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스쿨과 취약계층 우대

작성일 : 2022-08-08 16:38조회 : 1,663

로스쿨과 취약계층 우대

중앙일보 8월 5일자에 최현철 기자가 쓴 “무심함과 무지함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2202

칼럼은 ‘5세 입학’을 내세운 현 정부가 무심하고 무지하다면서 과거에 준비를 잘 해서 성공한 제도로 로스쿨을 뽑았다. 그러면서 로스쿨 도입까지 25년간 논의했다는 중간 제목을 달았는데, 그 부분은 아래와 같다.

- 로스쿨 도입까지 25년간 논의
“도입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정책으로는 로스쿨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삼 정부가 처음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당시엔 장기 과제로 넘겼다. 김대중 정부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에서도 수용되지 못한 이 방안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본격 추진됐다. 하지만 결실을 보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다. 2003년 7월 대법원 주최로 첫 공개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시작한 이후, 법무부 수용까지 1년, 대학원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수용해 로스쿨법을 제출하기까지 다시 1년, 그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2년이 걸렸고 실제 개원은 2009년 3월에야 이뤄졌다.”

‘25년간 논의’가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2009년에서 1994년을 빼면 15년인데, 빼기를 잘못해서 25년이 된 것이다. 창피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로스쿨 도입을 성공작이라고 본 것인데, 요즘 로스쿨이 문제가 많음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사법시험 낭인을 없앤다고 도입한 로스쿨은 더 심각한 로스쿨 낭인을 만들어내는 등 부작용이 많아서 사법시험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런 사정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법학전문대학원법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막판에 찬성으로 돌아서서 통과됐는데, 그 다음 해인 2008년 3월 <월간조선>에 나는 “‘지역균형발전’에 좌초한 한국형 로스쿨의 암울한 앞날 : ‘고시 浪人’ 대신‘로스쿨 浪人’ 양산”이란 제목으로 기고를 했다. 그 때 나는 미국과 달리 한국형 로스쿨은 신림동 고시학원을 닮아 갈 것이고 로스쿨 낭인을 대량 배출해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상했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0803100045&fbclid=IwAR3xEMvDQfBYc081iurSYF20hXc5FI-wmwzsvYjv1T7Tli9aD6vNHWz-7JA

며칠 전 성균관대 최준선 명예교수가 로스쿨과 관련한 칼럼을 한국경제에 기고했다. 최 교수는 나와는 분야가 다른 탓에 만난 적은 없으나 많은 연구를 한 상법 학자다. 최 교수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2000명을 선발하는 로스쿨은 입학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노무현 정권이 세운 설립준칙에 따라 모든 로스쿨은 입학정원의 7% 이상을 반드시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선발해야 하며, 지방 로스쿨은 30% 이상을 그 지역 대학 출신을 선발하도록 했다. 사회적 취약계층, 지방대 및 그 졸업생을 보호하기 위한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제도이다. 그래서 이 같은 취약계층 및 지역인재 트랙 응시생은 로스쿨 입학 경쟁이 보통 응시생 보다 덜 치열하다.

로스쿨을 나오면 변호사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합격률은 50% 정도다. 변호사 시험은 블라인드 채점을 하고 일반 졸업생과 취약계층/지방인재 졸업생은 똑같이 경쟁을 한다. 그 결과는 분명해 진다. 전체 평균 합격률은 50%이지만 취약계층/지방인재 합격률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 전체 합격률인 70% 정도이던 제5회 변호사 시험까지 취약계층/지방인재 합격률은 5%였고, 그 후에는 아예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변호사 시험 평균 합격률이 50%이니까 취약계층/지방인재 합격률은 5%에 못 미칠 것이 분명하다.

변호사 시험은 졸업 후 5년 내에 합격하지 못하면 더 이상 응시할 수 없다. 5회 탈락자는 로스쿨 낭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로스쿨 폐인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좋은 의도로 도입한 취약계층/지방인재 우대 입학으로 인해 그들 중 대다수가 로스쿨 폐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
로스쿨은 노무현 정부에서 원칙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서 설립인가를 하고 시행에 들어간 제도이다. 취약계층/지방인재 우대 입학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올 줄은 몰랐다고 당시 정책 담당자들은 말 할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결과가 생길 줄은 몰랐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모든 대학의 교수들은 그렇게 우대 입학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 따라 가고 변호사 시험도 대부분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변호사 시험에서 낙방하러 입학하는 꼴이 된다고 법대교수들은 모두 알았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5세 입학’도 그런 것이다. 막연하게 좋아 보인다고 추진하는 정책은 그 결과가 대체로 좋지 않고 그 부작용이 순기능보다 더 큰 경우가 많다. 선량한 의도로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많음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와 정책에도 축적된 경험에 기반한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아래를 클릭해서 최준선 교수의 칼럼 ‘선의로 포장된 로스쿨 입학 쿼터’를 읽기를 권한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080351101?fbclid=IwAR3BTnDFd4dmFVkl6IC8unQotJiipYsHi-zOZVxQRBC-_yELxubg5dTjr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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