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덕적 지도자 만이 좌파와 싸울 수 있다 (독립신문 2007년 7월 9일

작성일 : 2008-02-21 00:08조회 : 2,140

도덕적 지도자만이 좌파와 싸울 수 있다

전원책 변호사

요즘 TV 토론 프로에 나와서 시원시원한 말로 인기를 끈 전원책 변호사라는 분이 있다. 전 변호사는 7월 4일 밤 KBS 프로에 나와 이명박 씨 측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을 매섭게 몰라 붙였다. 전 변호사는 이명박 씨의 ‘백화점식 의혹’을 쭉 나열하고 나서, 당 검증위원회의 검증만 받겠다는 이명박 씨 측의 입장은 “김빼기 작전, 은폐 작전으로 보인다”고 박희태 씨를 몰아 붙였다.
전 변호사는 “국민들에게 보수의 제일 미덕은 도덕성이다. - - 보수는 엄격한 대신에 스스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지금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계속해서 나는 음해 당하고 있다, 이렇게 피해나가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보수 진영의 변호사한테 맹공격을 당한 박희태 씨는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김진홍 목사와 조갑제 대표

7월 6일 김진홍 목사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친인척이 다 깨끗한 사람이 공자님이나 있지 어디 있냐?”면서, “이 시대에 허물없이 조용한 사람은 그동안 일을 안했거나 본래 쪼다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면서 이명박 씨를 적극 옹호했다.
같은 날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윤리 선생 뽑는 것이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은 일반국민들의 도덕성 보다 평균적으로 낮다고 보아야 하며 - - 정치인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위선적 검증이 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발언도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 씨를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점은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이명박 캠프의 공성진 의원은 조갑제 씨가 “65세 이상 노인들만 상대로 강연하고 다니는 극우 세력”이라면서, “이명박 씨는 조 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조 대표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모욕했기 때문이다.(2007년 3월22일 뷰스앤뉴스 기사)

‘도덕’을 버린 보수 ?

김진홍 목사와 조갑제 씨가 ‘도덕’이란 잣대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은 의외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이 지난날 말하고 쓴 것은 전부 위선과 가식이 되고 만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좌파 세력과 맞서기 위한 최대의 무기가 ‘도덕(morality)’이라는 것은 모른다면 자신을 ‘보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레이건 대통령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공산세력을 상대로 ‘도덕 전쟁(moral war)’을 벌여서 소련과 동유럽 공산체제를 무너뜨렸다.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 백번 천번 맞는 것이다. 이제는 전 변호사 같은 사람이 전면에 나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덕’이 아닌 ‘법률 문제’

이명박 씨의 재산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나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실체적 문제에 대해서 무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씨를 둘러 싼 문제는 단순히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가 법률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검증문제의 본질은 범법자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것 같은 윤리강령을 어긴 적이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도덕과 법은 자체가 동일한 연장선상에 서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지켜야 하는 10계명 중 사람을 죽이지 말라, 남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등은 법 규범이기도 하다. 위증, 범인 도피, 사법방해 등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 비윤리적 행동일 뿐더러, 그 자체로서 중대한 범죄를 구성한다. 닉슨 대통령은 이런 범죄를 저질러서 사임했다. 위증이나 범죄인 도피 같은 죄를 저지른 사람은 결코 공직을 맡아서는 아니 된다.

도덕적 지도자만이 좌파와 싸울 수 있다.

우리는 물론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교황을 선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범법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보수’ 진영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스스로 백기(白旗)를 높이 든 것이다. 좌파와 싸우기 위해선 나름대로 도덕적 기준을 갖춘 후보가 대선에 나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그 점에는 나는 끝없는 좌절을 느낀다.

(독립신문 2007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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