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스트모던과 보수주의

작성일 : 2009-02-25 16:42조회 : 1,992

포스트모던과 보수주의

이상돈 (2009. 2. 25)

이 사이트 Book World에 실린 영국 외교관 로버크 쿠퍼의 ‘국가들의 분열’과 미국 보수이론가 로버트 케이건의 ‘천국과 힘’은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쿠퍼는 유럽은 이미 포스트모던(post modern)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대외정책도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케이건은 대외관계에 포스트모던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포스트모던’ 이론은 사실 너무 난해해서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통상적 의미로 ‘포스트모던’이라고 쓰는 것이고, 로버트 쿠퍼도 그런 점을 자기 책의 주에 달아 놓았습니다. ‘포스트모던’은 변치않는 진실과 도덕률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진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것이 바로 ‘포스트모던’이지요.

유럽은 이미 포스트모던 사회에 들어가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20-30대, 또는 40대 중반까지, 특히 수도권의 그런 세대는 이미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촛불’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주의라고 하면,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또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주의는 어떤 '영구적 원칙(eternal principles)'과 ‘항구적 가치(enduring values)'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데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주의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진보주의는 항구적 도덕률은 없다고 보고, 도덕과 윤리도 '시대정신(zeitgeist)'를 대변한다고 봅니다.

포스트모던한 사회가 사형제를 폐지하고,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고, 안락사를 인정하고, 심지어 마약과 매춘을 합법화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문제는 포스트모던한 국가가 막강한 군사력을 갖은 모던(modern)한 국가 또는 프리모던(pre-modern)한 테러단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나 하는 점입니다. 로버트 케이건은 포스트모던한 유럽은 국내외의 적(敵)과 싸우기 보다는 적(敵)과 같이 공존하기로 택했다고 봅니다. 포스트모던을 거부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적(敵)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모던한 세대는 이제 사라져가는 상태에 있고, 저 같은 모던한 세대도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한 세대가 사회의 주력(主力)이 되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던을 거부했던 요한 바오로 2세, 로널드 레이건, 그리고 윌리엄 버클리 2세는 모두 세상을 떴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전환기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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