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당 시스템 붕괴하나

작성일 : 2022-09-01 18:38조회 : 757

정당 시스템 붕괴하나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상황은 지방법원 판사의 저돌적인 담대함, 당내 분쟁을 법원으로 끌고 가는 졸렬함,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절차를 진행했던 전 정권에서 배워 온 경험을 당 대표에 적용한 무모함, 그리고 온갖 추문이 나돌아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무죄라면서 높은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한국식 ‘무죄추정 원칙’이 얼버무려져서 발생한 것이니, 가히 ‘종합예술’ 같은 결과물이다.

크게 보자면, 우리나라 정당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종말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빠져 있는 법적 수렁(legal quagmire)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 정당의 당헌 당규는 비현실적인 면이 많아서 그대로 지키기가 어렵다. 법원은 정당 내부의 문제는 정당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사법부는 정치적 덤불(political thicket)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법언(法諺)은 그것이 유권자의 시민적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0대 국회 기간 중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도 치르지 않고 바른정당과 무리하게 합당할 때 몇몇 의원은 흥분해서 법적으로 다투어야 한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간단하게 기각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의장이던 나는 그런 소송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이기에, 그 정도 상황이면 어차피 갈라서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고 법원으로 가져간 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나라 정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가 비생산적일뿐더러 정쟁(政爭)이나 유발하는 아주 나쁜 제도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대의정치이고 대의정치의 본산은 어디까지나 의회인데, 정당의 최고위원회에 가려서 국회는 실종되어 버렸다. 월 수 금 아침마다 최고회의를 열고 대표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마이크에 대고 헛소리 하는 게 최고회의다. 열심히 써 온 것을 읽는데, 그 내용의 90%는 정쟁이다. 회의 장소 뒤에는 이상한 문구를 크게 적은 플래카드를 매번 바꾸어 달고 있는데 정당이 회의를 한답시고 실내에서 그런 걸개를 내거는 경우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듯하다. A4 용지에 써 온 것을 읽는 것도 부족해서 같은 내용을 라디오 생방송에 갖고 가서 다시 하는데, 대체로 이야기해서 그것들은 ‘Babble', 즉 ‘쓸데없는 말’이다. 정치부 기자들은 이런 것을 받아 적으면서 기사를 썼다고 한다.

현재는 국민의힘이 수렁에 빠져 있지만 머지않아 민주당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예 정당 구조를 바꾸어 버리면 어떨까 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를 아예 없애 버리자는 것이다. 2012년에 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낼 때 같이 참여했던 김세연 의원이 주장했던 정당의 ‘원내화(院內化)’를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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