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1972년 베트남
작성일 : 2022-08-30 21:41조회 : 778
1972년 베트남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은 베이징을 방문했고, 5월에는 모스코바를 방문해서 핵무기 감축 협정을 체결했다. 197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였고, 닉슨은 대선을 앞두고 베이징과 모스코바를 방문해서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부각시키려 했다. 또한 닉슨과 키신저는 베이징과 모스코바를 방문함으로써 북베트남이 파리 평화회담에 참여해서 협상 테이블에 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애당초 허망한 것이었다. 중국과 소련은 미국과 대화를 하는데 불만을 표시한 북베트남 정부를 달래기 위해 미사일, 대공포, 탱크 등 최신 군수물자를 북베트남에 지원했다. 미군 정보부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파악했으나 그해 연초가 그대로 지나자가 긴장을 늦추고 말았다.
그해 3월 30일, 북베트남군 20만 명이 탱크를 앞세우고 세 방향으로 남베트남으로 쳐들어 왔다.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와 미군 사령관이 부활절 휴가를 떠난 틈을 타서 대공세를 편 것이니, 이를 미국은 부활절 공세(Easter Offensive)라고 부른다. 북베트남은 이런 대공세를 펴면 남베트남군이 금방 무너지고 미국도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북베트남의 1972년 춘계 대공세는 아예 남베트남을 장악하려는 목적을 갖고 시작됐다.
이는 2차 대전에서 보았던 대규모 지상군을 이용한 정규전 양상을 띠었다. 당시 남베트남에 주둔한 미군은 군사 고문단으로 직접 전투는 참여하지 않고 통신, 항공 및 포격 지원, 그리고 병참 지원을 통해 남베트남군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처럼 북베트남은 1972년 춘계 대공세로 아예 남베트남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남베트남 해병대와 공수부대는 의외로 선전해서 반격에 성공했다. 닉슨은 모든 방안을 동원해서 적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미드웨이 등 해군 항모와 태국 기지에서 전폭기와 B 52 폭격기가 발진해서 폭격 임무에 나섰다. 미군은 항공기가 부족해서 우리나라에 있던 주한 미 공군 소속 F-4 팬텀기들도 베트남으로 차출돼서 폭격 임무에 투입됐다. 닉슨은 차제에 하노이와 하이퐁을 포함한 북베트남 전역을 상대로 폭격을 하라고 명령했다. B-52 폭격기와 F-4 등 전폭기들은 그 후 6개월 동안 북베트남의 심장부와 남쪽으로 침입한 북베트남군을 대대적으로 폭격했다. 처음에는 남베트남군이 와해되는 듯 했으나 해병대와 공수부대 등 정예부대가 전열을 정비해서 반격에 나섰다. 무엇보다 북베트남의 대공세는 미군의 압도적인 항공전력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현대 전쟁에서 항공 전력(air power)이 없는 지상군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준 셈이다.
‘라인배커 작전“(Operation Linebacker)이라고 명명한 대규모 공습 작전에는 주한 미 공군 팬텀기들도 참가해서 한 동안 한국에는 미 공군 전력이 공백상태였다. ‘라인배커’는 미식 축구의 방어수인데, 학창시절에 미식 축구 선수를 지낸 닉슨이 직접 이렇게 명칭을 지었다. 라인배커 작전은 실로 닉슨의 정치적 생명을 건 대공습 작전이었다. 미국은 1968년에 북폭을 중단한 후에 처음으로 북베트남 내의 군시시설과 산업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덕분에 북베트남의 20만 병력은 궤멸했고 북베트남은 파리평화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춘계 대공세 전투 기간 중 남베트남군은 2만 명이 전사했고 북베트남군은 5만 명~1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융단 폭격과 네이팜 공격으로 병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서 사망자 숫자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군 지휘부는 북베트남군이 향후 몇 년 동안은 다시 작전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우리 맹호부개가 우세한 북베트남군을 맞아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안케 패스 혈전(血戰)도 춘계 대공세 중에 있었다. 네이팜탄 공습으로 몸에 불이 붙어서 벌거벗고 울면서 달려 나오는 유명한 장면도 그 때 있었던 사건이다. 대공습 작전에 큰 피해를 본 북베트남은 파리평화회담에 복구했고, 헨리 키신저는 “평화가 손이 잡혀있다”("Peace is at hands.")고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