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2년 허리케인 샌디

작성일 : 2022-08-17 22:19조회 : 841

2012년 허리케인 샌디

강남역 주변 폭우 피해를 두고 박원순 전 시장이 우수를 저장할 수 있는 터널을 건설하지 않은데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물론 그런 터널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닷가와 강변에 도시가 자리를 잡고 그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저지대에도 주택과 건물을 지은 것이 우리의 도시 문명이다. 게다가 근래에는 바다와 강이 보이는 곳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물가에 경쟁적으로 높은 건물을 짓고 있는데, 서울의 한강변과 부산 해운대가 대표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또 그로 인해 우리는 보다 변덕스러운 기상현상에 노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온지도 벌써 30년이 된다.

기후변화가 이 같은 태풍과 폭우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그 개연성은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태풍과 폭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우리 문명이 물가에 도시를 건설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파도, 그리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배리어 아일랜드(barrier islands)에 도시를 건설한 마이애미는 말할 나위 없고 런던과 뉴욕도 위협을 받고 있다. 런던은 스톰 서지(Storm Surge)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서 방벽(Sea Wall)을 만들었지만 유사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2012년 10월 미국 동북부 해안을 덮친 허리케인 샌디(Hurricane Sandy)는 자마이카, 쿠바, 푸에르토리코에 큰 피해를 주고 북상하더니 2등급 허리케인으로 뉴욕시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해안지역을 강타했다. 2005년 8월 뉴올린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5등급이었는데 비해 샌디는 2등급에 불과했지만 바다와 큰 강을 끼고 있는 뉴욕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사전에 경고를 해서 대비를 했지만 뉴욕시의 지하철이 잠겨 버리고 롱 아일랜드의 고급 주택단지가 완전히 물에 잠겨 버렸다. 뉴욕시가 이런 정도의 허리케인을 맞은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것이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도무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문제는 기후가 아니라 물가에 거대한 도시를 세운 우리 문명이다.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저지대에 무모하게 건설한 도시와 주거지를 포기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대자연(Mother Nature)에 맞서는 것은 한계가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허리케인 샌디는 미국 기상청이 허리케인 경로를 잘못 산정해서 창피를 당한 경우로도 유명하다. 미국 기상청은 샌디가 미국 동북부에 상륙하지 않고 그대로 대서양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기상관측센터(ECMWF)는 미국에 상륙할 것으로 보았다. 샌디는 마지막 순간에 미국 해안으로 코스를 틀어서 미국 동북부에 큰 피해를 주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 의회는 청문회를 열고 새로운 기후예측모델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결국 미국 기상청은 대만계 미국인 학자가 주축이 되어 개발한 FV3 모델을 미국의 공식 기후모델로 채택했다. 폭우 피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 않는가.

-사진 (1) 허리케인 샌디로 잠겨버린 뉴욕 롱 아일랜드 (2) 폭우에 잠긴 뉴욕시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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