소개해 주어서 칼라브레시는 행사 경비 25,000 달러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

1982년 4월 마지막 주말 3일에 걸쳐서 이들은 예일 로스쿨 대강의실에서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방주의에 관한 심포지엄’이란 제목을 걸고 강연과 토론으로 이어진 창립 모임을 가졌다. 심포지엄의 타이틀은 평범했지만 취지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늘날 로스쿨과 법조직업은 중앙집권적이고 단일화 되어 있는 정통적 진보 이념(orthodox liberal ideology)에 크게 지배되고 있다. 비록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포괄적인 보수적 비판과 아젠다는 형성되지 못했다. 이번 회의는 그 같은 반응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에일 로스쿨 대강의실에 참석한 학생들은 예일, 시카고, 하버드 등 명문 로스쿨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연사로 초청되어 참석한 사람에는 주목을 할 만한 세 사람이 있었는데, 이 모임의 발족을 도운 로버트 보크. 시카고 로스쿨 교수 안토닌 스칼리아, 그리고 법무부 법무담당 차관보 테드 올슨이었다. 예일대 교수이던 로버트 보크는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돼 되어 그 해 2월부터 대법원 다음으로 중요한 항소법원 판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카고 로스쿨 교수이던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 1936~2016)는 포드 행정부에서 법무부 법무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1982년 8월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고 1986년 9월에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테드 올슨(Ted Olson 1940~ )은 당시 레이건 행정부 법무부의 법무담당 차관보였다. 법무부 법무담당 차관보는 연방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법원장을 지낸 윌리엄 렝퀴스트(William Rehnquist 1924-2005)도 닉슨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될 때 바로 그 직위에 있었다.

그 후 미국 법조계와 헌법 해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로버트 보크, 안토닌 스칼리아, 그리고 테드 올슨이 The Federalist Society의 창립 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세 사람과 이 모임을 발족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스티븐 칼라브레시에 대해 이어서 쓰기로 한다.) (蛇足 : 이처럼 모든 일은 역사적 산물이다.)

사진 (1) : The Federalsit Society Logo (2) Robert Bork, Antonin Scalia, Ted Olson (1982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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