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동차 선팅과 운전중 통화

작성일 : 2008-03-29 00:15조회 : 2,460

이석연 법제처장이 불필요한 법령의 대표적 예로 자동차 선팅을 예로 들어서 말하더니, 결국 정부는 선팅 규제를 폐지할 모양입니다.
지난 2004년 9월에 동아일보에 '선팅 단속의 허와 실'이란 시론을 쓴 바 있습니다. 이 시론이 나간 후 경찰청이 외국의 선팅 규제에 대하여 연구 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아일보 시론을 전재합니다. 선팅 규제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 운전 중 통화금지입니다. 이에 대한 2002년 11월 조선일보 기고도 같이 전재합니다. 이 두 칼럼은 작년 여름에 나온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도 실려 있습니다. '선팅 규제'와 '운전 중 통화금지'는 정부가 개인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에 반대하는 것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철학에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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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선팅’ 단속의 허(虛)와 실(實)
이상돈

정기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내년(2005년) 말부터 자동차 창문 틴팅(통칭 ‘선팅’)을 단속할 예정이라 한다. 지난 1999년 이후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았던 틴팅이 다시 규제대상이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틴팅 허용 기준을 선진국처럼 광선투과율을 정해서, 투과율 50%～70%로 정도로 할 것이라 한다. 그 정도 기준이면 최근 몇 년간 출고된 1000만대가 넘는 차량이 단속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선팅 대란(大亂)’이 발생할 것이다.

틴팅은 지난 5년 동안 단속을 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이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런데 당국의 조령모개식(朝令暮改式) 행정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상황이다. 무엇보다 ‘틴팅’을 무조건 나쁘고 위험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운전자들이 틴팅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햇볕을 차단해서 눈부심을 예방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틴팅이 교통사고와 차량범죄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이 규제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출고한 차량은 대부분 전후 좌석 유리와 후면 유리에 틴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가 크게 늘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다. 틴팅을 하면 사고시 유리 파편 비산(飛散)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틴팅을 한 차가 앞에 가면 운전자의 전방시야를 가린다고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대형차, 승합차 등이다. 경찰은 또 틴팅을 하면 차에 누가 탔는지를 알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납치 범죄 등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이 뒷좌석에 탄 사람까지 한눈에 알아 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야간에는 자동차 내부가 어차피 안 보이는데, 그렇다면 차량납치를 막기 위해 야간에 실내등을 키라고 할 것인가.

미국은 각 주(州)가 제각기 기준을 정해 과도한 틴팅을 규제하고 있다. 보통 앞좌석 좌우 창문은 최소 투과율을 35%～50%로 하고, 뒷좌석 좌우 창문과 후면 유리는 20%～35%로 규정한다. 뒷좌석 창문과 후면 유리에 대해 규제를 아예 두지 않는 주도 있다. 앞좌석 창을 보다 밝게 하도록 하는 것은 주로 검문 경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보편화돼 있어 자동차에 총기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앞 좌석 창의 투과율이 30%가 안되면 경찰관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할 때 운전자의 총기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두는 것이다.

뒷좌석에 탄 어린이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선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정계와 재계 요인들의 차량은 테러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틴팅을 진하게 할 필요가 있다.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톱 스타들도 그러할 것이다. SUV 같은 다목적 차량은 뒷좌석에 짐을 싣는 경우가 많아 역시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예를 따라 앞좌석은 35%～50%, 뒷좌석과 후면 유리는 20%～35% 정도로 광선투과율을 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차량 내부가 전혀 안보일 정도로 진한 경우만 금지하면 되는 것이다.
(동아일보 2004년 9월7일 여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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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통화 금지’의 허(虛)와 실(實)
이상돈

운전 중 휴대전화 통화를 금지시킨지도 1년이 넘었지만 요즘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통화하면서 운전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고속주행 중 통화하는 운전자를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저속주행 중 통화운전은 그다지 위험한 것도 아니니 단속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통화 중 운전을 금지하게 된 것은 그것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핸즈 프리를 이용한 통화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운전 중 통화가 음주운전만큼 위험한지, 또 핸즈 프리 통화는 안전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많다.

과거의 운전자들은 앞만 보고 운전했지만 오늘날의 운전자들은 여러 일을 하면서 운전을 한다. 운전 중 카 오디오 조작은 기본이고, 음료수를 마시며 운전하기도 한다. 교통체증이 있으면 앞에 놓인 소형 TV를 보기도 한다. 위치확인장치(GPS)가 널리 보급되면 운전자들은 이 장치의 화면을 보면서 운전할 것이다. 이런 장치들로 인해 우리는 운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보다 즐겁게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고가 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그렇지만 운전 중 TV나 GPS 화면을 보거나 오디오를 조작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운전 중 TV 시청이나 오디오 조작 보다 훨씬 위험한가 ?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적 연구의 결론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 중 휴대전화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차 밖의 다른 사물을 본 경우가 29.4%, 카 오디오 조작이 11.4%, 동승자와 관련된 경우가 10.9%, 흡연이 0.9%, 그리고 음식물 섭취가 1.7%를 차지한다고 한다. 운전 중 통화가 특히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박약한 셈이다.

최근 미국 유타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핸즈 프리 통화를 한다고 해서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통화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것은 아니라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통화감도가 안 좋은 핸즈 프리 통화가 더 위험할 수 있으며, 운전자가 주의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통화 자체 보다 통화내용 때문이라고 한다. 통상적인 통화는 운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나 심각한 통화를 하는 운전자는 사고를 낼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속도로안전국도 핸즈 프리 통화가 덜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여하튼 통화하면서 운전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교통사고 위험성이 증가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도 운전 중 통화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이 이런 규제가 과연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건전한 규제인지는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요즘 자동차는 자동변속기와 파워 스티어링을 갖추고 있어 평상시에 한 손과 한 발로 운전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한 한 손에 햄버거 들고 한 손으로 인터넷 하는데 숙달된 젊은 세대들은 운전 중 통화에도 능숙한 편이다. 아예 자동차에 성능이 좋은 휴대폰 장치를 기본으로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행할 수도 없는 비현실적인 법적 규제를 가하기 보다 교육과 홍보,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2002년 11월15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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