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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회 쓰레기에 적용된 오염자 책임 원칙 (중앙�
작성일 : 2008-02-21 00:12조회 : 1,855
집회 쓰레기에 적용된 ‘오염자 책임’ 원칙
이상돈 (중앙대 교수 · 법학)
내년부터는 서울에선 집회나 시위를 하는 단체가 집회나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책임지고 처리해야만 한다. 집회 시위 주최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 질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집회와 시위가 많은 종로구에서 이미 실시되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를 시 전역에 적용시키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이 제도는 환경정책의 기본원칙의 하나인 ‘오염자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다.
오염을 야기한 사람이 오염물질이나 쓰레기를 배출한 자가 그 처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은 경제성 원리를 적용해서 오염물질과 쓰레기의 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원칙이다. 가정과 산업체에서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쓰레기에 대해 적용되는 쓰레기 종량제와 배출부과금 제도가 바로 이 원칙이 구현된 것이다. 그러나 군중집회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처리해 왔던 것인데, 내년부터는 그러한 치외법권(治外法權) 현상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오죽하면 서울시가 이런 고육지책(苦肉之策)을 고안해 내었나 하는 점이다. 서울시가 이번 조치를 취하기 전에 세계 각국의 법전을 뒤져 가며 동일한 입법례가 있나 하고 살펴보았지만 도저히 그런 입법례를 찾지 못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집회와 시위의 양상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TV 등을 통해 익히 보듯이 선진국에선 평화시위가 정착되어 있어 시위가 폭력사태로 발전하거나 또는 집회 후에 쓰레기 더미가 뒹구는 경우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그런 탓에 선진국에선 집회 시위 쓰레기에 대해 청소책임을 지우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집회 시위 쓰레기 처리책임 제도와 관련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집단시위와 집회가 특히 문제가 되는가에 대해 반성해 보아야 한다. 시위가 불법 폭력사태로 변질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형 집회가 있었다 하면 그 장소가 쓰레기 해방구로 변질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의 ‘시위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문화’라는 고상한 단어를 모욕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인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둘러 댈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물론 사람들의 군중심리에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는 법을 잘 지키지만 다중을 이루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 함부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국민은 그런 현상이 다소 심하다. 그것은 1987년 전에는 정상적인 민주적 정치 과정이 막혀 있었던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민주화 추세에 부응하여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어 나왔고, 이로 인해 집회와 시위가 봇물을 이루었다. 옥외 집회와 시위가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기능했고, 그런 탓에 집회와 시위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정도는 사회적 비용으로서 감수되어 왔다. 하지만 민주화 시대가 20년을 넘었지만 집회와 시위의 양상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어서 서울시가 이번에 새로운 제도를 고안해 낸 것이다. 서울시가 경제적 동기를 이용해서 집회 시위 쓰레기 처리에 적용한 것은 물론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데에 대해 우리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2007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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