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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유럽 모델’을 향하여 (시사IN)
작성일 : 2015-01-03 13:39조회 : 2,389
<시사IN> 2014 행복한 책꽂이
‘북유럽 모델’을 향하여
니크 브란달 외 공저 (홍기빈 옮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
(책세상, 2014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초에 나는 해롤드 래스키와 영국 노동당 역사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 중 레이건의 보수 혁명을 실제로 경험한 나는 1980년대 대처리즘의 융성을 보면서 30대를 보냈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실로 오랜만에 손에 든 사회민주주의에 관한 책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공부한 연구자들이 펴낸 이 책은 자유시장경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감소시킨다면서, 특권적 소수만이 자유를 향유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모든 이에게 최소한의 물질적 부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민주주의의 명제가 타당하다고 강변한다. 책은 주로 북유럽 3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운동이 어떻게 형성되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회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이 계속되던 2차 대전 후 몇 십년 동안에나 타당했던 시대적 산물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저자들은 2차 대전 후 영국에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서 비버리지 보고서를 정책으로 옮긴 사건은 혁명적이었으며, 노르웨이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충실하게 받아 드렸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1980년대를 휩쓴 보수주의 물결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주어서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에 이르렀고, 사회민주주의를 쇄신하여 좌파와 우파의 함정을 모두 피하는 동시에 양쪽의 장점을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제3의 길'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한다. 북유럽 3국의 보수당들도 '제3의 길'을 방불케 하는 노선을 취하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중도 좌파가 선호하는 선택적 복지는 결국 보편적 복지수급권을 저해한다면서, 북유럽 국가가 채택한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적 복지가 사회민주주의의 본질적 부분임을 강조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사회민주주의에는 권리와 책임을 결합하고 노동시장과 우수한 공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집단을 통합한다는 오랜 전통이 있다. 저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청년 실업이 증가하는 등 북유럽 국가들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지만 덴마크는 노동과 복지를 연계시킨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문제에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회민주주의가 아직도 유효한 정책적 도구라도 믿는 저자들도 거대한 공공부분이 경제성장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국제경쟁이 결코 북유럽 국가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았으며,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은 국가가 제공하는 포괄적 안전망과 훌륭하게 양립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이어서 발생한 유럽의 경제위기가 초래한 혼돈으로 인해 자유시장주의의 한계가 노정된 현 시점에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경험에서 우리도 배울 점이 많이 있어 보인다. 다만 북유럽 국가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사회통합 지수가 낮은 우리나라에 과연 북유럽 모델이 통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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