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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수의 칼을 높이 쳐든 미국의 여전사들 (월간조선 2008년 2월호)
작성일 : 2008-04-03 10:32조회 : 2,582
<월간조선 2008년 2월호>
보수의 칼을 높이 쳐든 미국의 女戰士들
- 좌파 공격에 앞장 선 미국의 여성 우파 논객들 –
李相敦 (중앙대 법대 교수)
보수 논객들의 약진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도 이념 대립이 심해지자 특정한 관점에서 상대방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필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論客(논객:pundit)’이라고 부르는데, 이 호칭은 어느 정도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兩非兩是論(양비양시론)이나 펴는 기회주의자들에 비한다면 이런 사람들이 정직하고 진솔하다. 문제는 물론 이들의 주장이 진실에 근거해 있고, 논리적이며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10여년간 미국 정치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보수 논객들의 약진이다. 폭스 뉴스의 빌 오라일리(Bill O’Reilly), 라디오 정치 토크 쇼의 황제인 러시 림보(Rush Limbaugh), 라디오 토크 쇼를 진행하면서 폭스 뉴스에 출연하고 있는 숀 해니티(Sean Hannity) 등이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다. 원로급으로는 내셔널 리뷰지(誌)를 창간한 윌리엄 버클리 2세(William Buckley, Jr), 이글 포럼의 대표인 필리스 슐라플라이(Phyllis Schlafly),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Robert Novak)을 들 수 있다. 보수 진영의 특이한 현상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여성 논객들의 활약이다. 필리스 슐라플라이 외에도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Peggy Noonan), 여러 권의 베스트 셀러를 펴낸 앤 코울터(Ann Coulter), 라디오 토크 쇼를 진행하는 로라 잉그레이엄(Laura Ingraha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보수의 칼을 높이 든 ‘女戰士’인 셈이다.
보수의 원로, 필리스 쉴라플라이
필리스 슐라플라이(Phyllis Schlafly)는 윌리엄 버클리 2세와 더불어 오늘날 미국의 보수주의 이념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24년에 미주리 州 세인트 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 대공황이 닥친 탓으로 어렵게 성장했다. 아버지가 실직을 하자 어머니가 도서관 사서와 교사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슐라플라이는 군수공장에 다니면서 세인트 루이스에 소재한 워싱턴 대학을 다녔다.
전과목에서 A학점을 받은 그녀는 3년 만에 19세 나이로 대학을 졸업했고, 이듬해에는 하버드에 진학해서 1년 만에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로스쿨을 가고 싶었지만 당시에 하버드 로스쿨은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
변호사인 남편을 만나서 여섯 아이를 낳아 키우던 중에는 슐라플라이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슐라플라이는 1962년에 ‘반향이 아닌 선택(A Choice, Not An Echo)이란 책을 펴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수백만 권이 팔렸는데, 1964년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의 보수주의 철학을 뒷받침했다.
1970년대 들어 여성단체가 주도한 男女同權(남녀동권) 헌법수정안(Equal Rights Amendment)이 의회를 통과하자 슐라플라이는 이에 반대하는 전국적 운동을 벌였다. 슐라플라이는 “남녀동권 헌법수정안이 확정되면 여성을 보호하는 법제가 사라질 것이고, 여성도 군대를 가야하고 가정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슐라플라이는 미국 여성이 압박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여권단체의 주장을 ‘세기의 사기(fraud of the century)’라고 불렀다. 슐라플라이의 반대운동에 힘 입어서 남녀동권 헌법수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이글 포럼(Eagle Forum)’이란 단체를 만들어서 오늘날까지 이끌어 오고 있으며, 좌파 운동을 비판하는 책을 여러 권 썼다.
여권주의자들이 슐라플라이가 법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자, 슐라플라이는 50이 넘은 나이에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 대학 로스쿨에 입학해서, 1978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1993년에 사망한 남편과 44년간 해로(偕老)했으며, 여섯 자녀를 두었다. 다섯째인 앤드류는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는데, 최근에 좌편향된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대항하기 위해서 컨서바피디아(conservapedia.com)를 창설했다.
레이건 보수 혁명의 증인, 페기 누넌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Peggy Noonan)은 레이건 대통령과 41대 부시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를 지냈다. 그녀의 문체는 너무나 유려하고 상큼해서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하고 감탄할 정도다.
195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누넌은 뉴저지에 위치한 페어레이 디킨슨 대학을 졸업하고, CBS 방송에서 뉴스 대본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 1984-88년간 레이건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노르만디 상륙작전 40주년 기념 연설과 스페이스 셔틀 챌런지號(호) 폭발사고 연설은 페기 누넌이 기초한 것이다.
1988년 선거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조지 부시 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내 입술을 읽으세요, 새로운 세금을 없습니다.(Read my lips. No new taxes.”)라고 한 연설문도 누넌이 작성한 것이었다. (부시는 이 유명한 약속을 어기고 부유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해서 1992년 선거에서 패배했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자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보다 친절하고 점잖은 나라(a kinder, gentler nation)”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구절도 누넌의 작품이다.
백악관을 떠난 누넌은 여러 권의 책을 썼다. 1990년에 나온 ‘혁명에서 내가 본 것들(What I Saw at the Revolution)’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쓴 보수 혁명에 대한 회고록인데, 대단한 베스트 셀러가 됐다. 1998년에는 ‘단순하게 말하기(Simply Speaking)’란 자기 표현법에 관한 책을 냈다. 2000년 초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려고 하자 누넌은 ‘힐러리를 반대한다(Case Against Hillary Clinton)’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역시 베스트 셀러가 된 이 책에서 누넌은 “스스로 이룩한 것이 없으며 각종 비리를 일으킨 힐러리는 公的(공적) 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넌은 2001년에 레이건 대통령의 일대기인 ‘배역이 왕이었을 때(When Character Was King)’를 펴냈다. 레이건의 생애와 인간미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이 책은 한편의 서사시(敍事詩)와 같다. 2003년에는 9×11 테러를 보고 느낀 참담한 심정을 그린 ‘하트, 십자가 그리고 국기(A Heart, A Cross And A Flag)’를, 2005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모하는 ‘요한 바오로 大帝(대제)(John Paul the Great)’를 펴냈다. 가톨릭 신자인 누넌은 1985년에 한 변호사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1989년에 이혼했다.
‘쓸모있는 바보들’의 저자 모나 채런
국내에 번역 출판된 ‘쓸모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의 저자로 알려진 모나 채런(Mona Charen)은 컬럼비아 대학의 바너드 칼리지와 조지 워싱턴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 업무 보다는 정치평론가를 희망한 채런은 내서널 리뷰誌(지)에서 편집을 담당하다가 1984년에 백악관에 들어가서 홍보실에 일했다. 1987년부터는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로 활약했고, 1988년부터 시작된 CNN의 주말 정치 토크 쇼인 ‘캐피탈 갱(Capital Gang)’의 고정 패널리스트로 널리 알려 졌다.
채런은 2003년에 진보 좌파가 조국인 미국을 얼마나 헐뜯고 적국을 이롭게 했나는 폭로한 ‘쓸모있는 바보들”을 출간해서 좋은 평을 얻었다. 2004년에는 진보 좌파가 추진한 국내 정책이 어떻게 미국을 망가뜨렸나를 파헤친 ‘좋은 일 하는 자들(Do-Gooders)’를 펴냈다. 유대인인 채런은 변호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세 아들을 두었으며, 유대인이 공화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9 -11 테러로 사망한 바버라 올슨
변호사이며 정치평론가인 바버라 올슨(Barbara Olson)은 9-11 테러 당시 국방부에 추락한 아메리칸 항공 77편에 타고 있다가 희생당했다. 그녀는 원래 전날 LA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9월 11일이 남편인 테드 올슨 법무차관의 생일이어서 출발을 하루 늦춘 탓에 희생되고 말았다. 올슨은 비행기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빨리 하강하고 있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 주고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1955년 생인 올슨의 원래 이름은 바버라 케이 브래처였다. 텍사스 州 휴스턴에서 태어난 그녀는 휴스턴에 위치한 세인트 토마스 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카르도조 로스쿨을 졸업해서 변호사가 된 올슨은 법무부에서 검사로 잠시 일했고,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한 의회 특별위원회의 조사관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올슨은 힐러리가 대단히 사악하고 간교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자신의 조사 경험을 토대로 ‘後患(후환)(Hell To Pay: 힐러리가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은 “지옥 같은 대가를 치룰 것”이라고 한 데서 따온 것이다)’이란 제목의 책을 1999년에 펴냈다.
9-11 테러로 사망할 당시 올슨은 두 번째 책 ‘최후의 날(Final Days)’의 출간을 바로 앞두고 있었다. 이 책은 클린턴과 힐러리가 임기 마지막 순간에 테러범, 경찰관 살해범, 거물 사기꾼 등을 정치헌금을 받고 사면해주고, 백악관의 가구를 무단으로 반출해 나가는 등 불법적이고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고 고발한 것이었다. 올슨이 사망하자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앞 다투어 주문하는 바람에 책은 나오기도 전에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를 몇 주 동안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톨릭 신자인 올슨은 1996년에 이혼 경력이 있는 저명한 헌법 변호사 테드 올슨과 1996년에 결혼했으나 사이에 자식은 두지 않았다. 다정했던 이 부부는 워싱턴 근교 북부 버지니아의 저택에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주의 동료들을 자주 초대해서 파티를 열었다. 올슨의 모교인 카르도조 로스쿨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했고, 보수 법률가의 모임인 ‘연방주의자 협회(The Federalist Society)’는 그녀를 기리는 기념 강연을 매년 열고 있다.
‘보수의 여주인공’ 앤 코울터
국내에도 번역된 ‘중상모략(Slander)’ 등 뉴욕타임스 1위를 달린 베스트 셀러를 여러 권 출간한 저술가이며 정치평론가인 앤 코울터(Ann Coulter)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여전사이다. 타임지는 2005년 4월25일자 커버 스토리에서 그녀를 ‘보수의 여주인공(Conservative Diva)’이라고 소개했다.
코울터는 1961년에 뉴욕시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보수적이며 종교적인 변호사였다. 코울터는 코넬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 로스쿨에 진학해서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코넬의 진보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녀는 ‘코넬 리뷰(The Cornell Review)’라는 보수 성향의 학내 간행물을 창간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미시건 대학 로스쿨 재학 시에는 보수 법률가 모임인 ‘연방주의자 협회’의 미시건 지부를 창설하는 일에 간여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 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서기를 지낸 후 잠시 로펌에서 일했다. 1995년 들어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하게 되자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일했고, 보수성향의 공익 로펌에 가담해서 클린턴을 상대로 한 성희롱 소송을 다루었다.
케이블 뉴스를 시작한 MSNBC가 코울터를 정치 평론가로 고용함에 따라 그녀는 대중에 알려 지게 되었다. 1998년에 첫 저서인 ‘중죄와 경죄(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을 펴냈는데 베스트 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코울터는 클린턴은 탄핵을 당하기에 충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02년에는 뉴욕타임스 등 진보 언론의 여론 조작을 파헤친 ‘중상모략(Slander)’을 펴냈다. 보수 성향의 책은 전혀 소개하지 않는 뉴욕타임스는 코울터의 책을 북 섹션에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울터의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 1위에 연속 7주 동안 올라서 뉴욕타임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2003년에는 진보세력을 아예 반역자 집단이라고 몰아 세운 ‘반역(Treason)’을 펴냈는데, 역시 대단한 베스트 셀러가 됐다. 2004년에는 자신의 칼럼을 모은 ‘진보파에게 어떻게 말할까(How To Talk To A Liberal)’을 냈고, 2006년에는 진보파의 反(반)종교 성향을 비난한 ‘무신(Godless)’를 펴냈다.
코울터는 사람들에 의해 膾炙(회자)되는 자극적인 名句(명구)를 많이 남겼다. 9×11 테러가 나자 “우리는 그들의 나라에 침입해서 지도자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켜야 한다”고 했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은 항상 미국을 적대시한다. 이들은 반역자이거나 바보 천치들이다.”고 쏘아 붙였다. 보수파들은 이러한 코울터의 이런 표현에 대해 속 시원하게 느끼지만 진보주의자들에게 코울터는 ‘公敵(공적) 1호’인 셈이다.
진보 세력은 코울터의 책에서 잘못되거나 왜곡된 부분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코울터의 표현이 과도한 면이 있기 때문에 윌리엄 버클리 2세 같은 보수 원로들도 다소 걱정스러운 충고를 했다. 하지만 표현이 과도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코울터가 제기한 문제점은 용기 있고 정확한 것이어서, 저명한 법률가인 리차드 포스너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코울터를 ‘대단한 공적 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이라고 지칭했다. 코울터의 부모는 가톨릭 신자이나 코울터 자신은 개신교인이다. 독신인 그녀는 책과 강연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맨해튼에 자리잡은 고급 콘도미니엄에 살고 있고, 플로리다 팜비치에도 집을 갖고 있다.
‘정치 토크 쇼의 여왕’, 로라 잉그레이엄
로라 잉그레이엄(Laura Ingraham)은 라디오 정치 토크 쇼의 보수 여왕이다.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 쇼는 300개 이상의 지역 방송국을 통해 미국 전역과 해외 주둔 미군에 들려지고 있다. 1964년에 코네티컷의 중산층에 태어난 잉그레이엄은 다트머스 대학을 1985년에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당시 창간된 지 얼마되지 않은 ‘다트머스 리뷰(The Dartmouth Review)’의 편집을 담당했다. ‘다트머스 리뷰’는 좌편향된 학내 신문 ‘다트머스’에 대항하기 위해 보수성향의 학생들이 만든 학내 신문이었다.
잉그레이엄은 음악 수업을 빙자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주창하는 한 엉터리 정년보장 교수를 비난하는 글을 ‘다트머스 리뷰’에 써서 결국 그 교수가 대학을 뜨도록 만들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스피치 라이터 일을 잠시 했으며, 프린스턴 대학 동문들이 좌편향된 프린스턴 대학을 바로잡기 위해 창간한 ‘프로스펙트(The Prospect)’의 편집 일을 보았다.
버지니아 대학 로스쿨에 진학한 잉그레이엄은 우수한 성적으로 1991년에 졸업해서 변호사가 됐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는 연방대법원의 토머스 클러렌스 대법관과 제2항소법원 랠프 윈터 판사의 서기로 일했고, 워싱턴 DC의 유명한 로펌에 취직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잉그레이엄은 보수 서클에서 활동했고,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1995년에 ‘새로운 젊은 보수주의자들’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잉그레이엄을 표지에 등장시켰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잉그레이엄은 MSNBS의 케이블 TV에서 자기 이름을 건 토크 쇼를 진행했다.
자신의 天職(천직)이 변호사가 아님을 깨달은 잉그레이엄은 2001년에 ‘로라 잉그레이엄 쇼(The Laura Ingraham Show)’를 시작했고, 즉각적인 대성공을 거두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잉그레이엄은 폭스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썼다.
2000년에 나온 첫번 째 책 ‘힐러리 트랩(The Hillary Trap)’은 힐러리가 내세우는 주장이 한결같이 오류와 가식으로 가득찬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2003년에는 할리우드와 정계, 그리고 미디어 엘리트의 좌편향을 비판한 “닥치고 노래하라(Shut Up & Sing)’를 펴냈고, 2007년 가을에는 의회, 관료, 법원, 공립학교 등이 부당하게 갖고 있는 권력을 국민들이 도로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권력을 국민에게(Power to the People)’를 출간했다. 세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랐다.
잉그레이엄의 부모는 개신교인이었고 그녀도 어릴 때는 교회에 나갔으나 점차 교회 나가기를 중단했다. 1999년에 잉그레이엄은 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 보면서 神(신)의 존재를 다시 느끼게 되었고, 2003년 부활절에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2005년에 오른 쪽 유방에서 진행된 유방암이 발견되어 두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잉그레이엄은 암과 싸움을 거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신앙적으로 더욱 강해졌다고 2007년에 나온 책에 썼다. 잉그레이엄은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에 한 사업가와 약혼했으나 암 수술을 받은 후에 파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2006년 초에는 이라크를 방문해서 현지에서 라디오 쇼를 진행해서 좋은 평을 얻었다.
女戰士들의 공통점
필리스 슐라플라이, 페기 누넌, 모나 채런, 바버라 올슨, 앤 코울터, 그리고 로라 잉그레이엄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종교적이고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자신들도 종교적이다. 슐라플라이, 누넌, 올슨, 그리고 잉그레이엄은 가톨릭 신자이고, 코울터는 개신교인이며, 채런은 유대교인이다.
이들은 레이건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클린턴과 힐러리를 인간이 아닌 저질동물로 보는 점에서 관점을 같이 하고 있다. 슐라플라이는 레이건과 함께 골드워터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고, 1950년대에 태어난 누넌과 채런은 레이건의 백악관에서 일했다. 올슨과 코울터는 의회 조사관으로 클린턴과 힐러리의 비리를 조사했다. 누넌, 올슨, 코울터, 그리고 잉그레이엄은 클린턴과 힐러리의 불법과 비리를 폭로하고 비판한 책을 펴냈다. 누넌, 채런, 올슨, 코울터, 그리고 잉그레이엄의 책에서 레이건은 항상 正答(정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레이건주의자(Reaganites)이다.
페기 누넌을 제외한 모두가 변호사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슐라플라이는 뒤늦게 워싱턴 대학 로스쿨을 다녀서 변호사가 됐다. 채런과 올슨은 조지 워싱턴 대학 로스쿨과 카르도조 로스쿨을 나왔다. 1960년대 생인 코울터와 잉그레이엄은 학부는 명문인 코넬과 다트머스를, 그리고 로스쿨은 미시건과 버지니아를 각각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코울터와 잉그레이엄은 학부 재학시 좌편향된 학교 분위기에 분개해서 보수 성향의 학내 신문을 발간할 정도로 젊었을 때부터 행동하는 소신파였다. 코울터와 잉그레이엄은 명문 로스쿨을 최우등을 졸업해서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연방대법관의 서기를 지냈다. 이들은 많은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가시밭길 같은 좌파와의 싸움에 나선 것이다. 우리가 교훈으로 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카로우면서 때로는 냉소적이고,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섬세한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남자는 여자를 따라 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문화전쟁에서 이 보수 女戰士들의 역할은 대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리한 칼럼으로 이름이 높았던 전여옥 의원의 뒤를 이을만한 여성 보수 논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계에 진출한 전여옥 의원이 남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진영의 ‘女戰士 不在’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슐라플라이, 누넌, 코울터, 잉그레이엄 등의 자료 사진은 갤러리의 앞 부분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우리나라에선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댓글 수준의 글을 발표하는 사람들은 ‘논객’이라고 부르는 성향이 있는데, 그것은 우스운 일이다. 아무리 간단한 글이라도 글은 자기 이름을 밝히고 써야 하는 법이다. 글을 쓰기 위해선 우선 지식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익명 논객들’은 그 점에서 우선 ‘함량’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익명 논객’은 좌파에서 시작됐다. 우파는 정정당당하게 이름을 밝히고 쓴다는 식의 당당함을 가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지난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익명으로 숨어서 상대방 깎아 내리는 글이나 쓰는 사람들이 자칭 ‘논객’이라고 행세하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논객’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망쳐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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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튤레인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1-2003년에는 법과대학 학장을 지냈다. 1996년-2003년간 조선일보 비상임논설위원을 지냈고, 저서로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2007년), ‘비판적 환경주의자’(2006년),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2006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중상모략’(공역, 2007년), ‘에코스캠’(1999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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