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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윌리엄 버클리 2세 (1925-2008)
작성일 : 2008-03-25 20:43조회 : 1,849
윌리엄 버클리 2세(1925~2008) (월간 조선 2008년 4월호)
- 『冷戰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保守의 知的 기초 구축』(부시 美 대통령)
李相敦 중앙大 법대 교수 (sdlee51@hotmail.com)
"保守의 가장 우아한 목소리" : 윌리엄 버클리 2세
미국의 保守主義(보수주의) 사상가이자 평론가이고, 「내셔널 리뷰」誌(지)의 창간자인 윌리엄 버클리 2세가 지난 2월27일 코네티컷州(주) 샘포드市(시) 자택에서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시가를 즐겨 피운 탓에 肺氣腫(폐기종)을 앓고 있던 버클리는 서재의 책상 위에 잠을 자듯이 엎드린 채 세상을 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가장 탁월한 저술가이자 사상가 한 명을 잃어 버렸다』고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부시는 버클리가 『冷戰(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保守의 知的(지적) 기초를 구축했다』고 했다.
로널드 레이건 前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레이건은 정치적 생애를 통해 버클리의 자문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며, 레이건이 세상을 뜬 후에도 버클리 부부는 나에게 큰 위안이었다』고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紙는 그의 죽음을 전하면서, 『보수주의는 가장 우아한 목소리를 상실했다』는 제목의 社說(사설)을 내 보냈다.
윌리엄 버클리 2세는 1925년 11월24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윌리엄 버클리는 변호사이자 부유한 석유사업가로 아일랜드系(계) 가톨릭 신자였다. 모친은 스위스- 독일系로 남부 출신이었다.
버클리 2세는 이들의 10명의 자녀 중 여섯 번째였다. 사업차 멕시코와 파리 등지에서 살았던 부모 덕분에 버클리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먼저 배웠고, 영어는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배웠다.
버클리는 음악·독서·승마·요트 등 많은 분야에서 재주가 있었고, 부유한 그의 아버지는 그의 재능을 십분 키워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돌아와서 뉴욕의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친을 따라 멕시코에 가서 대학을 잠시 다녔다.
「예일에서의 神과 인간」출간
버클리는 1944년 美 육군 사관후보생 과정을 거쳐 장교로 임관됐다. 전쟁이 끝난 후 예일大에 입학해서 1950년에 졸업했다. 예일大에서 그는 토론으로 이름을 날렸고, 졸업 후 잠시 CIA에서 비밀요원으로 일을 했다.
예일大를 졸업하던 해에 버클리는 사업가의 딸인 패트리샤와 결혼하고 코네티컷에 정착했다. 그는 예일大의 無神論(무신론)과 사회주의적 편향을 고발한 책 「예일에서의 神(신)과 인간」을 펴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5세의 젊은이가 「母校(모교) 예일大가 창립정신을 저버리고 無神論과 사회주의와 집단주의를 젊은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고발한 책을 낸 것이다.
헨리 레그너리가 창립한 레그너리 출판사가 출간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돼서 7만 부가 팔렸다. 1977년에는 25주년 기념판이 나왔고, 2002년에는 50주년 기념판이 나와서 古典(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버클리는 이 책에서 『예일大의 교수진과 교과과정의 심각한 左편향을 지적하고 동문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은 半(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효하다.
美 보수주의의 旗艦,「내셔널 리뷰」誌
1955년 버클리는 「내셔널 리뷰」誌를 창간했다. 이 평론잡지는 미국 보수주의의 旗艦(기함)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잡지는 공산주의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進步(진보)정책의 허구를 규명하는 평론을 실었다.
「내셔널 리뷰」가 나오기 전에는 미국의 보수 진영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이 없었다. 당시 보수 진영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것 외에는 크게 내세울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했다. 「내셔널 리뷰」가 나오게 됨에 따라 보수 진영은 시장자유경제와 「작은 정부」 같은 자신들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낼 수 있었다.
버클리는 30만 달러를 모아서 2년간의 준비를 거쳐 1955년 11월19일 격주간지로 「내셔널 리뷰」를 처음 선보였다. 초기에 기고를 많이 한 필자로는 「보수적 마인드」의 저자인 러셀 커크, 한때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제임스 번햄과 프랑크 마이어, 앨저 히스가 소련 간첩이라고 증언한 휘태커 챔버스를 들 수 있다. 버클리는 대학을 막 졸업한 23세의 개리 윌스를 필자로 채용했는데, 그는 나중에 퓰리처賞을 탄 대단한 저술가로 성장했다.
버클리는 보수이념을 전달할 수 있는 필자를 키워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조지 윌, 예일大 로스쿨 교수를 지내다가 지금은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있는 로버트 버크 등 당당한 보수 인사들이 한때 「내셔널 리뷰」의 고정필자였다.
「쓸모 있는 바보들」의 저자인 모나 채런, 2000년 大選 때 조지 부시 출마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데이비드 프롬, 「대통령, 교황, 그리고 총리」의 저자인 존 설리번,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 역사학자 빅터 핸슨 등 「내셔널 리뷰」의 필자 진용은 보수 지성계의 인명사전과 같다.
버클리는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배리 골드워터를 지지했다. 그 자신뿐 아니라 「내셔널 리뷰」誌 자체가 골드워터가 보수 이념이 충실한 대통령감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1965년 뉴욕시장 선거 출마
1965년에 버클리는 뉴욕시장 선거에 신생 정당인 뉴욕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보수적 유권자를 대변해서 진보성향인 공화당 후보 존 린지와 역시 진보성향인 민주당 후보 에이브 빔에 대항했다.
이 선거에서 버클리는 13%를 얻는 데 그쳐 낙선했지만 뉴욕市에 보수 유권자가 존재하며, 보수 유권자가 무조건 공화당을 지지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버클리의 출마에 힘입어 뉴욕 보수당은 뉴욕 정치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되었다. 그의 형 제임스 버클리는 뉴욕 보수당 후보로 1970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버클리는 1966년부터 1999년까지 공영방송(PBS)에서 「射線(사선)」이란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아 운영했다. 33년간 1504회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최장기 정책토론 프로그램의 기록을 세웠다. 버클리는 학자적 지식과 유머로서 보수 이념과 정책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버클리는 또한 「여왕 구하기」 등 스파이 소설 10여 편을 썼는데, 자신의 CIA 요원 경험이 토대가 됐다고 한다.
버클리와 레이건 대통령
1980년 大選(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버클리에게는 30년을 기다려 온 승리였다.
기자들은 그가 레이건 행정부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될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자 버클리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자신은 정부 직책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하게 알려 주었다. 이에 실망한 레이건은 버클리에게 『아프가니스탄 대사로 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으로 물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군의 점령하에 있었다. 버클리는 『10개 사단의 경호원을 붙여 주면 가겠다』고 답했다.
버클리는 코넷티컷의 주민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코네티컷州 출신의 진보성향 공화당 상원의원 로웰 와이커를 좋아하지 않았다. 1988년 선거에서 그는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만을 지지해서 와이커를 낙선시키는 데 기여했다.
리버만은 2000년 大選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해서 2006년 선거에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탈락했다. 그러자 리버만은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공화당원들은 무소속인 리버만을 지지했다.
1990년 버클리는 「내셔널 리뷰」 편집장 자리를 물러났다. 199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버클리에게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 메달을 수여했다.
2004년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내셔널 리뷰」社의 지분을 이사회에 증여했고, 자기의 자서전 「걸어온 路程(노정)」을 레그너리 출판사에서 펴냈다.
이 책에는 그의 가족과 어릴 적 이야기, 집안의 종교인 가톨릭, 자기의 교육과 여행 등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유머와 위트, 그의 탁월한 어학능력에 관한 이야기 등이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치적 철학인 보수주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2007년 4월, 57년을 같이 산 아내가 사망하자 그는 급격히 수척해졌다. 평생을 피워 온 담배와 시가에 대해 후회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사상적 행로를 담은 또 다른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모르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평생 글을 쓰고 책을 읽었던 책상에서 숨을 거두었다. 20세기 후반기 미국 지성사를 장식한 巨木(거목)은 이렇게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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