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회 의사당

작성일 : 2022-09-05 19:31조회 : 745

국회 의사당

이따금 우리나라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의 의원 좌석이 지나치게 넓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것은 TV에 나오는 미국 의회와 영국 의회 본회의장 모습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하원 본회의장은 너무 비좁아서 초선들은 앉아 있을 자리도 변변치 않다. 가운데서 총리 등 여당 지도부와 야당 지도부가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대고 있어서 저러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국 의회는 오래된 웨스트민스터 건물을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사정은 영국 보다는 훨씬 낫지만 우리처럼 의원 좌석 앞에 데스크가 있지는 않다. 이 역시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이 의사당을 다시 건설한다면 우리처럼 데스크를 두고 그 위에 컴퓨터 단말기를 설치했을 것이다. 국회에 있을 때 뉴질랜드, 쿠웨이트 등 몇몇 나라 국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근래에 현대식으로 건설한 이들 의사당은 우리 의사당 보다 의원 좌석이 더 넓고 데스크와 컴퓨터 단말기 또는 노트북 연결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 의사당의 의원석은 국제 기준으로 볼 때 이제는 평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 의사당은 1975년 8월 15일에 준공됐다. 그 시절에 이처럼 웅장한 의사당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국회가 차지하고 있는 대지 규모다. 거리에 의사당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당을 중심으로 엄청난 대지를 갖고 여러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이런 나라는 별로 없다. 의원이 되어서 국회에 있으면 국회가 마치 로마 시내에 자리 잡은 바티칸 같다고 느껴졌다.

또 놀라운 점은 본회의장의 천정 높이다. 의원석에서 천정을 처다 보면 목이 부러질 정도다. 저 높은 천정을 어떻게 청소하며 조명 전구는 어떻게 갈아 끼는지도 미스테리였다. 여름에는 이 넓은 공간을 에어컨으로 식히려면 전기가 얼마나 들까 생각하기도 했다. 양원제를 예상하고 만들었다는 100석 규모의 작은 본회의장이 별도로 있는 것도 놀랍다.

박정희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양원제를 예상한 국회 건물을 지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남북통일을 예상하고 그렇게 지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여하튼 작은 본회의장은 예결위 회의에 주로 쓰이고, 나는 거기서 열렸던 개헌특위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 회의실은 무언가 개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비해 의원 숫자가 늘어난 탓으로 정부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앉아 있는 공간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이렇게 웅장한 의사당과 천정이 높은 본회의장을 설계한 이유는 평양에 있는 인민전당인지 뭔지 하는 건물과 경쟁하기 위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시절에 세종문화회관을 크게 지은 것도 평양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니까 말이다. 어느 외국 잡지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회 건물을 뽑았는데, 우리나라 의사당이 10위를 차지한 것을 보았다. 문제는 물론 의사당 건물이 아니라 의원들의 자질과 수준일 것이다.

- 사진 (1) 뉴질랜드 의사당. 별명이 ‘벌집’이다. (2) 뉴질랜드 의사당 내부 (3) 쿠웨이트 의사당 (4) 쿠웨이트 의사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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