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바마콘이 뜬다고 ?

작성일 : 2008-10-29 00:47조회 : 1,792

‘오바마 콘’이 뜬다고 ?
- 절대 다수의 보수 지식인과 보수 논객은 매케인을 지지한다 !-

이상돈 (2008년 10월 29일)

엊그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네오콘’이 지고 ‘오마바콘’이 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오바마콘’이란 오바마를 지지하는 보수파를 뜻한다. 이런 기사는 대체로 보아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진보 신문이 쓴 기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바마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발표해서 주목을 받은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선 때만 되면 각 정당은 상대진영에서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그 점에서 이번에 민주당은 예상 밖으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재무장관을 지낸 폴 오닐, 2003-6년간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콧 맥크렐란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러나 콜린 파월과 폴 오닐은 1기 부시 행정부에서 겉돌았던 사람들이다.

대변인을 지낸 매클렐란은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을 책으로 내서 주목을 받았다. 매클렐란은 백악관이 이라크 전쟁을 의도적으로 오도(誤導)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부시의 정치자문관을 지낸 칼 로브도 그의 행각(行脚)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의 성급한 출간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CIA 국장을 지낸 조지 테닛은 오바마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자기가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양이 된 것처럼 꾸며낸 책을 냈다. 자기 변명으로 가득 찬 그의 책은 좋지 않은 평을 들었다. 그 외에도 골드워터 전 상원의원의 손녀, 닉슨 대통령의 딸, 내셔날 리뷰의 창설자 윌리엄 버클리 2세의 아들 크리스토퍼 버클리 등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유명인사의 아들 딸이라는 것뿐이다.

앤드류 바세비치 교수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부시 정권을 비판적으로 보았던 보수 성향 인사로서 오바마 지지를 천명한 사람으로는 보스턴 대학의 국제정치학자 앤드류 바세비치 교수를 들 수 있다. 웨스트포인트를 나오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바세비치 교수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훌륭한 저서를 내어서 네오콘과 대립각(角)을 세웠다. 그의 아들도 웨스트포인트를 나왔는데, 2007년 5월 이라크에서 전사했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바세비치 교수는 안보보좌관 같은 중요한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지난여름에 오바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일이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후쿠야마 교수는 네오콘 그룹에 가담했던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후쿠야마 교수의 오바마 지지에 대해서는 10월 19일자 칼럼 146번을 참조하기 바란다.) 나의 생각으로는, 후쿠야마 교수가 오바마를 지지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후쿠야마는 레이건-대처리즘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하면서, 부시가 이를 배반했기 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레이건-대처리즘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면 매케인을 지지해야만 한다. 만일에 매케인이 지난 8년간의 공화당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케인을 지지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오바마를 지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절대 다수의 보수 지식인, 보수 논객은 매케인을 지지한다

폭스 뉴스의 빌 오라일리, 라디오 토크 쇼의 황제인 러시 림보, 여성 보수논객 로라 잉그레이엄 등 대다수 보수논객들은 매케인을 지지하고 있다. 데이비드 프럼, 로버트 케이건 등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지식인들도 매케인을 지지한다. 빅터 핸슨 같은 저명한 역사학자, 토머스 소웰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도 매케인을 지지한다. (토머스 소웰은 흑인이다.) 몇몇 사람이 오바마를 지지했다고 해서 마치 미국 보수 지성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오라일리, 핸슨, 소웰, 케이건 등에 비하면 후쿠야마를 제외한 다른 '오바마콘'은 별로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매케인이 패배한다고 해서 미국의 보수주의가 그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 지식인들은 전열(戰列)을 재정비할 것이고, ‘페일린 열풍’이 보여준 풀뿌리 보수주의(grass-root conservatism)는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는 ‘보수 지적 운동(conservative intellectual movement)’과 ‘풀뿌리 보수주의’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c) 이상돈
(* 전사한 아들의 영결식에 참석한 앤드류 바세비치 교수 부부의 사진이 갤러리에 있습니다. 참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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