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2008-02-20 01:35 1,948 관리자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첨단환경 2007년 4월)
 
1. 오스카 상(賞)을 탄 고어의 영화

지구온난화 재앙에 대해 앨 고어가 펴낸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지난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도큐멘터리 분야 오스카상(賞)을 수상했다. 작년 5월에 나온 이 영화는 미국에서 2400만 달러, 전세계적으로는 4600만 달러의 흥행실적을 올려서, 도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세 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렸다.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도큐멘터리 영화는 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화씨 911도’이다.)
앨 고어가 영화에 등장해서 슬라이드 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해 설명한 이 영화는 상당한 반응을 일으켰다. 고어가 이 영화를 계기로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는 예상보다 훨씬 급박한 위험으로 닥쳐오고 있으며, 에너지 회사와 정치인들이 이런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어는 인류가 ‘탄소로부터 자유로운 사회’(Carbon-free society)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고어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면서, 가정에서 난방과 에어컨을 덜 하고, 백열등 대신에 비싼 형광등을 쓰고, 더운물을 덜 쓰고, 건조기를 쓰지 말고 빨래를 줄에 널어 말리고, 출퇴근 때 카풀을 하고, 비행기 여행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라고 충고했다.

2. 테네시 정책연구소의 폭로

미국 기업연구소의 연구위원을 지낸 젊은 보수주의자 드루 존슨이 운영하는 테네시 정책연구소(The Tennessee Center for Policy Research)라는 민간단체가 오스카 시상식이 있고 난 다음날에 고어의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고 나섰다. 2월26일에 이 연구소는 내슈빌 전력회사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근거해서, 내슈빌의 부유층 거주지에 위치한 고어의 저택은 평균적 미국인 가정이 1년 동안 쓰는 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매달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 미국인 가정은 매년 전기를 10,619 Kwh를 사용하는데, 2006년 한해 동안 앨 고어의 이 저택은 221,000 Kwh를 소모한 것이다. 그러니까 평균적 미국인 가정이 소모한 전력의 20배를 소비한 셈이다. 고어의 이 저택이 낸 월간 전기요금은 평균 1,359달러이고, 2006년 한해동안 전기와 가스로 거의 3만 달러를 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3. 언론 보도

테네시 주 내슈빌에 위치한 한 작은 민간단체의 발표는 폭스뉴스와 유에스 투데이 등을 통해 널리 알려 졌고, 몇몇 우리나라 신문도 이를 간략하게 보도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테네시 주의 유력한 일간지인 테네시언(The Tennessean)이 1월에 이미 고어의 전기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전기회사로부터 입수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뻔한 것이었다. 테네시언은 테네시 출신의 유력한 상원의원이던 앨 고어의 부친 시절부터 고어 집안과 깊은 관련을 맺어 왔기 때문이다. 앨 고어가 밴더빌트 신학교와 로스쿨을 다니다가 그만 두고 빈둥거릴 때 이 신문사는 고어에게 이름뿐인 기자 신분을 주어서 그가 하원의원 출마하는데 경력으로 삼게 해 주었다. 이 신문은 클린턴이 대통령을 지내고 고어가 부통령을 지낼 때 클린턴에게 유고(有故)가 발생하기를 고대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4. 앨 고어의 ‘진실’ 

고어는 테네시 주 내슈빌에 거실 20개와 목욕실 8개가 있는 건평 1만 평방피트나 되는 대저택을 갖고 있고, 워싱턴 근교인 버지니아 주 앨링턴에 4천 평방피트 저택을 갖고 있고, 그의 원래 고향인 테네시 주 카세지에도 집을 갖고 있다. 전기요금이 드러난 집은 고어와 부인 티퍼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내슈빌의 대저택이다.
미국의 몇몇 주는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가정이나 기업 등 전기 사용자가 킬로와트 당 몇 페니 정도 요금을 자발적으로 추가해서 내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고어가 살고 있는 테네시 주의 전기회사도 이런 프로그램을 두고 있어 평범한 사람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고어는 여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비난에 대해 고어의 대변인은 고어가 자신이 배출한 탄소량(carbon footprint)을 지우기 위해 오프셋(offset)을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오프셋을 구매한 것은 고어 자신이 아니라 고어와 몇몇 지인이 세운 제너레이션 투자관리회사(Generation Investment Management)였음이 드러났다. 199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고어 등 23명 직원을 대신해서 카본 오프셋을 구매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탄소량 배출에 대해 오프셋을 사고 파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느냐 하는 점이다. 제너레이션 투자관리회사에 오프셋을 판 카본 중립회사(The Carbon Neutral Company)는 그들의 오프셋 거래 사업이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지는 않을 것이며, 단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함을 과시하고 이에 대해 공공 관심을 야기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프셋을 구매한 제너레이션 투자경영회사는 세법을 이용해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손해 보는 것도 별로 없고, 고어는 자기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5. 고어 만이 아니다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을 벌이는 유명인사의 위선은 앨 고어에 그치지 않는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 민주당의 원로인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등이 모두 그렇다. 두 사람 모두 하버드 대학이 위치한 매사츄세츠 주 출신이고, 억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케이프 코드에 대저택을 갖고 있다. (‘제3세계의 친구’이며 미국의 ‘살아있는 양심’인 나이 먹은 좌파 노엄 촘스키도 여기에 집을 갖고 쾌적하게 살고 있다.)
존 케리는 호화 요트를 몰고 대서양에 나가는 것과 할레이 데이비즌 같은 큰 모터 사이클을 모는 것을 좋아한다. 에드워드 케네디 역시 호화 요트를 몰고 대서양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10여 년 전에는 요트를 출렁이는 바다에 세워놓고 혼외정사를 벌이다가 어떤 파파라치가 헬기에서 그 모습을 찍어 잡지에 내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공화당 정치인이 혼외정사를 하면 난리가 나는데 민주당 정치인은 그런 것이 드러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6. 바브라 스트레이전드의 경우

가수이며 영화배우인 바브라 스트레이전드는 대단한 환경운동가이다. 그녀는 환경단체인 환경방어기금(Environment Defense Fund)에 기후변화에 관한 스트레이전드 석좌(Streisand Chair)를 세워 놓았고, 모금을 해서 이런저런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오존층 소실과 온실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저기에서 말하고 다녀서 환경을 생각하는 할리우드의 명사로 부각됐다. 그녀는 2000년 선거에 즈음해서 민주당을 위해 모금을 하고 다니면서도 그렇게 주장하면서 공화당을 비난했다. 그런데 밝혀진 바에 의하면 민주당 행사에 가서 그런 말을 하고 난  후 곧 SUV를 한 대 추가로 구매했다고 한다. 바브라는 태평양 연안의 말리부 비치에 대저택을 갖고 있는데, 그 집의 넓디넓은 잔디 정원에 물을 주느냐고 가뭄이 심했던 어느 해에는 수도요금으로만 22,000달러를 냈다.
2001년 캘리포니아에 전기 부족 사태가 닥치자 바브라는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사람들이 에어컨을 줄이고 빨래를 줄에 널어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기자가 바브라의 대변인에게 바브라 자신이 에어컨을 줄이는 등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당신은 정말 그녀가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녀의 말리부 비치 대저택은 집이 다섯 채가 흩어져 있는 규모이고, 그녀의 옷가지 등을 보관하기 위한 에어컨이 부착된 창고의 규모만 12000 평방파트에 달한다. 
2002년에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자 바브라  스트레이전드, 수전 서랜든, 알렉 볼드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석유 때문에 전쟁을 하는데 반대한다”면서 시위를 벌이고 부시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 때 바브라는 석유 때문에 전쟁을 하는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편지에서 바브라는 “자기가 전쟁에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이란의 사담 후세인을 반대한다”고 썼다. 바브라는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침공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할리우드의 골빈 배우들의 위선적 꼴불견을 보다 못한 보수 정치평론가 앤 코울터(Ann Coulter)는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 우리는 석유가 필요해서 이라크를 침공한다. 그래야만 너희들이 자가용 비행기와 리무진을 타고 다닐 것이 아니냐.” 진보의 위선을 꼬집은 명구(名句)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주위에도 앨 고어나 바브라 스트레이전드 같은 위선자가 적지 않을 것이니, 입으로만 하는 환경운동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4대강 '토론'을 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