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이공 컨티넨탈 호텔

작성일 : 2023-03-11 09:25조회 : 506

사이공 컨티넨탈 호텔

베트남에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파견된 에드워드 랜스데일 대령의 추천으로 CIA와 관계가 있던 아시아 재단의 후원을 받아서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고 워싱턴과 뉴욕을 구경하고 돌아온 팜 쑤안 안(Pham Xuan An 1927~2006 ; 이하 ‘안’으로 지칭)은 1960년에 로이터 통신 사이공 지국에 현지 통신원(stringer)으로 취직을 했다. 안은 로이터에서 4년 동안 일하고 1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했고 1965년부터 타임지 사이공 지국에서 현지 기자(correspondent)로 일하게 된다.

1960년은 아이젠하원 행정부 마지막 해였고 남베트남은 응오 딘 디엠(Ngô Đình Diệm 1901~1963. 11. 2) 대통령 일가가 전횡하던 시기였다. 디엠 대통령의 형은 가톨릭 대주교였고 동생 누(Ngô Đình Nhu 1910~1963. 11. 2)는 특수부대와 공안경찰을 움직이는 실세였고 다른 두 동생은 지사와 주영 대사를 지냈다. 디엠은 독신이라서 제수(弟嫂)인 마담 누(1924~2011)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보통 국민의 삶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공권력을 자신들을 보호하고 이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했다. 누 부부는 대통령궁에 들어와 살면서 디엠과 같이 국정을 운영했다.

마담 누는 유창한 불어 실력을 자랑하면서 외국 기자와 만나기를 좋아 했다. 마담 누는 일부다처제를 폐지하고 여성도 상속권을 갖도록 법을 개정하는데 역할을 했으나 낙태와 매춘을 금지하는 법률을 밀어 붙여서 비웃음을 샀다. 이들은 불교를 천시하더니 결국 불교를 탄압했고, 1963년 6월에는 몇몇 승려가 분신을 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담 누는 그것을 ‘바비큐’라고 비웃었고 거기에 쓴 휘발유는 수입품이라고 말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한 상황에 당황한 케네디 정부는 디엠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결국 쿠데타가 일어나서 디엠과 누는 쿠데타 군에 의해 피살된다.

이런 사건으로 사이공에는 미국과 유럽 기자들이 모여 들었다. 베트남 전쟁을 밀고나간 정책결정자들을 비판한 <The Best and the Brightest> 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 1934~2007)이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 나중에 뉴욕타임스 기자로 펜타곤 페이퍼를 단독 보도하게 되는 닐 쉬핸(Neil Sheehan 1936~2021)이 UPI 특파원으로, 그리고 걸프 전쟁 때 바그다드에서 CNN을 통해 생생한 보도를 한 피터 아넷(Peter Arnett 1934~)이 AP 특파원으로 사이공에 있었다.

로이터 통신원이었던 안이지만 그는 베트남의 사정에 가장 정통한 베트남 기자로 소문이 나서 사이공 주재 기자들은 무슨 일이든 안에게 물어 보고 정보를 얻었다. 사이공에 머물던 외국 기자들이 자주 모인 장소는 사이공 시내 번화가에 있는 컨티넨탈 호텔(Continental Hotel)이었다. 19세기 말에 프랑스풍(風)으로 지어진 우아한 이 호텔 외에도 부근에는 마제스틱 호텔 등 좋은 호텔이 있었으나 기자들은 컨티넨탈 호텔을 좋아 했다. 타임지는 이 호텔 2층에 사무실이 있었고 기자들은 호텔 룸에서 머물고 호텔 식당에서 음식과 술을 즐겼다. 왜냐하면 컨티넨탈 호텔은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The Quite American>의 무대로서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아시아에 정통한 기자로 명성이 높은 로버트 샤플런(Robert Shaplen 1917~1988)은 1962년부터 1978년까지 뉴요커(The New Yorker)지(誌)의 홍콩 지국장으로 있으면서 베트남을 취재했다. 그는 사이공에 올 때마다 컨티넨탈 호텔 407호에 묵었다. 407호는 전망이 좋은 널찍한 방으로, 그는 이 방에서 여러 기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담소했다. 베트남을 취재할 때 샤플런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물론 안이었다. 샤플런은 안 등 베트남 기자들을 아들처럼 생각하고 술도 같이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에 기초해서 그는 뉴요커지(誌)에 장문의 기사를 기고했다.

안은 컨티넨탈 호텔 맞은편 건물 1층에 있는 카페 지브럴(Cafe Givral)을 좋아했다. 그는 카페 지브럴에서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연이어 피면서 기자들과 온갖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느 장군의 부인이 어디서 여자들을 데리고 장사를 한다는 등 베트남 정부 내부 사정에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안에게 붙여진 별명이 ‘General Givral', 'Rumor General'이었다. 안은 아는 것도 많았고 유머와 조크도 풍부했는데, 그는 미국에서 그런 화법을 배운 것이다.

- 사진 (1) 로버트 샤플런과 귓속말을 하는 팜 쑤안 안
- 사진 (2) 컨티넨탈 호텔 (1968년). 지금도 컨티넨탈 호텔 등 프랑스 시절에 세워진 호텔은 고급 호텔로 영업을 하고 있다.
- 사진 (3) 카페 지브럴. 1971년. 카페 지브럴은 1975년에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문을 닫았고 1990년대에 재개발을 하면서 건물 자체가 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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