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오의 "바보짓" ?

작성일 : 2008-03-23 00:18조회 : 1,869

이재오의 ‘바보짓(Folly)’ ?

한나라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에 모든 것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전거 타고 운하 코스라는 부산-서울을 달리기도 했다. 지난 1월 2일에 이 의원은 “대운하 건설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며, 4월 9일 총선 이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박형준 의원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1월 5일에 이 의원은 문경에서 운하 추진을 강변하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1월 7일에는 “금년 안에 운하 건설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했다. 1월 8일에는 대운하 사업은 이미 “500만 표차의 지지를 받았는데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1월 9일에 이 의원은 동료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요즘 대운하 추진하는 사람들은 ‘또라이’ 비슷해진다.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도 우리와 똑같았다. 뉴욕주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가 한국과 거의 비슷한 530Km인데, 당시 반대도 많았고, 토머스 제퍼슨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지만, 당시 주민들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 운하를 적극 추진해 8년 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제퍼슨과 드위트 클린턴

이재오 의원이 말한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는 에리 운하(The Erie Canal)이다. 1817년 당시 뉴욕 주지사이던 드위트 클린턴이 오대호와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하자, 당시 대통령이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를 ‘미친 짓’이라고 불렀다.
클린턴 지사가 공사를 강행하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클린턴의 바보짓’(Clinton's Folly)이라고 불렀다. 8년 간의 공사 끝에 1825년에 공사가 완료돼서 지사 임기를 끝낸 클린턴은 개선장군처럼 바지를 타고 운하를 통해 맨해튼에 이르렀다.
에리 운하는 오대호를 통해 중서부를 대서양에 연결시켰다. 이로 인해 중서부의 개발이 촉진되었다. 이를 계기로 뉴욕시가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를 젖히고 제1의 항구로 등장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곳곳에 물길을 잇는 운하 건설 붐이 일었다.

그러나 에리 운하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1831-42년 간 에리 운하 전구간에 걸쳐 철도가 건설되었다. 운하와 철도가 경쟁하게 된 것이다. 운하 관리당국은 운하의 시설을 개수해서 철도 시대의 도래에 대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전국을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운하는 이제 철도 뿐 아니라 고속도로와 경쟁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1950년대 들어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1990년 들어서 에리 운하는 전적으로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운영은 뉴욕주 유료도로 위원회를 이관되어서 유료 고속도로에서 벌어들인 돈을 운하 관리에 지원하게 됐다. 2006년 여름 뉴욕 주 상류 지역에서 홍수가 나서 에리 운하는 심각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운하는 ‘역사의 유물(遺物)’

운하는 육상 교통수단이 없었을 때 역할을 하였다. 그런 점에서 드위트 클린턴은 선각자인 셈이다. 그러나 운하는 철도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내리막길을 걸었고, 고속도로의 대두로 종지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21세기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험준한 산맥이 내륙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와 철도가 거미줄처럼 쳐있는 우리나라에서, 또 물동량에 비해 화물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화주와 기사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이 무슨 운하 타령인가 ? 한반도 대운하야말로, 토머스 제퍼슨의 말대로 ‘미친 짓’이고, ‘이재오의 바보짓’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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