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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워드 헌트
작성일 : 2022-09-16 10:08조회 : 750
하워드 헌트
하워드 헌트(E. Howard Hunt 1918~2007)는 뉴욕 주 북쪽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서 브라운 대학을 졸업하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에 입대했으나 사고로 부상을 당해 조기 전역했으며 OSS에 발탁돼서 중국에서 복무했다. 전후에 마셜 플랜을 집행하는 연방정부 부서에 일하다가 새로 발족한 CIA에 가담했다. 글 재주와 상상력이 뛰어난 그는 직장 일을 하면서 소설을 써서 출간했는데, CIA에서 일 하면서도 필명('Robert Dietrich')으로 소설을 출간했다. 그가 쓴 소설은 대체로 살인과 섹스가 많이 나오는 통속적 내용이었다.
헌트는 1950년에 CIA 멕시코시티 지부장이 돼서 중남미와 인연을 맺게 됐다. 멕시코시티 지부장으로 있을 때 헌트는 나중에 보수평론가로 명성이 높아지는 윌리엄 버클리(William F. Buckley 1925~2008)를 만나서 2년 동안 고용해서 멕시코의 정세를 파악토록 했다. 부친이 텍사스와 멕시코에서 석유사업을 한 버클리는 2차 대전 전에 멕시코 대학에서 공부해서 스페인어에 능통했다. 버클리가 자기가 한 때 CIA 요원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시절을 의미한다.
멕시코 지부에 있을 때 헌트는 과테말라 정권 전복(顚覆) 공작에 가담했다. 아코보 아르벤즈 정권이 공산당을 합법화하고 미국계 기업들의 토지를 수용하려고 하자 아이젠하워 정부는 이를 공산화 단계로 보고 1954년 6월 소수의 반(反)정부 민병대와 과테말라 군부 세력일부를 움직여서 아르벤즈 정권을 추방하고 군사 정권이 들어서도록 했다. CIA가 주도한 이 작전은 한해 전에 이란의 모사데크 정부를 축출하고 젊은 왕세자 샤를 국왕으로 옹립한데 이은 아이젠하워 정부 시절 CIA가 주도한 두 번째 공작이었다.
헌트는 그 후 우루과이 지부장을 지냈고 쿠바에서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자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하바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CIA가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공작을 시작하자 헌트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난민(망명객)을 규합해서 쿠바 해방을 위한 군사 조직(‘2506 여단’ : Brigade 2506)을 만들었다. 1961년 4월 17일, 헌트가 조직하고 훈련을 시킨 2506 여단이 피그스 만을 침공했으나 항공지원이 오지 않아서 실패했다. 자신이 조직해서 훈련시킨 1500명 중 500명이 전사하거나 쿠바의 수용소에서 죽는 참사가 벌어지자 헌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헌트는 CIA의 국내 파트로 발령을 받았으나 큰 역할이 없었고, 필명으로 소설을 썼다. 1964년 영국에서 007 영화 <From Russia with Love>가 큰 성공을 거두자 CIA 수뇌부는 CIA도 영국 MI 6의 제임스 본드 같은 영화 속의 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존 매콘 CIA 국장은 하워드 헌트에게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서 ‘미국판 007 소설’을 써 보라고 지시했다. 소설 집필을 위해서 CIA는 하워드 헌트를 유럽에 출장을 보냈다. 헌트와 부인 및 두 아들은 여객선을 타고 스페인에 도착해서 18개월 동안 머물면서 소설을 썼다. 헌트는 그 기간이 자기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했는데, 그렇게 해서 여러 권의 미국판 007 소설이 나왔다.
헌트는 데이비드 세인트 존(David St. John)이라는 필명으로 피터 워드(Peter Ward)라는 CIA 요원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On Hazardous Duty', "Festival for Spies' 등을 출간했다. 하지만 헌트의 소설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 이에 CIA는 이를 영화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소설을 받아 본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내용이 너무 폭력적이고 섹스가 많다면서 영화화 할 수 없다고 결정해서 미국판 제임스 본드 영화는 불발하고 말았다.
CIA 본부로 복귀한 헌트는 한직(閑職)에서 지내다가 1970년 4월 은퇴했다. 은퇴 후 그는 CIA가 세운 홍보회사에 속해 있었으나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은퇴 전후로 헌트는 브라운 대학 동문회를 자주 나갔는데, 거기서 브라운 동문인 찰스 콜슨(Charles Colson 1931~ 2012)을 알고 가까워 졌다. 브라운 대학과 조지워싱턴 로스쿨을 나온 콜슨은 변호사를 하다가 1969년 말부터 닉슨 백악관에서 존 얼릭먼(John Ehrlichman 1925~1999) 보좌관 아래에서 특보와 공보담당관을 지내고 있었다. 당시는 반전 시위가 극심했고 블랙팬더 같은 테러단체가 폭탄을 여기저기에 터뜨릴 때였고 콜슨은 정부 비판세력을 감시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헌트가 CIA에서 일 했음을 알고 있는 찰스 콜슨은 헌트에게 백악관에서 같이 일해 보자고 권유했고, 헌트는 이를 받아드렸다. 콜슨은 당시 CIA 국장이던 리차드 헬름스(Richard Helms 1913~2002)에게 헌트에 대해 문의했더니 헬름스 국장은 헌트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콜슨은 당시 밥 홀드먼(Bob Haldeman 1926~1993) 비서실장, 존 얼릭먼 보좌관에 이은 정무 라인 3인자로서 정치 공작을 주로 담당했다.
당시 백악관은 정부 기밀이 언론에 누출되는데 신경이 곤두서있었고 백악관이 자체적으로 기밀누설을 막아야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하워드 헌트는 FBI 출신인 고든 리디(Gordon Liddy 1930~2021)와 함께 백악관 특별조사팀을 만들고 CIA 출신으로 도청전문가인 제임스 맥코드와 피그스 만 침공때 같이 일했던 4명의 쿠바 출신을 가담시켰다. 이들은 자신들이 비밀누설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배관공’ 즉 ‘Plumbers'라고 불렀다. 제임스 맥코드와 쿠바계 4명은 1972년 6월 17일 밤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해서 도청장치를 설치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 사진 (1) 워터게이트 사건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하워드 헌트 (2) 2007년 하워드 헌트가 사망한 직후에 나온 회고록. 윌리엄 버클리가 서문을 썼다. (3) 헌트가 스페인에서 쓴 미국판 첩보소설 <피터 워드> 시리즈. 이 소설은 하워드 헌트가 쓴 것인 줄을 몰랐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로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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