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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 회고록 (광주일보)
작성일 : 2015-01-31 09:41조회 : 2,517
2015년 1월 30일 광주일보 칼럼
<이상돈의 '바른 소리'>
대통령 회고록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다음 주에 출간된 예정이라고 한다. 회고록에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인 것이며, 해외자원개발도 나중에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을 들으니 집권 5년 동안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한 그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가을에 당시 한나라당이 몰락해서 식물 대통령이 되다시피 했던 사정을 생각하면 그가 오늘날 이렇게 당당해진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덕분이다.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들고 정당 이름도 바꾸어가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하는 식이더니 결국에는 지지도가 30%로 급락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형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회고록을 낸 의도는 “책에 담은 내용 보다 자신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겸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대통령을 그만 두고 나서 회고록을 내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진솔한가 하는 데 있다. 회고록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3자가 쓴 대통령 전기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이 회고록을 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전기가 나온 적은 없다.
전기 작가는 회고록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다른 자료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전기를 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주요 인사들의 회고록은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전기가 없는 것은 이들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를 꺼리는 풍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퇴임 후 몇 년이 지나면 회고록을 내기 마련이다. 출판사들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출판하기 위해 거액의 선인세를 주기도 한다. 빌 클린턴은 퇴임 후 강연으로 돈을 벌기에 바빠서 선인세를 받은 회고록 집필을 미루고 있다가 마감일이 닥쳐오자 전문 작가를 고용해서 급하게 원고를 끝냈다.
1990년대 IT 경제를 주도했던 클린턴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컴맹이라서 원고 작성이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는 클린턴 회고록 번역권을 거액을 주고 사서 번역본을 냈지만 잘 안 팔려서 파산을 했다.
조지 W. 부시는 도서관 사서 출신인 부인의 영향으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부시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라크 전쟁은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부시 회고록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판매는 부진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으론 로널드 레이건의 것을 들 수 있다. ‘한 미국인의 삶’이란 제목을 단 이 책은 자신의 성장과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역정,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겪은 일을 담담하게 그려놓았다. 하지만 레이건도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레이건은 낸시 여사와 금술이 좋기로 유명했지만 이들 부부와 자식들 사이는 냉랭했기 때문이다.
레이건 대통령 전기는 벌써 여러 권이 나왔고, 레이건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 차장을 지낸 마이클 디버, 스피치라이터를 지낸 페기 누넌도 각기 자신과 레이건과의 관계에 대한 책을 냈는데, 이들의 증언과 레이건의 회고록, 그리고 레이건 전기는 사실에 있어서 일치를 보인다. 역사 기록은 이래야 하는 법이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미국 대통령 전기는 데이비드 매컬로가 쓴 ‘해리 트루먼’이다. 본문이 1000쪽이나 되는 트루먼 전기는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평가 받는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해리 트루먼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높이 평가 받는 이유는 그가 평범한 서민계층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어서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어려운 결정을 많이 내렸을 뿐더러 2차 대전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살펴서 1950년대 고도성장의 토대를 놓았지만 당대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지 마셜, 딘 애치슨, 오마르 브래들리 등 당대의 거물들을 중용하고 이들의 의견을 존중했던 트루먼의 리더십은 세월이 갈수록 한층 돋보이기에 트루먼 전기는 대통령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뽑히는 것이다.
대통령 노릇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 회고록을 펴냈다면 그 내용은 읽으나 마나 뻔할 것이다. 이상한 궤변으로 가득 차 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여권에게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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