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국립공원 입장료, 왜 폐지했나 ?
2008-02-20 01:32 5,610 관리자


국립공원 입장료, 왜 폐지했나 ? 
(첨단환경 2007년 2월)


1.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의 변(辯)

환경부는 지난 1월1일을 기하여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다. 이로서 1970년에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입장료가 전면 폐지된 것이다. 환경부에 의하면 2005년 한 해 동안 전국 19개 국립공원이 걷어들인 입장료 수입은 271억 원으로 전체 국립공원관리비용의 22%에 해당한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며, 국민에게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입장료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나가던 소가 들어도 웃을 궤변이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다고 해서 국립공원의 공공성이 어떻게 제고되는지 알 수가 없다. 입장료 1,600원을 폐지하면 사회적 갈등이 해소된다는 이론도 애거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못지 않은 미스터리이다.
국민에게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입장료를 폐지한다면, 고궁 입장료도 폐지하고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도 폐지해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은 ‘자연탐방’을 하는 곳으로 알았는데, 환경부는 그것이 아니고 ‘문화휴식’을 하는 곳이라 한다. 국립공원에 가는 것이 ‘문화휴식’이라면 박물관과 미술관 가는 것은 ‘문화활동’이란 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2. 미국 국립공원의 입장료

국립공원 제도는 미국에서 유래한 것인데, 초창기에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엘로스톤, 요세미테 등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선 긴 열차여행을 해야 했고, 열차에 오래 시달린 후 국립공원에 도착한 사람들은 상당한 기간동안 머물고 싶어했다. 이런 수요에 부응해서 민간업자들은 공원 속에 호텔 등 숙소를 건설했는데, 업자들은 공원 측에 사용료를 냈다. 따라서 국립공원 측은 별도의 입장료를 걷을 필요가 없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게 된 것은 자동차를 몰고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후부터이다. 자동차를 몰고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자체적인 교통수단이 있으니까 공원 속에 자리잡은 호텔에 묵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공원 측은 자동차 탐방객을 위해 공원 내에 도로와 주차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1908년에는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이 자동차 1대당 6달러를, 1915년에는 엘로스톤 국립공원이 자동차 1대당 10달러를 입장료로 받기 시작했다. 1916년에 의회는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을 설치하는 법률을 제정했는데,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스피픈 메이서는 국립공원이 입장료 수입으로 자체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17년 의회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자동차 1대당 2달러로 정해서 입장료로 자체 예산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해 졌다. 하지만 1917년에 2달러는 2004년 화폐가치로는 29달러에 달하는 것이니, 2달러도 상당히 비싼 셈이었다. 또한 의회는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은 일단 연방정부 재정으로 환수하고 그 다음에 예산을 배정 받도록 해서 국립공원청을 실망시켰다. 
그 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곳이 늘어남에 따라 각 공원은 사정에 따라 입장료를 각기 부과하게 되었다. 1996년 의회는 국립공원 등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국토자원에 대한 예산지원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국립공원이 각종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로 부여하는 법률(The Recreation Fee Demonstration Program Act)을 통과시켰다. 주목할 것은 이 법률은 입장료를 징수한 국립공원이 징수된 연간 입장료의 최소한 80%를 배정 받도록 한 부분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각기 다른데, 승용차 1대당 1주일간 유효한 입장료가 요세미테 국립공원은 20달러, 세난도 국립공원은 10달러, 자이언 국립공원은 25달러 등이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 국립공원처럼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지리적으로 외진데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3. 국립공원 입장료가 필요한 이유

10여 년 전 국립공원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에 간여한 일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산림학, 생태학 등 국립공원과 관련을 맺고 있던 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때 몇몇 학자들이 국립공원 입장료 제도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즉 국립공원에 대한 예산지원이 부족해서 입장료를 받지 않을 수 없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입장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많은 입장객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생태계 보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가 잘못된 이야기이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국립공원이 보다 잘 관리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 자연훼손이 증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자원관리 정책의 측면에서 볼 때 대단한 퇴보인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장료 부과는 이용하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형평성(fairness) 측면에서 좋은 것이다. 입장료를 폐지하면 공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과 동등하게 비용을 부담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입장료를 부과함에 따라 개인은 자기 돈을 들여서 국립공원을 가든지, 다른 리크리에이션 활동을 하든지 하는 선택권(free choice)을 갖는데, 이렇게 지출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민주사회 원칙에 부합한다.
셋째, 입장료를 부과하면 각 국립공원은 입장료 수입을 공원의 시설관리 운영 등 목적에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은 중앙정부의 예산을 배정 받아 사업을 하는 것 보다 유연성(flexibility) 측면에서 우수하다.
넷째,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부과하면 각 공원은 입장료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갖게 되어 공원 관리에 주인의식(accountability)을 갖게 된다.
다섯째,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 국립공원 관리는 세금으로 감당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결국 ‘콤몬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 발생하게 된다.  국립공원이든 박물관이든 입장료를 폐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데, 관리가 어려운 국립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결국 자연을 파괴하기 마련이다. 

4. 국립공원 입장료, 무엇이 문제였나 ?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불만을 갖았던 것은 국립공원 입장료가 아니라 문화재 관람료였다. 그런데 사찰이 강제로 걷는 문화재 관람료는 그대로 놔두고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 버렸으니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셈이다.
사찰이 사찰에 오는 사람을 상대로 관람료를 받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사찰에 가지도 않는 대부분의 국립공원 탐방객에게 문화재를 관람한다는 이유로 입장료를 강제 부과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행복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사이다.
입장료 부과 방식에 불합리한 점도 있었다. 국립공원 내에 사는 사람이나 바로 인근 마을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일일이 입장료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 국립공원 경내에 들어 왔다가 나간 후에 다시 들어가려면 또 돈을 받아서 민원을 샀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입장권을 1일 입장권, 1주일 입장권, 연간 입장권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입장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손놓고 있다가 아예 백기를 들어 버린 것이다.
환경부는 입장료를 폐지해서 국립공원에 탐방객이 몰리게 되면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멍청한 헛소리이다. 사전예약제를 운영하려면 돈이 드는데, 그 돈도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것이 아닌가. 예약은 예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의미가 있는데, 공짜로 예약하는 것이 잘 지켜 질 리도 없다.

5. 환경정책의 붕괴 신호 ?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대하여 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서있는 환경정책이 붕괴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공원 입장이 공짜이어야 하면, 하천에서 취수하는데 돈을 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런 논리가 확장되면 각종 부담금도 물론 설자리를 잃게 된다. 고속도로 등 유료도로 요금도 징수하지 말아야 하고, 고궁이나 박물관이 입장료를 받아서도 안 될 것이다. 수돗물 값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부응해서 경기도 광주시도 1월1일부터 관내의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입장료 징수를 중단했다. 그러자 입장객 수가 늘어났고, 관통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늘어났다고 한다. 행락객이 증가하는 봄철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 ‘콤몬의 비극’의 발생하는 것이다. 또 한편 우려하는 것은 입장료 폐지 조치가 일종의 포률리즘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입장료를 폐지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4대강 '토론'을 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