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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 비서실장
작성일 : 2022-08-26 07:38조회 : 859
대통령 비서실장
윤 대통령이 비서실을 개편하는 모양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잘 고쳐질 것 같지도 않다. 왜냐하면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어떤 사람을 기용하고 또 어떤 역할을 맡기며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결국 대통령의 내공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영어로는 'Chief of Staff'인데 미국에서 이런 명칭을 가진 직위는 닉슨 대통령 시절에 처음 생겼다. 그 전까지는 대통령의 약속을 잡는 비서(Appointment Secretary)가 있었고, 일정 홍보 연설 등을 각각 담당하는 참모들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백악관에는 안보보좌관(National Security Adviser)과 경제자문위원회 의장(Chairperson of th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 CEA)이 외교안보와 경제정책에 대해 대통령을 직접 보좌 해왔다. CEA는 2차 대전 후에, 그리고 안보보좌관은 한국 전쟁 후에 생겼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는 존 덜레스(John F. Dulles 1888~1959) 국무장관이 워낙 막강해서 안보보좌관은 큰 역할이 없었다. 안보보좌관이 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존 F. 케네디(1917~1963) 대통령 시절부터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원장을 지내다가 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 1919~1996)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차드 닉슨(1913~1994)은 대통령 당선 후 안보보좌관은 하버드 교수이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1923~ ), 그리고 CEA 의장은 미시건 대학 교수이던 폴 매크라켄(Paul McCracken 1915~2012)을 임명했다. 닉슨은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CEA 의장을 지낸 컬럼비아 대학 교수 아서 번스(Arthur Burns 1904~1987)를 각료급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아서 번스는 닉슨이 부통령을 지낼 때부터 닉슨과 가까이 지냈으며,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과도 가까웠다. 아서 번스는 그 후 닉슨에 의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임명돼서 1978년까지 재직했다.
닉슨은 백악관이 기능적으로 움직이지 위해선 비서실장(Chief of Staff)이라는 지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명칭을 가진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고, 1956년부터 자신의 선거를 도운 밥 홀드먼(Bob Haldeman 1926~1993)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홀드먼은 UCLA를 나오고 광고회사에서 일 하다가 닉슨을 알게 돼서 닉슨의 1960년 대선,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도왔으며, 1968년 대선 캠페인을 총괄했다. 홀드먼은 대학 친구이며 변호사인 존 얼릭먼(John Ehrlichman 1925~1999)을 닉슨 캠프로 불러들여서 같이 일했고 자신이 비서실장이 되자 보좌관으로 불러 들였다. 정치 경력이 많고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닉슨은 국내 정치에는 자신이 있었는지, 홀드먼과 얼릭먼에게 비서실 구성을 위임하다시피 했다. 주로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과 그들의 친구들이 알음알음으로 비서실에 많이 들어와서 언론은 이들을 ‘캘리포니아 사단’이라고 불렀다.
닉슨은 대외정책은 키신저와 의논을 했고 경제정책은 아서 번스, 폴 매크라켄, 그리고 관리예산실(OMB) 실장 조지 슐츠(George Schultz 1920~2021) 등의 의견을 두루두루 들었다. 하지만 국내정치에 대해선 홀드먼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하는 방식이었다. 홀드먼이 지휘하는 젊은 스태프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와 방침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으니, 이런 분위기가 결국 워터게이트를 잉태하고 만 셈이다. 워터게이트 파문이 확산되자 홀드먼과 얼릭먼은 사임을 했다. 이들은 나중에 사법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어서 유죄판결을 받고 각각 18개월 복역했다.
닉슨은 홀드먼의 후임으로 키신저 아래에 있던 알렉산더 헤이그(Alexander Haig 1924~2010)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상원 청문회가 시작되자 백악관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고, 특별검사가 수사를 시작했으며 하원 법사위가 탄핵 절차를 시작했다. 1974년 7월 하원 법사위가 탄핵을 결의하자 닉슨은 8월 8일 사임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1913~2006)는 성실하지만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하원의원 시절의 후배였던 도널드 럼스펠드(1932~2021)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고, 1975년 가을 개각 때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고 부실장이던 딕 체니(1941~ )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럼스펠드가 하원의원을 지낼 때부터 계속 럼스펠드를 보좌해 온 체니는 34세에 비서실장이 됐으니 벼락 출세를 한 셈이었다. 포드 대통령은 외교는 키신저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럼스펠드는 국방장관이 된 후에도 딕 체니를 통해 포드 대통령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럼스펠드가 했던 가장 큰 일은 조지 H. W. 부시(1924~2018)를 물 먹인 것이다. 부통령 물망에도 올랐던 부시는 정식 대사직도 아닌 중국 주재 대표부 대표로 베이징으로 나가야만 했다.
지미 카터(1924~ )는 워싱턴 정치의 아웃사이더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남부의 보수 표와 공화당을 싫어하는 진보 표를 함께 얻어서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국정을 운영할 만한 준비와 역량이 부족했다. 카터는 자기는 비서실장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비서실장 직위를 없애고 자신의 대선을 총괄한 해밀턴 조던(Hamilton Jordan 1944~2008)을 비서로 임명했으나 1979년에는 비서실장 자리를 부활시켜서 조던을 임명했다. 조지아 대학(UGA)를 나온 조던은 1970년에 카터가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나갈 때 선거 참모를 지내고 조지아 주지사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1976년 대선을 기획했다.
조던은 불과 32세에 사실상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게 된 것인데, 조지아 친구들을 대거 백악관으로 데려와서 언론은 이들을 ‘조지아 사단’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장발 스타일에 아무 옷이나 입고 백악관에 출근해서 공화당 정권 시절의 백악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들의 캐주얼 한 행태로 말미암아 이들이 백악관에서 마약을 한다는 루머마저 돌았다. 카터는 소련에는 유화정책을, 제3세계에게는 우호적인 정책을 폈으나 이란 사태와 소련의 아프간 침공 등 외교 대실패를 초래했고 고(高)인프레와 고(高)금리, 그리고 높은 실업율 등 경제파국에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198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에게 참패했다.
돌이켜 보면, 닉슨은 국내정치에서 독선적이었기 때문에 대외관계와 경제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에 카터는 본인도 비서실도 무능해서 실패한 케이스였다. 언론은 닉슨의 백악관을 적대시 했다면 카터의 백악관은 우습게 보았다. 닉슨의 마지막 1년 반, 그리고 카터의 마지막 1년 반은 이미 정권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요즘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을 보면서 닉슨의 독선과 카터의 무능이 겹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구나 정권 초기에 이런 현상이 노정됐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사진 (1) 닉슨과 밥 홀드먼 비서실장 (2) 해밀턴 조던과 카터.
닉슨과 홀드먼은 상관과 부하 같은 모습인데 비해 카터와 조던은 친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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